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뒤 소화도 될겸 강변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왠지 어제 오늘 산을 다녀오지 않아서 갑자기 소나무와 숲을 보고 싶었다. 집옆에 남강이있고 그 좌편에 선학산이 있어서 오늘은 저녁이지만 산을 한번 가자 어두워 지면 가로등이 켜질 테니 그렇게 어둡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하고 방향을 강에서 산으로 향했다.
선학산은 그리 높지 않고 뒷동산으로 5월이면 뻐꾸기가 날아오고 숲이 울창해서 자주 산에 오른다. 평일 점심때는 비봉산에 가끔간다.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산이라 진주에서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산이다. 40여분을 걸어서 정상에 올라 사방을 보니 어둠이 앝게 드리워져 이제는 어둠이 자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네 옆을 지나는데 밑에서 부터 발자국소리가 둔탁하게 들리면서 밑에서 부터 터벅 터벅 소리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은 내 옆에 6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인데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닌 것이다.
순간 아뿔사 ! 저녁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멧돼지가 출현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등골이 오싹하고 머리가 쭈빗섰다. 내가 드디어 그놈이랑 만나게 되었구나 ! 이제 이판 사판이다. 도망가거나 맞서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까 ? 발자국 소리는 더 크게 들리는데 콧구멍에 쉭쉭 소리가 나면서 거칠게 들리고 있었다. 나는 죽기 아니면 살기다 생각하고 나도 킁 ! 소리를 내면서 발자국을 크게 내 딛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밑으로 내려가는 발을 딛었다. 내가 어떻게 맞서겠노 소림사 18계다 하고 걸음을 내 딛는 순간 , 그 놈은 킁 ! 하면서 숨을 멈추고 발걸음도 멈추었다. 나는 속도를 더 내어 내려갔다.
다행히 따라오지는 않았다 내가 소리를 내기 움찔 하면서 그놈도 멈추고 사방을 둘러 보는 중이리라 !
한참을 내려가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안전한 거리에 도달하고 난뒤 나는 생각했다. 정말 이 시간에는 오지 않으리라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는 생각이 났다.하기야 저도 놀랬을 것이리라 생각하니 산에서 만나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가 나를 해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서로가 자연인으로서 살아가는 개체인데 해칠 마음이 없는데 나를 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
선학산은 한때 산을 개인적으로 매수하기 위해 새로운 나무를 심고 길을 넓히느라고 벌목을 해서 많은 훼손을 당했다. 그때 눈앞에서 고라니가 뛰어가고 자기 보금자리를 빼앗긴 상태에서 자기보호를 하느라 사방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간으로서는 못할 짓을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울창한 숲이 생기고 고라니 노루 뱀 뻐꾸기 멧돼지 등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흔적과 소리가 드문 틈을 타서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평화스러운 상태에서 자연을 즐기고 살아간다.
어찌 인간만이 자연속에서 혼자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가 ! 그들도 우리도 자연의 한 일부인데...
은근히 내가 그 멧돼지를 인간이 다니는 길에서 놀라게 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