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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이야기

노후주택 리모델링 ------- 연희동 감나무집

작성자아름드리|작성시간23.04.15|조회수92 목록 댓글 0

노후주택 리모델링의 좋은예 연희동 감나무집











 
 


연희동 감나무집 / Tea House 노후주택 리모델링




고향은 아니지만, 반평생을 살아온 서울 연희동. 다 큰 자식들이 곁을 떠날 채비를 하자 부부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드디어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Before  /  70년대 후반 건축업자들에 의해 주로 지어지던 적산가옥으로,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풀이 무성했던 집은 안팎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REMODELING COST
주택 매입 비용  9억8천만원
리모델링 비용  2억8천만원
임대 수익  전세 4억원


임대세대의 출입구는 외부 계단을 두어 따로 분리했다.
1층 현관에는 신발을 편하게 신을 수 있도록 수납이 가능한 벤치를 두었다. 창가에 앉아서 동네 풍경을 감상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이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집. 높은 경사지에 자리해 조망이 좋다.


꿈꾸던 연희동 단독주택, 내 집은 어디에 숨었니?
사람 냄새 나는 골목과 정겨운 동네 정취를 고이 간직한 곳. 최근 점점 많은 사람이 찾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그래도 연희동은 아직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서울 동네 중 하나다. 결혼하고 이곳에서 20년 넘게 세무사,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며 살아온 건축주 부부는 어느새 어른이 된 자식들을 보며 마음에 품어두었던 꿈을 실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바로 아파트를 떠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 일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부부는 연희동에 있는 단독주택이란 주택은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주변에 있는 부동산이라면 이 두 사람을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한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와서 아내에게 내밀었다.
“슬쩍 보고는 집이 너무 좁아서 안 되겠다며 내팽개쳤죠. 그런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이 집은 꼭 직접 가서 봐야 하는 곳이라고 한참 설득하더라고요.”
그렇게 만나게 된 집은 오래되긴 했지만 북쪽으로 산을 등지고 남으로 열려 바람이 잘 통하고 종일 따스한 햇볕이 드는 단독주택이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으로 이사 갈 생각만 했지 리모델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유지보수가 된 깔끔한 집들 위주로 봐왔는데, 이 집은 달랐다. 낡아서 곳곳에 때가 덕지덕지 묻은 70년대 후반의 보급형 적산가옥으로, 당장 들어가 살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법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문득 우리 가족에게 딱 맞게 고쳐서 살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이 집을 만난 것도, 집을 고쳐준 소장님을 만난 것도 다 운명 같아요(웃음).”
부부는 집을 고쳐줄 건축회사들을 여러 군데 수소문했다. 그중 옆집을 리모델링한 업체와 미팅이 90% 가까이 진행됐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그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을 수 없게 됐고, 대신 에스빠시오(ESPACIO) 류철 소장을 소개받았다. 긴 백발을 뒤로 묶어 예술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류 소장과의 첫 만남에 건축주는 ‘저 아줌마(?)랑 해야겠다!’며 그 자리에서 계약을 결정했다고 유쾌하게 말한다. 
현장 확인차 방문한 집은 10월임에도 발이 너무 시려서 몇 분 앉아 있기도 어려웠다. 내부 구조는 마치 미로 같았는데, 두 개의 방이 대각으로 자리했고 부엌은 한낮에도 빛 한 점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계단실 아래 2평 남짓한 화장실은 머리를 숙여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평면을 새로 짜는 데만 10여 차례의 미팅과 계획 수정이 이어졌다. 2층을 전세 주기 위해 내부 계단을 없애고 외부에 철제계단을 따로 놓기로 했다. 
집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이미 리모델링을 마친 양쪽 주택들에 묻히지 않되 도드라지지도 않는, 모던하고 절제된 디자인에 의견이 모였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들의 단독주택 개조기는 순탄하게 시작되는 듯했다.


남쪽으로 열려 늘 환하고 밝은 1층 거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 대지면적 : 241㎡(72.90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 89.69㎡(27.13평) / 연면적 : 168.89㎡(51.09평) / 건폐율 : 37.22%
용적률 : 68.81%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7.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조적조,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외벽 2×6 구조목 + 내벽 S.P.F 구조목, 벽돌 조적조, 지붕 - 2×8 구조목, 우레탄 도막방수 위 무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이중그림자싱글, 스페니시기와(기존) / 단열재 : 그라스울 24K, 비드법단열재 2종 3호 100㎜
외벽마감재 : 무절적삼목 베벨사이딩, STO 외단열시스템 / 창호재 : KCC 72㎜ PVC 이중창호(에너지등급 2등급)
설계 : ESPACIO Association 류철, 권명주, 김진모 02-412-4857  www.espacionyou.com
시공 : 건축주 직영  /  시공감리 : ESPACIO Association



원목과 화이트 컬러의 조화로 깔끔하고 내추럴하게 꾸민 주방. 냉장고 옆에는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을 두고 슬라이딩도어를 달아 잡동사니와 청소기 등을 수납하기도 한다.


