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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이야기

공들여 지은 성북동 집

작성자아름드리|작성시간23.04.12|조회수76 목록 댓글 0

공들여 지은 성북동 집









‘즐기는 집’을 자청하는, 삼대가 사는 성북동 주택.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너른 마당과 아름다운 풍경, 거기에 건축가의 힘을 조금 보탰다. 공들여 지은 집에서 느껴지는 빼어난 풍모가 예사롭지 않다.





1 흰색으로 도장한 벽돌 벽, 짙은 회색의 스터코 마감 벽, 옅은 회색의 징크판을 믹스해 외관을 마감한 성북동 김홍준 씨 집 건물 전경. 오른쪽으로 보이는 블랙 박스 형태 철판 마감은 이 집의 모던한 대문이다. 대문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작은 마당에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2 삼대가 살고 있는 성북동 김홍준 씨 댁의 가족실. 건축가를 섭외하고 만나, 결정하는 데만 1년의 시간이 걸린 집주인이 ‘건축집단 마’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레이아웃이 바로 가족실이다. 왼쪽은 주차장,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가족실, 오른쪽 블랙 철판 박스와 그 위에 비스듬히 안착한 폴리카보네이트 박스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제법 가파른 길을 돌아 돌아 집 앞에 도착했다. 흰색으로 도장한 벽돌, 적산 가옥에나 익숙할 법한 거친 스터코 벽 그리고 징크판. 의외의 조합이지만 조화롭다. 육중한 블랙 박스 형태의 대문으로 들어서면 삼각형의 작은 마당이 자리한다. 역시 다분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현관을 열면 이 집의 진면모가 펼쳐진다.

1970년대부터 그림을 보고 모아온 집주인 김홍준 씨의 어머니가 수집한 작품과 그가 직접 수집한 작품이 어우러진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가 이 집의 첫인상이다. “집을 수리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가 벽 색깔이었어요. 어떤 그림을 걸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벽 색깔을 원했죠. 화랑을 운영하는 지인이 몇 번씩 방문하면서 도와주셨어요.” 미색이 감도는 화이트 컬러로 도장한 벽에는 오래된 취향과 안목으로 고른 작품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벽의 컬러에 맞춰 바닥과 집 안의 모든 문은 원목으로 통일했다. 같은 재료지만 공간 하나하나의 컨셉에 맞게 직접 디자인한 문.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두 딸과 부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김홍준 씨가 이 집을 선택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집을 찾아다녔어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아! 이 집이다’ 싶었지요. 물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3층으로 되어 있지만, 지하는 사실 주차장으로 쓰던 공간이었고 각 층마다 평수는 그리 넓지 않아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마당 넘어 보이는 풍경이었어요.” 그렇게 인연이 맞는 집을 만난 후 착수한 것은 건축가를 찾는 일이었다. 규모가 작은 회사, 경험이 많은 회사, 중견 건축가, 젊은 건축가 등 1년에 걸쳐 다양한 건축가를 만났다. 경험 많은 회사의 정답 같은 도면은 너무도 구태의연했고, 모험 삼아 의뢰한 작은 회사의 도면에는 집이 가져야 할 필수 조건들이 빠져 있었다. “결국 건축집단 마에 우리 집을 맡겼어요.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신뢰가 갔죠. 결정적인 결심이 선 건 가족실로 쓰고 있는 지하의 레이아웃이었습니다. 두 개의 창고를 서로 다른 재료로, 그것도 비스듬히 얹는다는 발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집이 갖춰야 할 조건들은 1층부터 충분히 채워졌고요.” 지하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가족실은 김홍준 씨의 이야기처럼 집같지 않은 ‘즐거운 파격’을 가졌다. 가족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장소도 여기다. 두 개의 박스를 비스듬히 쌓아놓은 듯한 형태의 창고(폴리카보네이트와 스틸)도 이곳에 있다.

다이닝룸과 거실을 비롯해 가족들의 개인 공간이 자리한 2, 3층은 밝고 정갈하다. 가족 생활의 일부와도 같은 작품이 놓일 자리와 꼭 필요한 만큼 적당한 크기의 방, 합리적인 형태의 수납장도 통일성 있게 갖추었다. 1층 거실이 연장되는 마당, 여느 집에서는 데크를 깔아두는 자리에 직사각형의 인공 연못을 만들어 두었다. 직사각형 연못 덕에 거실은 시각적으로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마당은 기존에 있던 나무들의 배치만 달리한 후 주목만 더 심어 새롭게 조경했다. 아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장소이자, 참새와 박새가 날아와 목욕을 하고 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마당. 또 하나 이 집의 백미는 바로 옥상 정원이다. 접이식 도어로 실내와 실외 공간으로 변형이 가능한 키친&다이닝과 자쿠지가 설치된 계단식 데크가 펼쳐진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윗집에서 보이는 방향에는 징크 벽을 사용해 시선을 차단했고 청량한 풍경이 펼쳐지는 앞쪽에는 낮은 난간과 어머니를 위한 텃밭을 만들었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공간이에요. 이 집으로 이사 온 후부터, 채소를 사 먹어본 적이 없어요. 모두 이 텃밭에서 해결하죠. 매일매일 텃밭 돌보기에 여념이 없으세요.”

