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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이야기

사과나무 집

작성자평고대|작성시간23.03.24|조회수90 목록 댓글 0

사과나무 집

 

“저는 마당에 사과나무를 꼭 심고 싶어요”

집은  둘째 아이의 작은 소망으로 시작되어 '사과나무 집'이라 이름 지어졌다. 집이 자리한 약 76평의 대지는 지구단위지침의 영향으로 도로에서 2M를 이격해야 하고, 2면이 도로와 마주하고 있어 다른 주택들에 비해 많은 면적(약 15평)의 땅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인지 사과나무 집의 주변 대부분의 주택이 불법을 당연시하며, 실 넓히기 혹은 담장 쌓기 등을 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건축물은 솔직해서 사람의 욕심 혹은 마음가짐이 투영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불법적인 요소에 대한 부분을 단호히 배제했고, 클라이언트 역시 불법에 대해 반감이 있어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어 가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고자 했다. 가용면적에 대한 단점이 있는 대지이지만, 대지 북측이 공원이기에 막히지 않은 조망을 선택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었다.

우선 가족들이 2면의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과 자동차, 그리고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주차, 소음 등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했다. 담장을 설치하지 말 것, 혹여 설치하게 되더라도 1.2미터를 넘지 않는 투시형 혹은 생울타리로 할 것 등 택지개발지구의 지구단위지침은 지역을 막론하고 대부분 비슷하다. 나의 공간을 열어둔다는 것으로 주민 간 커뮤니티가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나의 공간이 안정적이어야 다른 사람에게 손 내밀어 볼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과 조건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의 공간’을 지키며 주변에 위협적이지 않은 중정형 주택이어야만 했다. 이에 우리는 중정에 클라이언트(나)만을 위한 외부 공간을 만들고, 2M 이격으로 만들어진 외부 공간에는 누구나(너)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식재를 계획했다. 진입 동선은 대문과 방향을 달리하고, 단을 높여 깊이감을 주고자 했으며, 1층 외부공간을 중심으로 거실과 다이닝 / 주방을 배치했다. 대지가 갖고 있는 컨디션으로 인해 모든 실을 남향으로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중정을 통해 거실과 주방에 빛을 끌어들이고, 공간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이때 거실에서 비를 맞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외부 데크는 외부 마당과 실내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고, 계절에 따라 실내 공간의 물리적 영역을 확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 공간 또한 전면 창을 배치해 자연 요소를 바라보며 일련의 행위들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분리하고 다이닝 공간을 거실에 포함하기도 했다. 목적이 다른 두 공간을 확실히 구분하여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설계를 진행하다 보면 각 생활 패턴에 따라 세탁실의 위치가 각양각색이다. 집에 들어서면서 오염된 옷을 바로 세탁실에 넣겠다는 파(派), 세탁 후 정리에 더욱 중점을 두는 옷장과 세탁실을 가깝게 두겠다는 파(派),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햇볕에 빨래를 말려야 하므로 젖은 세탁물을 최대한 짧은 동선으로 외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파(派). 사과나무집은 첫 번째 파(派)였고, 이에 따라 실내 중문을 여는 왼편에 세탁실과 세면대를 두었다. 아들만 둘인 이 집에는 이러한 레이아웃이 맞았다. 설계 진행 중 클라이언트는 우리에게 내부 색감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다. 우드톤의 느낌이 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했고, 계단과 계단에서 이어지는 가구를 하나의 재료(포레스코)로 제작하여 거실의 중심을 잡아주는 오브제로 활용하였다. 

2층은 가족들의 사생활을 위한 공간인 네 개의 침실과 다락, 화장실로  구성된다. 2층 외부공간을 지나서 별도로 만들어진 별채 공간은 현재는 남편침실로 활용되고 있으나, 추후 자녀들이 분가하게 되면 서재 혹은 취미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분리하였다. 또한 다락은 작은 면적에 특별한 공간감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단순히 면적을 보충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2층 공용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간접 조명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다락 바닥은 각파이프를 활용하여 루버 형태로 제작해 다락 천장의 조명이 각파이프 루버를 통과하여 은은하고 깊이감 있는 조명이 된다. 

당초 1층 중정에는 둘째 아이의 바람대로 꽃사과나무 식재를 계획하였으나, 과실 낙과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이 화두 되어 결국 단풍나무로 대체 하였다. 이름대로 사과나무를 심지 못한 것과 누구나(너)를 위한 식재가 더 많은 것에 우리도 클라이언트 가족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진달래를 시작으로 산딸나무와 수국이 집을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주변 가로에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건축개요 

위치 :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규모 지상 2층
건축면적 : 97.35㎡
건폐율 : 38.48%
구조 : 철근콘크리트
최고높이 : 9.3m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253.00㎡
연면적 : 166.67㎡
용적률 : 65.88%
주차대수 : 2대
사진 : 노경
설계 : 일상건축사사무소

출차 에이플래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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