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회현리는 남한강과 흑천이 만나는 곳으로, 북쪽으로 용문산, 서쪽으로 양자산, 동쪽으로 주읍산, 남쪽으로 개군산에 둘러싸여 있다. 주말이면 일상을 벗어나 도시가 허락하지 않는 느림과 여유를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그러한 이유로 건축주는 집을 지을 장소로 회현리를 택했고, 우리는 이 집이 회현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기를 바랐다.
마당 많은 집이 위치한 양평 회현리. 사면이 산에 둘러싸인 곳이다. ⓒfig.architects
설계를 위해 회현리에 처음 방문했을 때, 골짜기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돌을 캐서 낮은 곳부터 석축을 쌓아 수십 개의 주택 부지를 조성하고 있었다. 이 집은 골짜기의 북사면 중턱, 공사 현장의 경계에 있었다. 석축 너머에는 원래 지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석축을 쌓아 부지를 조성했다. ⓒfig.architects
주로 주말에 사용하는 세컨드 하우스로 쓰일 거라 집의 규모는 크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생활의 모습은 풍성했으면 했다. 거실, 침실, 주방, 식당에서 하는 기본적인 생활 외에도 집 내부와 외부에서 할 수 있는 많은 활동을 담고자 했다. 자연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 산책할 수 있는 공간, 마을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채소를 기를 수 있는 공간, 불을 쓸 수 있는 공간 등 담고 싶은 공간이 많았다.
다양한 활동을 담은 집이 되었으면 했다. ⓒYoungchae Park
우리는 땅 전체를 활용하여 집을 설계하기로 했다. 우리의 관심은 늘 ‘땅’과 ‘사람’이다. 땅을 가치있게 쓰고 다양한 생활의 모습을 담은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건축주와 협의하면서 필요한 공간들을 파악하여 정리하고, 향과 전망, 도로와 상하수도 체계, 석축의 높이와 원래의 지형, 인접 대지의 상황 등 땅이 가진 조건과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집을 구획하고 앉히기에 앞서 공간을 합리적으로 배치해 나갔다.
1층 평면도 ⓒfig.architects
경사진 진입로를 통해 올라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히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진입 마당을 두는 것으로 집의 공간 배치를 시작했다. 곁에는 햇볕을 피해 가볍게 쉴 수 있는 그늘도 함께 계획했다. 지형이 낮아지는 남쪽 자리에는 텃밭을 두었다. 함께 쓸 수 있는 작업공간과 다용도실, 주방은 가까이 있어야 했다. 텃밭의 작업공간과 진입 마당의 파고라 사이에는 전이 공간으로써 안마당이 필요했다. 전망이 열리는 서쪽 코너에는 바깥마당을 배치했다. 바깥마당 너머로는 회현리의 풍경과 멀리 양자산이 보인다. 북쪽에는 정원과 마루, 한실이 놓였다. 가장 정적인 공간이다. 거실은 땅의 가운데에 두었다.
경사진 진입로를 따라 올라오면 만날 수 있는 진입마당. 사람의 손길이 닿는 현관은 적삼목으로 마감했다. ⓒYoungchae Park
남쪽에 조성한 텃밭. 작업공간과 다용도실, 주방을 텃밭 가까이에 배치했다. ⓒYoungchae Park
남쪽 텃밭에는 하루종일 볕이 잘 든다. ⓒYoungchae Park
전벽돌 담장 너머로 보이는 집. 구상나무 뒷편에 자리잡은 한실은 집에서 가장 정적인 곳이다. ⓒYoungchae Park
내부에서 본 바깥마당. 회현리 풍경과 멀리 양자산이 보인다. ⓒYoungchae Park
정원과 통하는 한실과 마루 ⓒYoungchae Park
한실과 마루. 저녁이면 한실은 마당의 조명이 된다. ⓒYoungchae Park
1층 거실공간 ⓒYoungchae Park
1층 거실과 연결되는 식당 ⓒYoungchae Park
실내에서도 외부공간을 느낄 수 있다. ⓒYoungchae Park
2층을 오르는 계단은 진입 마당과 한실 사이가 적합했다. 한 바퀴 돌아 올라가며 집의 모든 공간을 마주칠 수 있고 멀리 용문산도 볼 수 있는 자리다. 2층에 오르면 석축 위 원래의 지형과 가까워진다. 옥상정원은 먼 풍경과 가까이 있는 숲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옥상정원에서 다리를 건너듯 넘어가, 원래의 지형에 가까이 다가가 숲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2층 전실의 창가. 옥상마당 너머의 멀리 양자산 자락이 보인다. ⓒYoungchae Park
옥상마당 ⓒYoungchae Park
땅에 적절히 공간을 배치한 다음 채광, 환기, 단열, 난방, 동선 등을 고려해 벽을 세우고 지붕을 덮고 실내외를 구분하니 비로소 집이 되었다. 집이 땅 전체에 펼쳐져 마당을 구획하기도 하고 마당이 아늑하게 집을 두르기도 한다. 실내외의 모든 공간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의미를 갖는다. 마당과 석축, 풍경에 둘러싸여 있으니 집에 더 이상의 꾸밈은 필요하지 않았다. 콘크리트로 구축한 모습 그대로 집의 형태가 되고 재료가 된 것이다. 실내에서는 집의 구축이 느껴지도록 콘크리트를 드러냈고, 불을 쓰는 곳에는 전벽돌로,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에는 적삼목으로 최소한의 마감을 했다.
북동측 전경, 형태감이 느껴지는 콘크리트 마감이다. ⓒYoungchae Park
북서측 전경. 콘크리트벽이 노을빛으로 물든다. ⓒYoungchae Park
디자인 Design 피그 건축사사무소 fig.architects
책임 건축가 Architect in Charge 김대일 Daeil Kim, 김한중 Hanjoong Kim, 이주한 Juhan Lee책임 디자이너 Designer in Charge유지민 Jimin Yoo, 김동현 Donghyun Kim
건물 위치 Location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Yangpyeong-eup, Yangpyeong-gun, Gyeonggi-do, Korea
건축 형태 Type 신축 New-built
건축 용도 Programme 단독주택 Single Family House
대지 면적 Site area843㎡
건축 면적 Building area 145.22㎡
연면적 Total floor area 144.46㎡
규모 Building scope 2F
건폐율 Building to land ratio 17.23%
용적률 Floor area ratio 17.13%
주요 구조 Main Structure 철근콘크리트 RC
시공 Construction 우리마을 E&C(주)
외장 마감재 Exterior finish노출콘크리트 Exposed Mass Concrete, 적삼목 Redwood
구조 Structural engineer 터구조 Teo Structure
사진가 Photographer 박영채 Youngchae Park
글 & 자료. 피그 건축사사무소 fig.architects
출처 브리크매거진 magazine.briqu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