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있는 가족을 위한 집으로 도시 외곽에 새로 개발된 주거지구에 자리한다. 서쪽으로는 다른 주택들과 마주하며 동쪽으로는 산기슭에 면해 있다.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진 산기슭을 따라서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하루 중, 특히 새벽녘 집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감상하는 숲의 경치는 그림 같은 배경의 역할을 한다.
대지는 남쪽을 향해 완만한 오르막을 이루며 건물은 ㄴ자형으로 배치했다. 뒤편에는 안마당이 위치하고 바닥 대부분은 콘크리트로 포장됐다.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나 야외 식사 및 주차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가운데 있는 원형 화단에는 그래스류를 심어서 집 안팎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숲의 풍경을 빌려오고자 했다. 그래스는 안마당 주변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흔들리고, 섬세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콘크리트 포장의 단조로움을 누그러뜨린다.
이 건물의 모놀리식한 특징은 흰색 석재의 사용과 디테일로 구체화된다. 좁은 간격의 오픈 조인트 시공을 외벽뿐만 아니라 처마에도 적용했다. 석재 패널의 하단부는 바닥까지 연장되는 대신 지표면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는 건물 볼륨을 지표면에서부터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기하학 형태를 더욱 강조해준다. 또한 바닥과 지붕의 가장자리는 얇은 금속 마감재로 처리해 윤곽선을 표현했다.
건물의 주 입면은 서쪽 도로를 향한다. 건물을 도로 쪽 경계선에 가깝게 배치하여 좁은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집을 실제 모습보다 약간 더 커 보이도록 했다. 서쪽 입면에는 원형창만 남기고 대부분의 창과 문은 건물의 다른 면에 계획했다. 의도적으로 단순화하고자 한 것이다.
주 입면의 석재 표면은 반복된 대각선 패턴으로 인해 재질감을 드러낸다. CNC선반으로 깎은 석재는 입면 전체를 가로질러 재료의 특성과 함께 정면성을 강조한다. 대각선 방향의 텍스처 사이에는 잘린 원뿔 형태의 창호가 삽입되어 시선의 중심이 된다. 두 편심원 사이를 연결하는 선형 곡면이 벽 두께에 걸쳐 있으며 실내에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기하학적인 인상을 준다.
ⓒKK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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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출입구는 남쪽 입면에 깊숙이 위치한다. 현관은 건물로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장소로 내외부를 연결하는 만화경과 같은 전이 공간이다. 물리적으로 둘러싸인 좁은 면적이지만, 양옆의 거울과 앞쪽의 반사 유리면에 의해 경계가 모호해지고 시각적 경험이 증폭된다. 바닥은 어두운 광택을 가진 석재로 마감되어 마치 반사되는 표면이 수직으로 확장되는 듯한 효과를 낸다. 이곳은 또한 밝은 톤의 재료와 비대칭적인 외부 형태에서 벗어나는 장소다.
현관을 지나면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함께 1층에 있는 긴 직사각형의 열린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장소다. 동쪽으로는 큰 통창이 있어 시선을 주방으로 이끌고 그 너머의 숲을 조망할 수 있다. 부드러운 자연광이 들어오는 아일랜드 테이블은 마치 종교의식을 위한 제단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실내 공간의 중심이 된다. 바쁜 가족의 일상이 시작되어 아이들이 활기를 불어넣기 전이면 이곳에서 아침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주택 디자인은 1층에 있는 직사각형의 열린 공간에서 시작됐다.
열린 공간은 주방 외에도 식당, 거실, 그리고 음악 연주용으로 사용된다. 시각적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경우에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벽에서 벽까지 이어지는 반투명 리넨 커튼을 사용하여 영역을 일시적으로 나눌 수 있다. 커튼은 모터로 작동되며 벽 속 수납장에 숨겨져 있다. 작동 시에는 좁고 긴 슬릿을 통해 빠져나온다. 이 커튼은 파티션으로 기능하여 손님을 위한 응접실 영역을 만들기도 하고, 공연자를 위한 무대 같은 분위기로 기대감을 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음악 연주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될 때는 옆에 붙은 작은 레슨실과 연결된다. 1층의 북쪽으로는 보조 주방과 팬트리, 냉장고, 보일러실, 창고, 욕실 등의 서비스 공간이 일렬로 배치되어 이웃집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한다.
해 질 녘이면 서쪽 원형창을 통해 석양이 스며든다. 창 바로 아래쪽에 있는 계단의 대각선은 반대쪽 외벽을 가로지르는 석재의 사선 방향 텍스처와 대응된다. 위층에는 아이방, 안방, 욕실 같은 개인 공간을 밀접하게 배치했다. 욕실은 복도 끝에 위치하며 큰 욕조 위의 대형 창문에 이르러 정점을 이룬다. 주로 열린 상태로 사용하는 욕실의 포켓 미닫이문 덕에 긴 복도를 따라 시각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끌리게 된다. 테라스, 안방, 욕실은 모두 동쪽을 향하고 있어 다시 한 번 다른 높이에서 숲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테라스는 부분적으로 덮여 있으며, 마당이 내려다보인다. 테라스의 난간은 경사진 지붕선 구조를 강조하면서 외부 전망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두 번째 계단은 꼭대기 층인 다락으로 이어지는데, 낮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밤에는 조용한 독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공간 바로 너머에는 변화하는 가족의 필요를 위한 대형 수납공간이 있다. 천장은 외부의 기하학적 형태가 내부로 반영되면서 건물의 전체적인 모양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글 김기원, 노서청 / 진행 한가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KKKL 건축사사무소(김기원, 노서청)
설계담당 박내정
위치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19.8㎡
건축면적 125.38㎡
연면적 196.4㎡
규모 지상 2층
주차 2대
높이 8.99m
건폐율 39.21%
용적률 64.4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석재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벽지
구조설계 텐구조
기계,전기설계 천일이앤씨
시공 무일건설
설계기간 2021. 2. ~ 10.
시공기간 2021. 10. ~ 2022. 9.
조경설계 이한송
김기원
김기원은 KKKL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다.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한국건축사이자 미국건축사다. 보스턴의 리어스 와인저펠 어소시에이츠와 도쿄의 마키 후미히코 사무실(마키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를 거쳤다. 연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학 학위를 받았다.
노서청
노서청은 KKKL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다. 고려대학교 겸임교수이며 뉴욕의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와 도쿄의 마키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를 거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각각 기계공학과 건축학 학위를 받은 미국건축사이자 LEED AP BC+D다. 이 둘이 설립한 KKKL 건축사사무소는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경기도건축문화상, 아키타이저 A+어워드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글 김기원, 노서청
사진 최진보(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KKKL 건축사사무소
진행 한가람 기자
출처 SPACE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