PLAN - 1F (89.69㎡)   /   PLAN - 2F (79.20㎡)


INTERIOR
내벽마감재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콩기름 인쇄 신한벽지, LG 실크벽지 /  바닥재 : 이건 강화마루 / 욕실 및 주방타일 : T&P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
주방가구 : 한샘, 대민가구 / 조명 : 메가룩스 / 계단재 : 예맥금속 제작(철골 + 멀바우 원목) / 현관문 : 예맥금속 제작 / 아트월 : 안티스터코 도장 / 붙박이장 : 대민가구 / 데크재 : 방킬라이 자연 방부목


연희동 건축주가 전하는 리모델링 TIP  |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깨끗하고 예쁜 집들은 집값에 리모델링 비용이 다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드는 비용이 비슷하다면 구옥을 사서 내 가족에게 맞게 고치는 것도 방법인 거죠. 그리고 임대세대라고 자재나 디자인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애초에 제대로 지어야 유지·관리비도 절약할 수 있고, 계약 만료 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도 쉬워진답니다.


고재로 만든 테이블이 놓인 작은 다이닝룸. 문을 통해 뒷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다.
뒷마당에 있던 조악한 창고건물을 없애고 작은 다실을 새로 만들었다.   /   원래는 지하를 서재로 쓰려 했으나 습기 문제로 창고로 두고, 독서나 사색은 이곳 다실에서 즐긴다.
높은 천장의 지붕경사를 그대로 드러낸 2층. 나무와 파스텔컬러의 조화가 따뜻하고 내추럴한 느낌이다.


미션! 뼛속까지 시린 추위를 막아라
골목이 좁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심 주택가라 차량 진입과 자재 운반, 각종 민원 등의 문제로 공사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비계 설치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마음씨 좋은 이웃의 동의를 얻어 담장을 허물어 해결했다. 철거 후 드러난 건물의 속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벽체 단열은 벽돌 2장 사이 비닐 한 겹이 전부였다. 바닥의 기존 엑셀 파이프를 거두자 흙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철 땅이 얼면 그 찬 기운이 집 안에 그대로 전해지는 구조였다. 
“제가 추위나 좋지 않은 기운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라 단열에는 특별히 더 신경 썼어요. 전문가를 불러 수맥 탐사도 해서 바닥에 동판 시공을 했죠.”
상황이 너무 열악해 총 공사기간 2달 반 중 기초를 새로 하고 구조보강을 하는 데만 한 달이 꼬박 걸렸다. 예민한 건축주를 위해 부실한 벽체는 내단열-중단열-외단열까지 3중으로 하고, 바닥에는 황토를 깐 후 강화마루로 마감했다. 상하수도 배관, 난방과 전기 설비도 모두 새로 했다. 2층 테라스가 있던 부분까지 경량목구조로 증축해 면적을 확보하니,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던 주택은 완전히 새로운 집으로 탈바꿈했다. 
“2층 전셋집은 공사 중에 이미 계약이 완료됐어요. 아직 내·외부 마감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소장님이 블로그에 공사과정을 올린 걸 보고 한 신혼부부가 연락했더라고요.”
보통 임대세대는 투자를 최소화해 수익을 높이려 하기 마련인데, 건축주는 비용을 더 들더라도 천장을 오픈해 박공지붕의 선을 살리자는 류 소장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싱크대는 물론 다른 기본 자재와 가구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천장 마감에는 원목을 사용해 내추럴한 느낌을 주고, 벽에는 페인트 대신 벽지를 시공해 교체가 쉽도록 했다. 
건축주 가족이 거주할 1층은 ‘갤러리 같은 집’이 콘셉트다. 화이트 도장에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선이 강조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뒷마당에 있던 낡은 창고 건물은 헐어내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작은 다실을 만들었다. 아울러 실용적 요소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방 냉장고 옆에는 슬라이딩도어가 달린 다용도실이 생겼다. 안방 옷장은 특별히 더 깊게 제작하고 행거를 2중으로 설치하여 계절에 따라 안 입는 옷을 안쪽에 걸어둘 수 있도록 했다. 
“처음 만났을 때 건축주분이 마당에서 방금 딴 감을 저희에게 선물해주셨어요. 그래서 ‘감나무집’이라는 이름이 생겼죠.”
잘 익은 대봉감을 받아든 순간 따뜻한 정을 나누는 기분이었다는 류 소장의 말이 왠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감나무에는 올 가을에도 이웃과 함께 넉넉한 마음을 나눌 탐스러운 감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에디터_조고은   |  사진_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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