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도 '스마트 팜'이 정답! 환갑에도 노지 재배 가능해
'청정원' 윤봉길 대표 "농사는 땀 흘린 만큼 수입 보장해줘"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노지재배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무용지물일까? 정부는 ICT 사업 적용 분야를 꾸준히 넓혀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농촌사회에서 시설재배도 아닌 노지재배에 큰 비용을 투자해 사업을 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의심을 거두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실제로 ICT를 도입한 노지재배 농가들에 이러한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전라북도 장수군에 자리 잡은 청정원이 그 이유를 제시한다.
60세가 넘어도 스마트 팜 사용은 ‘척척’
장수군은 인구 2만 명이 조금 넘는 산골이지만, 전라북도의 이름난 사과 주산지다. 일교차가 크고 토질이 좋아 사과나무에 알맞은 생육 환경을 갖췄다.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한 장수 사과는 산간 고랭지에서 자라 병충해도 적다.
가뜩이나 사람이 적은 장수군에서 인적이 드문 시골 도로를 차로 한참 오르다 보니 해발 500m 일대에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윤봉길 대표(61)를 만났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9,900㎡ 규모의 청정원은 장수군에서는 드물게 스마트 팜을 도입한 선진 농가다. 평소에도 새로운 농업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영농 자동화를 통해 힘을 덜 들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스마트 팜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만 있었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차에 때마침 과수 분야 ICT 융복합 확산사업 대상 농가로 선정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ICT를 도입해 농사를 지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윤대표는 이제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던 프로그램도 어느새 손에 익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스마트 팜을 시작하기 전에 가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염려가 한마디로 군걱정이었던 셈이다. 이제 익숙한 손길로 윤 대표가 만지는 컴퓨터 화면 위에는 온도와 습도 등 외부기상 상황과 토양 속 수 분량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그 데이터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구역별로 수분값과 관수 시간을 설정해 주면 기본적인 일은 끝이다. 이제는 스마트 팜 없이 일하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스마트 팜의 최고 강점은 ‘시간 절약’
윤 대표는 무엇보다도 농장 관리시간이 절감된 점에가장 큰 만족을 전한다. 얼마 전 자녀 문제로 대만을방문했을 때에도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농장 상황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전에는 물주는 시간마다 밭일을 멈추고 들어와 밸브를 열고 모터를 작동해야 했지만, 지금은 전자밸브가 설정값에 맞춰 자동으로 관수를 한다.
절약된 시간만큼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노동의 집중도와 효율성이 모두 향상된 셈이다. 그 덕분에 바쁜 수확기를 제외하고는 윤 대표 혼자서 농장 전체를 관리한다. 스마트 팜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윤 대표가 사과 농사를 지으며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수분 관리’다. 과일은 8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맛있는 과일을 만들려면 결국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사과나무는 수분 부족이나 갑작스러운 수분량 변화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 현상이 나타나거나 줄기가 썩는 병이 발생한다.
스마트 팜을 도입한 뒤에는 수분 센서와 관수 제어 시스템이 알아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므로 이런 현상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변덕스러운 기후에 사람이 일일이 대응하기란 거의 불가능한데, 스마트팜은 그것을 척척 해낸다.

노지재배에도 유용한 스마트 팜
능숙하게 ICT 기기를 다루는 윤 대표의 모습은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지만, 사실 과수 농가에는 스마트 팜이 아직 친숙한 단어가 아니다. 통제된 시설 내에서 작물의 재배환경을 조절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설원예와는 달리 노지재배에서는 그리 가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윤 대표가 지금 사용하는 기능들도 정밀제어가 가능한 첨단온실에 비교하면 간단한 시스템들이전부다. 태풍이나 폭염 등 자연재해 위험도 끊이지 않는다. 천둥 번개가 쳐서 기계가 고장이 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윤 대표는 스마트 팜이 노지재배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한다.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작물을 관리함으로써 더욱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기상 센서와 토양센서는 간단한 기능이면서도 동시에 노지재배에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이를 두고 윤 대표는 “스마트 팜은 굳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여건에서 필요한 성능을 잘 활용하면 반드시 이전보다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윤 대표는 “설비 업체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대표는 안양에 위치한 T사 제품을 사용 중인데, 오류가 생겼을 때 신속히 처리를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청정원의 미래 비전이 된 스마트 팜
윤 대표는 2,000만원가량의 사업비 중 절반을 지원받고 나머지를 자비로 부담했다.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과는 생육 시기에 따라 토양 속 수분 함량이 달라야 하는데, 해를 거듭해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참고삼아 가장 알맞은 정도를 찾아낼 수 있다. 수분 스트레스를 없애면 수확량이 늘고 품질도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대표는 조건이 된다면 몇 가지 설비를 더 추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사과나무 가까이에 줌 조절이 되는 카메라를 달아서 병해충 발생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응애처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병해충을 카메라로 볼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방역을 하고, 일하는 것도 좀 더 수월해질 듯하기 때문이다.
저온저장고도 지금은 수동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자동관리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렇듯 처음에는 다소 무모한 도전 같아 보이던 스마트 팜이 어느새 청정원의 미래 비전이 되고 있다. 사실 사과는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햇빛에 닿은 부분만 붉게 변하므로 땅 위에 반사 필름을 깔아 빛을 반사해야만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예쁜 색을 띠게 된다. 같은 이유로 잎도 일일이 솎아서 열매를 가리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한 알 한 알을 살피다 보면 여간 정성이 드는 게 아니다. 1년 내내 쉴틈이 없는 윤 대표에게 스마트 팜은 이제 든든한 조력자가 돼 가고 있다.
한편 올해 환갑을 맞은 윤 대표는 농사를 지은 기간보다 직장생활을 한 햇수가 더 길다. 젊은 시절 6년을 직업군인으로 일했고, 이후 20년 넘게 농협에서 영농지도요원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꿈이었던 농사를 짓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농사는 그가 땀 흘린 만큼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정년 없는 일터’다. 알이 크고 당도가높은 청정원의 사과를 보며 농사 선배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명품’ 장수 사과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농부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출처 스마트에프엔 박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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