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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한의 삶과 글

질문11-최익한이 옥사한 아들을 위해 쓴 '곡아이십오절'의 작품성과 그의 심정을 평가한다면?

작성자송찬섭|작성시간26.06.20|조회수12 목록 댓글 0

최익한의 '곡아이십오절(哭兒二十五絶)'은 단순한 개인의 슬픔을 기록한 만시(輓詩)를 넘어, 문학적 완성도와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뛰어난 연작시로 평가할 수 있다.

 

1. 한 개인과 가족의 역사를 담아낸 서사성 (일대기적 구조)

일반적인 만시가 고인의 미덕을 기리거나 죽음 직후의 슬픔을 짧게 읊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25수(현재 전하는 것은 23수)라는 이례적인 장편 연작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들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의 교육, 가문의 내력, 성장 후 체포와 투옥, 그리고 비극적인 옥사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일생을 시간 순서대로 촘촘히 엮어냈다. 마치 아들의 일대기이자 가족이 함께 걸어온 역정을 보여주는 듯한 독특한 서사적 구조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2. 고도의 은유와 전고(典故)를 활용한 격조 높은 문학성

최익한은 유학자로서의 깊은 소양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사와 전고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슬픔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감정의 시각화와 공간 대비: 아들의 비극적인 수감 생활과 죽음을 '도산지옥(刀山地獄)'에 비유하고, 함흥의 역사적 공간인 '의릉(義陵)'이나 '성천강'의 가을 안개와 달빛을 통해 쓸쓸하고 참담한 심상을 감각적으로 묘사했다.

 

깊이 있는 인물 비유: 아들들을 소동파의 '목가산(木假山)'에 비유하며 자식들이 자신보다 학문적으로 빼어나기를 바랐던 기대를 담았고, 옥중에서 의리를 지키다 죽은 아들을 '사생취의(舍生取義)'의 정신을 실천한 참된 지식인으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표현들은 단순한 감정 분출에 그치지 않고 시의 격조를 한층 높여준다.

 

3. 일제강점기 저항 지식인의 삶을 증언하는 역사 기록물로서의 가치

문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역사학계에서도 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 속에 담긴 생생한 시대적 현실과 역사 기록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이 겪어야 했던 사상적 고뇌, 사회주의 활동, 그리고 일제의 탄압(서대문형무소, 김천소년형무소, 함흥형무소 등)이 사실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울진 적색농민조합 사건 등 당시 비밀결사 운동의 편린과 호남의 유학자 황원(석전)과의 교유 등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들이 시의 배경으로 녹아 있어, 문학과 역사가 결합한 훌륭한 사료적 텍스트로 평가받는다.

 

4. 독자와 평자(評者)의 감정을 동화시킨 통절한 감동

당시 《조선일보》 학예부장이었던 한시의 대가 홍기문은 이 시를 읽고 "가사는 슬프고 가락은 간절하여 사람의 목을 메게 한다"고 극찬했다. 그는 신문에 시를 연재하며 작품에 비점(批點)과 관주(貫珠)를 촘촘히 찍어 자신의 감격과 슬픔을 표출했는데, 이는 출품작이 아닌 개인의 만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최고의 예우였다.

 

다시 간추리자면

최익한의 '곡아이십오절'은 자식을 잃은 아비의 통절한 심경을 한시의 격조 높은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일제강점기라는 가혹한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가족의 역사를 서사적으로 구현해 낸 최익한 생애 최고의 문학적 절창(絶唱)이자 가치 있는 역사적 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죽은 아들과 나누는 눈물겨운 대화를 통해 슬픔을 절제하려는 아비의 절박한 심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뛰어난 정서적 공감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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