집을 가꾸겠노라 다짐한 이후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했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좋은 건물을 촬영하며 다녔다는 김홍준 씨. 그 과정에서 자신의 스타일이 정리됐고 그 컨셉들을 건축가와 나눈 것이 지금의 결과물이다. “소스는 제가 제공했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현실화해준 것은 건축가였죠. 리노베이션이라 하기엔 너무 크고 긴 공사였어요. 골조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곳에 손댔으니까요.” 짧지 않은 10개월의 시간 동안 차곡차곡 공을 들여 만든 집. 열성적인 건축주와 타고난 건축가는 오래오래 멋스럽게 나이 들어갈 온전한 삶의 공간을 완성했다.

디자인 및 시공 건축집단 MA(02-333-8271, www.archigroupma.com)





1 현관문을 열면 물확이 차분하게 놓여 있고 그 위로 작가 김봉태의 조형 오브제가 걸려 있다. 집주인과 어머니의 작품 컬렉션은 이렇듯 입구부터 시작된다.
2 가족실의 일부를 계단실을 겸한 복층으로 만들어, 이렇듯 창고 옆 난간을 통해 내려다볼 수 있도록 완성했다. 배선과 파이프는 흰색으로 테이핑해 그대로 노출해두었다.
3 가족실, 창고 한쪽 옆으론 컬렉터의 취향을 알아볼 수 있는 팝아트 작품 엽서와 피카소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다.
4 경사면에 자리한 건물 위치 때문에 반지하와 같은 구조의 주차장을 가졌던 성북동 주택. 넓은 주차장의 반을 잘라, 이처럼 가족실로 꾸몄다. 에폭시로 마감한 바닥, 화이트로 도장한 후 노출시킨 시원한 천장, 비스듬히 얹어둔 폴리카보네이트 창고가 인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공간. 정면에 보이는 소파는 헬라 욘게리우스 디자인이며 부드러운 곡선 테이블은 이사무 노구치 디자인으로 모두 비트라 제품. 책장 쪽으로는 낚싯줄을 드리운 듯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조명 아르코를 두었다. 쿠사마 야요이 특유의 패턴이 새겨진 호박 쿠션은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구입한 아트 상품이라고.




1 1층 메인 거실의 창과 똑같은 사이즈로 만든 인공 연못의 간결한 디자인은 집주인의 제안으로 완성된 것.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나무들의 자리만 바꿔 정돈한 아담한 정원은 두 딸아이와 최근 입주한 강아지가 함께 뛰놀기에는 충분히 여유가 있다.
2 1층에 자리한 어머니의 방. 덴마크 빈티지 책상, 영국 빈티지 장, 스틸과 원단을 조합한 커튼, 감각적인 베딩,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 1970년대부터 열렬히 그림을 보러 다녔던 컬렉터답게, 어느 물건 하나도 쉽게 지나칠 것이 없다.
3 거실. 오래된 앤틱 수납장 위에,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놓여 있고 그 위로 화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가 걸려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슬라이딩 도어 너머로는 키친&다이닝 공간이 자리한다.




1 2층 계단으로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정다운 자리. 정면에 걸린 그림은 집주인의 어머니가 아프리카에서 구입한 것. 스틸 판을 구부려 만든 긴 책상은 건축집단 마에서 제작했다. 천장에서 곧게 뻗어 내려오는 햇살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다.
2 계단실 천장 위로 나 있는 천창 덕분에 환한 동선이 완성됐다.
3 집주인 김홍준 씨의 부부 침실 한켠에는 CD와 화집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수납장 위로는 중국 현대 미술 작가 위에민준의 작품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동양화가 박병춘의 갈필이 보인다.
4 성북동 높은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아름다운 뷰를 가지는 침실.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ㄱ’자로 꺾이는 긴 창을 냈다. 오래된 턴테이블은 여전히 애청하고 있다.




1 두 딸아이의 방은 드레싱룸을 경계로 연결돼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길고 좁게 뻗은 슬라이딩 도어가 감각적이다.
2 침실의 창 쪽을 향해 프리츠 한센의 스완 체어를 나란히 두었다. 왼쪽으로는 음향기기와 수납장이, 오른쪽으로는 김홍준 씨의 책상이 보인다. 건축집단 마에서 제작한 책상과 책장 위에는 김홍준 씨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왔던 장난감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다.
3 이 집의 백미는 고요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 부엌이 딸린 식당 공간은 접이식 문을 매개로 실내가 될 수도 있고 실외가 될 수도 있는데 넓은 데크의 한쪽에는 자쿠지를 넣고 파라솔을 설치했다. 옥상 정원을 두르고 있는 테두리 정원은 어머니가 씨를 뿌리고 가꾸는 채소밭이다. 상추, 토마토, 고추, 취나물, 더덕 등 날것의 신선한 향내가 가득하고 장미나무, 야생화, 달맞이꽃도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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