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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이야기

묘각형 주택

작성자목기연|작성시간23.07.13|조회수105 목록 댓글 0

맥락이 부재한 땅
처음 동천동 땅을 방문했을 때 땅 주변은 토지 조성을 위한 토목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각종 중장비들이 오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 겨우 윤곽을 드러낸 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그러하듯 건축을 고민하는 첫 출발은 땅을 통해 그 주변을 이해하고 적절한 개입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건축을 수행하며 땅에 기대었던 나름의 원칙들은 이제 막 개발된 주택 단지 안의 토지 위에서는 적용이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주변의 주택 단지들이 조성을 마친 터라, 우리가 작업할 땅 주변도 1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Kyung Roh

 

땅 계약을 마치고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는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땅을 한 곳 보여주었다. 이 자리는 땅을 구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선택지에서 얼마간 빗겨나 있던 곳인데, 그 이유는 이전에 개발된 주택 단지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의 두 면은 과거 지어진 집들과 붙어 있었고, 다른 한 면은 도로였다. 그러므로 적어도 네 면 중 세 면은 건축을 진행하며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최종적으로 이 땅이 주어졌다. 

ⓒKyung Roh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단지에 건축을 완성하는 일은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모든 집들이 같은 출발선에 서서 시합을 시작하는데 경주마가 눈가리개를 하고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당장 내 옆의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더 박차를 가해 남들보다 빠르게 집을 짓는 것이 좋은지 혹은 주변에 들어서는 건축물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중에 짓는 것이 좋을지.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엇이 좋다는 답을 선뜻 내리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판교의 주택 단지가 그러하듯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부분의 집들이 이웃집을 등지고 내향적으로 생활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시간이 누적되어 집집마다 서로의 여백을 보완하며 조성된 자연스러운 마을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와중에 다행인 점은 동천동의 주택은 도시의 주택 단지와 다르게 건폐율이 20%로 제한되어 있어 필수적으로 건축의 면적에 비해 마당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집들이 동시대의 주류 건축 기술에 기반해 건설되었다는 유일한 공통점만 가지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 밀도가 조절되어 그 충격을 완화해 주고 있다.

ⓒKyung Roh

 

오각형
집의 평면은 오각형이다. 오각형은 다각형 중 모든 모서리를 둔각으로 만들 수 있는 도형이다. 이전에도 소규모 주택을 설계하며 오각형의 평면을 몇 차례 고안한 적이 있다. 가장 처음으로 오각형의 평면을 적용한 집은 첫 작업인 오솔집이었다. 당시 건축주의 주요한 요구사항은 아이들이 집 안에서 맘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막다른 공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직각이 없는 모든 모서리가 둔각인 오각형의 평면을 제안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첫 집들이의 기억은 끝없이 공간을 오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다.

 

1층 평면도 ⓒB.U.S Architecture

 

집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모서리에서도 직각이 없다는 점은 결국 낭비되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가구와 가전 그리고 시스템화된 붙박이장 등이 직각의 벽을 전제로 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집에 둔각 모서리를 제안한 이유는 부드럽게 열려 있는 끝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집뿐 아니라 동네 골목길에서의 경험을 상상해 보아도 직각의 모서리보다 둔각의 모서리를 만났을 때 좀 더 열린 벽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이는 공동주택이 아닌 지면과 만나게 되는 단독주택의 환경을 땅과 연계해 연속적인 경험으로 치환하는 데 꽤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조경가인 아내는 다른 조건의 볕이 드는 마당이 필요했고, 남편 또한 80%의 외부공간을 하나의 통합된 마당이 아닌 여러 세분화된 목적에 맞춰 사용하길 원했기 때문에 오각형의 배치를 통해 자연스레 마당을 나누었다.  

