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름동주택 ‘상상락 想像樂’

작성자목기연|작성시간23.05.03|조회수107 목록 댓글 0

상상락想像樂

상상락의 건축주는 이전에 지어진 대전 노은동 영충재 방문 때 현장 소장이었던 오동욱 소장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건축주는 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 양가 부모님이 가끔 들러 오랫동안 편히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머물러도 깊은 쉼을 주고, 오래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집’을 바란다고 전해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진 집. 즉 긍정적인 측면의 이중적 관계성을 가진 집이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듣고 이런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주와 함께 몰랑몰랑한 상상을 거듭해 나갔다.

집이 위치한 곳은 나지막한 산지를 구획한 대지로, 약1.5m 정도의 고저차가 있고, 사다리꼴 같기도, 부채꼴 같기도 한 부정형을 띈다. 그리고 대지 북쪽에 주택 단지가 있음에도 도로 건너편의 카페와 중식당에서 이쪽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소음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빛 공해가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대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목표를 정했다.

첫째, 설계의 시작은 땅이 가지는 경사와 모양을 최대한 살리는 친환경설계로 삼는다.
둘째, 후면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 공해를 차단한다.
셋째, 가족 구성원 간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문턱이 닳는 집을 목표로 한다.

△ 아래마당에서 바라본 두 채의 집과 사이마당

‘이곳에는 큰 바위가 하나가 있고, 그 바위가 쪼개져 두 개로 나뉜다. 겉은 단단하나, 속은 부드럽지 않을까’ 디자인을 거듭해 가며 우리는 대지가 산이었을 때를 상상해 보았다. 이는 곧 채를 나누는 2개의 정원과 하나 되게 하는 마당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두 채 사이의 정원과 마당은 도로로 열어 오래 동안 머물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 동측의 이웃 대지 마당에도 시야를 열어 주고자 하였다.

△ 사이마당에서 내려다본 두 채의 집과 아래마당

△ 본채에서 바라본 별채

둘로 나누어진 공간 중 하나를 본채라 하고 또 하나를 별채라 한다. 본채 1층에는 주방과 다이닝 그리고 다용도실을, 1.5층에는 부부 침실과 화장실을 두었고, 2층에는 가족실과 방 그리고 욕조가 있는 화장실을 배치했다. 별채는 작업을 위한 공방이자 이웃과의 회합을 위한 공간, 손님맞이용 공간으로 사용되므로 대문을 통하지 않고 곧 바로 출입할 수 있으며, 신발을 신고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신발을 신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는 작업실과 손님방, 화장실, 그리고 다락방이 있다.

△ 마당에서 바라본 본채의 식당

△ 본채에서 내다본 마당

△ 본채의 식당과 주방

△ 식당에서 바라본 현관

△ 별채에서 내다본 마당

△ 별채 2층에서 내려다본 작업실 모습

위에서 바위를 비유했듯이 두 채의 외부는 금속재료로, 내부는 부드러운 목재로 마감했다. 또한 사이 정원과 마당의 채광, 본채 2층에서의 조망과 채광을 위해 본채와 별채 지붕의 고저를 엇갈려 두었다.

처음 건축주에게 채가 나뉜 집을 제안 했을 때 단번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신발을 신고 본채와 별채를 넘나드는 것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긴 시간 동안 설명과 설득이 이어졌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마당을 사이에 둔 채 나눔 생활 방식은 비합리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선물하고자 했던 마당은 단지 바라보는 정원,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닌 생활하는 공간 중 하나였다.

우리는 집이 集(모일 집)이라 주장하기에, 마당은 집이라는 사슬을 만드는 고리이자 구심력을 가진 공간이라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집이 더 이상 집이 아님을 깨닫게 된 이유도 있다. 건축주 또한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하며 설계 초기에 했던 채 나눔에 대한 고민이 괜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모두에게 만족을 준 이 집이 아이들의 이름에서 따서 지은 이름 대로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집‘ 상상락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