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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읽는 우리 소설] 예술가 소설 / 김하기 소설가/ 구효서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세계사, 1995)

작성자sotkfkd|작성시간10.01.21|조회수30 목록 댓글 0

[부산일보][주제로 읽는 우리 소설] 예술가 소설 / 김하기 소설가
                                 /
구효서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세계사, 1995)


자신의 영혼에 '생선 가시' 박힌 것 깨닫고
생업 버린 채 '작가의 길' 걷는 주인공 서통
꿈에 그리던 신춘문예 당선 전업작가 생계 고통 시달려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 속에 꼭 한 번은 자기 얼굴을 내밀었다. 심지어 7명의 배우만 출연한 '구명선'에서도 신문 속의 광고모델로 등장해 자기 얼굴 내밀기에 성공했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인간은 타인의 알몸을 보는 관음증 못지않게 자기를 타자화시켜 보여주고 싶은 노출의 욕망 또한 크기 때문이다.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듯 작가도 작품 속에 자기의 초상을 그린다. 김동인의 '배따라기'처럼 작가가 단역으로 나오는 것에서부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처럼 아예 작가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이인성의 소설처럼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자체를 소재로 삼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가적 소설이 영화감독의 카메오 출연이나 화가의 자화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소설가로서의 자기성찰과 메타비판(자기비판)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효서의 소설집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중 '영혼에 생선 가시가 박혀'와 '당신의 바다는'은 거울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처럼 작가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늘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습작 충동에 시달리던 주인공 서통은 어느날 문득 자신의 영혼에 생선 가시가 박힌 '가시박이'(글 쓰는 일이 자신의 운명인 사람)임을 깨닫게 되면서 생업을 버리고 작가의 길로 나선다. 서통은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 신문과 잡지에 한꺼번에 30편의 소설을 보내기도 하고 사설학원에서 문장 강습을 받으며 신춘문예에 응모하지만 모두 낙선하고 만다. 그러나 원로문인의 문하생 생활을 하며 끈질기게 글을 쓴 결과 마침내 신춘문예에 당선됨으로써 꿈에 그리던 작가로 등단하게 된다.

그러나 등단 이후 작가로서의 행보는 '당신의 바다는'에서 매우 실망스럽게 그려진다. '전업작가란 월요일 저녁에 입은 잠옷바지를 다음 주 월요일까지 입을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당장 입에 풀칠을 걱정해야 하는 다급한 존재에 불과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글을 쓰고, 편집자의 요청이 있으면 자존심을 접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했지만 한 달 평균 수입은 노동자의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설과 현실의 갈등과 괴리로 허릿병과 귓병, 공황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엉뚱한 망상에 시달리며 우주만큼 불러오는 헛배를 끌어안고 거리를 방황하다 다시 한 번 작가란 영혼에 가시가 박힌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서통이 직업을 버리고 가시박이인 전업 작가가 된 것과는 반대로 난 전업 작가로 출발해 잡다한 생계에 양다리를 걸치다 보니 '반업 작가'가 되고 말았다. 과연 그렇게 해서 삶의 질이 전에 보다 더 나아졌는가?

오히려 빚만 늘었고, 삶은 더 팍팍해졌다. 어차피 글쓰기는 영혼에 가시가 박힌 십자가이다. 작가는 십자가를 받았으면 죽어야 한다. 그런데 온몸에 가시가 박힌 채로 살려고 몸부림치니 더 끔찍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요즘 나의 화두는 이것이다. '차라리 쓰다가 죽어버려라!'
소설가 김하기    
입력시간: 2008. 11.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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