ⓒKyung Roh

ⓒKyung Roh

 

고양이와 사람
묘각형 주택에는 망고와 탱고 두 마리 고양이와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집을 설계하던 첫 시점부터 고양이와 사람이 어떻게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지가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였고, 집사들로부터 두 고양이의 성격과 필요한 공간의 기능들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망고는 수줍음이 많아 여러 번 방문하였음에도 그 모습을 몇 번 볼 수 없었지만, 탱고는 성격이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아 꼭 한 번은 집을 방문한 낯선 사람을 확인하러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Kyung Roh

 

우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해 왔는데, 그 경험에서 느낀 점은 고양이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각 고양이의 행동양식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성격 차이가 있고 그 개별적인 특성에서 발생하는 특이점 때문에 각 고양이마다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고양이가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를 들고 섣부르게 고양이의 특성을 특정해 공간에 대입하려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한다.

ⓒB.U.S Architecture

 

이러한 개별적 성격의 차이에서 생기는 변곡점을 고려하더라도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면 화장실과 옷 관리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화장실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고, 뿜어내는 털을 적절하게 차단할 수 있는 접근이 제한된 드레스룸을 만드는 것은 모든 집사들이 공통적으로 설계 시 요구하는 사항이다. 그 외에도 이 집에선 두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창문과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큰 창 뒤로 간살의 목재 창을 두어 안전하게 외부와 만날 수 있게 했다. 다만 고양이들이 이 공간에서 살아가며 보인 몇몇 예상치 못한 행동들은, 결코 이들이 사람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결국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Kyung Roh

 

동그란 계단
집은 건폐율 20%를 적용해 한 층당 15평씩 세 개 층으로 구성했다. 거실과 침실 그리고 작업실이 세 개의 층에 각각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도 하루 중 여러 번 수직 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수직 이동의 경험을 부드럽고 완만한게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며 집의 계단을 수차례 수정해 현재의 계단 형태로 완성했다. 오각형의 평면을 고르게 둘러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모서리의 지점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곡면의 벽으로 연속된다. 계단의 출발점에서 끝 지점이 교묘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너머에서 흘러들어오는 자연광이 해의 위치 변화에 따라 벽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강도가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Kyung Roh

 

집의 가장 우아한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계단을 통해 만나는 빛이 물든 부드러운 면의 질감을 느끼는 때일 것이다. 또한 이 계단을 중심으로 1층과 2층은 열려 있으며 어디 숨어있을지 모르는 고양이와 계단을 통해 매번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도 계단 뒤에 머리를 빼꼼 내밀어 새로운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탱고를 만나는 일은 이 집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를 행복한 감정으로 이끄는 기다림의 순간이다.

ⓒKyung Roh

ⓒKyung Roh

ⓒKyung Roh

 

디자인 Design  비유에스아키텍츠 B.U.S Architecture

책임 건축가 Architect in Charge박지현 Jihyun Park, 조성학 Seonghak Cho, 우승진 Seungjin Woo디자인팀 Design team차승훈 Seunghoon Cha

건물 위치 Location  경기도 용인시 고기로 Gogi-ro, Yongin-Si, Gyeonggi-do, Korea

건축 형태 Type 신축 New-built

건축 용도 Programme 단독주택 Single Family House

대지 면적 Site area  258.00㎡

건축 면적 Building area  51.45㎡

연면적 Total floor area  215.51㎡

규모 Building scope  3F, B1

건폐율 Building to land ratio  19.94%

용적률 Floor area ratio  56.67%

주요 구조 Main Structure 목조구조 Wood Frame

시공 Construction  건축주 직영

외장 마감재 Exterior finish노출콘크리트, 아연골강판, 적삼목

내부 마감재 Interior finish석고보드위 수성페인트, 마모륨, 원목마루

구조 Structural engineer  금나구조엔지니어링

기계 Mechanical engineer  GM엔지니어링

조경 Landscape  서울가드닝클럽

완공 연도 Year completed  2021

사진가 Photographer  노경 Kyung Roh

 

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B.U.S Architecture

출처 브리크매거진 magazine.briqu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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