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후면으로는 아늑한 산자락이, 전면으로는 건축주가 오랜 기간 일궈온 논밭이 펼쳐지는 시야가 탁 트인 대지였다. 이 지역 토박이인 건축주 부부에게는 이번이 생애 두 번째 주택이었다.
ⓒHoonkoo Lee
첫 주택을 짓던 40여년 전에는 건물의 배치에서부터, 각 방의 향과 뷰, 그리고 주변의 조경들까지 모두 꼼꼼하게 계획해 손수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첫 미팅을 하러 현장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집 앞에 넓게 펼쳐진 논 중앙에 일하다가 쉴 수 있도록 가꿔 놓은 소나무 한그루였다. 넓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주택 진입로에 있는 제각기 다른 모양의 석재들, 마당의 식재 하나하나, 뒷산의 나무들까지 집 주변 곳곳 건축주 내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가꾸어온 집에서 어느덧 세 명의 자녀를 출가시킨 부부는 정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너무 낡아서 불편해진 기존의 한옥을 철거하고 같은 자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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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를 시작하면서 건축주로부터 전달받은 요구사항은 두 가지로,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첫 번째는 기존 집의 레이아웃을 최대한 유지하되 남향일 것. 두 번째는 충분한 길이의 처마를 갖되 뒷산의 능선과 어울리는 형태일 것이다.
자녀들은 새집을 마련하는데 이왕이면 2~3층으로 높여 면적도 넓히고 전망도 멀리 볼 수 있게 하자고 권유했으나, 건축주 부부는 앞뒤로 펼쳐진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한옥의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단층집을 선택했다.
ⓒholidaylab design studio
이같은 요구사항에 우리는 우선 기존의 ㄷ자 한옥을 일자로 펼쳐 각 실들이 마당, 즉 남측을 향할 수 있게 배치했다. 초기 매스 디자인 단계에서 나즈막한 뒷산에 어울리는 지붕선에 대해서는 건축주와 약간의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의 실 조닝에 맞추어 지붕의 단차를 생성, 가시적으로도 높낮음의 리듬감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했다. 이는 집이 좀 더 웅장해보이면서도 앞뒤로 펼쳐진 자연경관과 조화로운 형태를 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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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내부는 크게 3개의 조닝으로 구성되었다. 현관 및 안방, 거실 및 주방, 서예실 및 게스트룸의 세 조닝으로 구분해 마당을 향해 나란히 배치했다. 어르신들이 낮시간 농사일을 하며 집을 들락거리기 편리한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또한 현관에서부터 복도를 따라 방까지 주욱 걷다보면 좌측으로 연속적인 논밭의 장면이 이어지는데, 그에 따라 각 실의 창을 모두 크게 내고 전면으로는 여닫이 창호를 최소화 해서 채광과 뷰 모두 집안 깊숙히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자녀들과 지인들을 위해 집의 한편으로 2개의 게스트룸을 요청했는데, 이곳에는 별도의 욕실과 미니테라스를 두어 편리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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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배치개념이 어느 정도 정해진 뒤부터는 인테리어, 즉 삶에 맞닿는 공간의 분위기와 세부 기능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섬세한 성격의 어머님은 집안의 조도며 책상과 주방가구의 높이 등 원래 거주하고 계셨던 집의 디테일한 치수들을 모두 기록해두셨다. 새로지은 집이 혹여나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시거나, 싱크대가 젊은 사람들에 맞춰져 지나치게 높거나, 농사 장비나 작물 보관 등의 동선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두셨다. 덕분에 실내공간 계획에 앞서 충분히 두 분의 사용에 적합한 기능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는 또 건축의 외관 비례나 치수에도 일부 반영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집안 모든 공간이 각각의 쓰임과 기능에 알맞는 스케일과 밀도로 짜여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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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오랜 취미인 어머님의 서예실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화선지와 붓의 규격에서부터 종류별 적재 방식, 서예 작업 순서에 따른 책상 배치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거쳤고, 혼자 쓰시기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작업실을 계획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격자 창호 미닫이 도어와 내부 벽의 몰딩 마감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내었고, 작업할 때에 그림자가 화선지 위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안은 간접 조명과 벽 조명만 적용했다. 책상 너머로 보이는 너른 자연이 마치 한 폭의 액자 같아서 시공 중에도 가장 기대가 되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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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을 위해서는 한창 걸음마를 떼고 있는 둘째 손주를 위해 거실 전면에 길고 낮은 수납벤치를 제안해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가급적 너무 새집 같은 느낌이 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반영해 실내 마감재는 밝고 군더더기 없는 색상과 패턴을 적용하고, 밝은 오크 색상의 포인트 재료가 집안 곳곳을 은은하게 채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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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Design 홀리데이랩 디자인 스튜디오 HOLIDAYLAB DESIGN STUDIO
책임 건축가 Architect in Charge 안지현 Jihyun Ahn (홀리데이랩 디자인 스튜디오), 박우영 Wooyoung Park (에이노마드 건축사사무소)
건물 위치 Location 충청남도 서천군 서천읍 두왕리 Duwang-gil, Seocheon-eup, Seocheon-gun, Chungcheongnam-do, Korea
건축 형태 Type 신축 New-built
건축 용도 Programme 단독주택 Single Family House
대지 면적 Site area 964.00㎡
건축 면적 Building area 158.84㎡
연면적 Total floor area 146.48㎡
규모 Building scope 1F
건폐율 Building to land ratio 16.48%
용적률 Floor area ratio 15.20%
주요 구조 Main Structure 경량목구조 Light Weight Wood Frame
시공 Construction T&T housing
외장 마감재 Exterior finish 롱브릭 타일 (외장) / 무소음 징크 (지붕)
완공 연도 Year completed 2022
사진가 Photographer 이훈구 Hoonkoo Lee
에디터. 정지연 글 & 자료. 홀리데이랩 디자인스튜디오
출처 브리크매거진 magazine.briqu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