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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한바탕 꿈

작성자石박사|작성시간23.07.18|조회수88 목록 댓글 2


《한여름의 한바탕 꿈》

중국 당나라 때, 노생盧生이라고 하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노생은 ‘한단’이라는 지역으로 볼 일을 보러 갔다.
가는 길녘, 잠시 주막에 들어갔다가 그 주막에서 신선도를 닦는 여옹呂翁을 만났다.
잠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노생은 인생 선배인 여옹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고달픈 삶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여옹이 말했다.

“여보게 이제 그만 말하고, 내 목침을 베고 잠깐 눈을 붙이게.
나는 그동안 밥을 짓겠네.” 노생은 장시간 동안 걸어왔던지라 여옹의 권유에 목침을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후 노생의 인생이 바뀌었다.
노생이 응시한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해 황제에게 큰 상을 받고, 벼슬길에 올랐다.
점차 세월이 흘러 노생은 권력을 쥐게 되었고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갖게 되면서 여러 첩까지 거느렸다.
그러다 정치 당쟁에 휘말려 역적으로 낙인찍혀 모든 것을 다 잃고, 낙향했다.
너무도 상심해 자살하려고 했으나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 차마 실행하지 못했다. 다행히 사형은 면해 멀리 귀향을 갔다.
몇 년 뒤에 다시 복권되어 정치를 시작했으며, 몇 년 후 다시 높은 지위까지 올랐다.
이렇게 인생을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80세까지 살았다.
마침내 죽음에 다다라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찰나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게 일어나게나.
밥이 다 되었으니, 밥 먹읍시다.”
노생이 놀라 눈을 번쩍 떠보니 여옹이 밥상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80년생이 밥 짓는 사이였다.
곧 노생의 한바탕 꿈이었다.
이 이야기가 한단지몽邯鄲之夢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의 이야기와 같은 소설이나 이야기도 많다.
<구운몽>이라는 소설도 앞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불교에서 ‘모든 것이 무상’이라는 진리가 있다 보니 앞의 노생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한순간 번쩍하는 번갯불 같고, 아침에 잠깐 머물렀다 사라지는 이슬 같으며, 파도쳤을 때 생기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인생이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고 해서 함부로 살거나 흥청망청 방탕하며 살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법구경>에 ‘소치는 목동이 채찍으로 소를 몰아 목장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처럼 죽음이 중생의 목숨을 (저세상으로) 몰고 간다.’고 하였다.
재물에 욕심만 부리다 삶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고 죽음에 떠밀려가지 말라는 것이다.
또 명예를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까지 얻어 살지만, 자칫 욕심부렸다가는 폐가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경주 최씨 집안이 400년간을 부를 누렸는데, 그 가문의 수칙 중에 하나가 ‘절대 진사 이상은 벼슬하지 말라.’는 것이 있다.
지혜로운 집안이다.

재물이나 명예 또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어진 것들이요,
잠깐 갖고 있다가 놓고 떠날 것들이다.
한단지몽은 잠깐의 짧은 생을 살면서 무상無常을 마음에 새기고, 인생을 값지게 살라는 것이다.
또한 남부럽지 않은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욕심내지 말고, 많은 이들에게 덕을 베풀고 살라는 의미이다

[글쓴이: 정 운 스님/ 니련선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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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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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병규- | 작성시간 23.07.18 오랜 수도를한 정운 스님의 좋은 글을 옮겨주신 석박사님 감사 합니다
    가슴에 품겠습니다
  • 작성자한수야 | 작성시간 23.07.20 정운 스님의 ~아름다운 글에 한 참을 머물다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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