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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내파

작성자石박사|작성시간23.07.07|조회수83 목록 댓글 0


《치명적 내파》

사고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싶었습니다.
뭔가 만화나 공상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111년 전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관람하기 위해 나선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소식을 들으면서도 그래도 구조가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4000미터 깊이의 바다로 들어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4000미터라는 믿어지지 않는 바다의 깊이와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그럴수록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으리라 여겨졌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심해로 내려갈 생각을 하며 그 잠수정에 탈 생각을 했을까 싶었던 것이었지요.
사고 시 96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산소가 잠수정 안에 있다는 사실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했습니다.
96시간이 다 흘러가기 전에 어디선가 구조가 되어 심해 잠수정 여행이 위험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가벼운 생각도 지나갔습니다.

막연하지만 구조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하게 했던 것 중의 하나는 관람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었습니다.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보기 위해 지불한 관람료는 일 인당 3억 2천만 원 가량이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받는 일을 누가 허술하게 할까, 이중 삼중의 대안이 있겠지 싶었던 것입니다.

탑승자 5명 중에는 영국의 억만장자도 포함이 되어 있다니 모험을 선택하며 그가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구조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했던 일이 있습니다.
사고를 접한 세계 각국에서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구조에 나섰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첨단 초계기를 띄웠고, 수중음파탐지기를 동원했습니다.
타이탄 호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듯한 소리도 들었다니, 머잖아 생존자들의 생존담을 들을 수 있겠다 싶었던 것입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이 타이탄에 탔던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성급한 기대까지 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해진 결과는 그런 생각과 기대가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확인시켜 줍니다.
수색과 구조 활동을 벌여온 미 해안경비대 존 마우거 사령관은 타이태닉에서 약 490m 떨어진 곳에서 타이탄 기체 꼬리 부분의 원뿔형 구조물 등 잠수정 잔해물 5개를 발견했으며, 이를 근거로 잠수정 탑승객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문가는 타이탄의 선체가 심해의 강한 압력을 견디지 못해 치명적 내파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을 했습니다.
내파란 외부 압력에 의해 구조물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폭발은 힘이 외부로 향하는 반면 내파는 내부로 향하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소유와 지혜로 자연을 무시할 때,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 내파임을 아프게 새깁니다.

[글쓴이 : 한희철목사 / 정릉감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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