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저녁 나는 모르는 전화 한통을 받는다.
[여보세요?]
[지기님...저 000인데요.]
[아! 네에...이야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하하참! 그래 어디십니꺼?]
[저 대구에 왔어요. 언니집에 볼일이 있어서 어제 왔었어요.]
[아...그러시구나..그래 저녁은 드셨습니꺼?]
[에이...밥은 됐구요..한잔 해요..술한잔 사주실거죠?]
[네에...그러지요. 뭐! 그럼...어느 동네에 계십니꺼?]
[네..여기가 대구호텔앞인데요.]
[아..가깝군요..제가 그리로 일단 차를 몰고 가겠습니다..지금이 6시38분이군요. 으음...7시10분쯤 대구호텔앞에서 뵙지요.]
[네.]
작년에 딱 한번 모임에서 만난적이 있는 여성회원이었다. 그것도 대구에서 아주 먼거리에 사는 분이셨다.
카페에는 거의 잘 들어오시지않는분이다. 잊어버릴만하면 가끔씩 살짝 카페를 둘러보고 나가시는분이었다.
과거에 한번 이혼한 경험이 있고 새롭게 만난 남자분과 동거를 하고 있다는 근황정도만 안다.
아무튼 내카페 여성회원분인데..연락이 온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술아니라 더한것도 대접을 해야하는게 예의고 도리인것이다.
마침내 나는 그분을 만나서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아이고! 조진복이 잊아뿐줄알았더니 그래도 기억해주시니 너무 고맙심데이...하하!]
[지기님...작년엔 벤츠[택시]몰고 다니시더니 많이 발전하셨어요...호호!]
[에이...놀리지마이소. 발통이야 아무렴 어떻습니꺼? 어여 타세요. 날씨가 많이 춥습니더.]
[그래...뭐 좋아하십니꺼?]
[성질 급하신건 여전하세요. 호호! 소주에는 깔끔하게 회가 좋지않나요?]
[그랍시더..하하! 그라마 출발합니데이..부산 태종대로 바로 갑니데이.]
[피! 그 멘트 작년에도 들었잖아요. 하여간!]
[알겠습니더..가까운 동네횟집으로 가겠습니당...하하!]
[또 한마디 하셔야죠?]
[하하하하! 술은 마음껏 살테니 지발 빤스는 벗어라카지마이소..요말보고 카지예?]
[네에..근데요? 오늘은 벗어야 되겠는데요. 호호호!]
[아이고! 빈말이라도 심장떨리는 소리는 하지마이소...하하!]
그렇게 농담도 던지며 근황을 서로 물으며 송현동횟집까지 윤활류를 바른것처럼 매끄럽게 다가갔다. 근디 일년전보다 이분이 너무 얼굴이 상하고 말랐다. 무슨 일일까!
주차장이 없는 자그마한 횟집이라 차를 정당한곳에 주차하곤 횟집으로 들어가는데 손님들이 내쪽을 한번씩 다 쳐다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이 간분의 미모가 장난이 아니기때문이었다.
횟집사장은 평소에 잘아는 형인데 회를 열심히 썰다가 멈짓 나와 옆의 분을 한참 쳐다본다. [어허 칼에 손 벨라 대강 봐라!]
술상이 차려졌다.
나는 이분에게 먼저 술을 따른다. 그리고 한잔 받는다.
[편하게 마이 잡수이소 알았지예?]
[지기님은 결혼 안하세요?]
[하하..능력이 없습니다. 올라카는 여자도 없고! 아따참! 화제를 와 그쪽으로 갑니꺼? 쪽팔리구로!]
[뻑허면 카페에서 산골소녀님한테 결혼하자고 메달리면서?]
[하하하참...그게 농담으로 카는거지...여태 저 산골소녀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또 얼굴보여 줄일도 만무허고!]
[솔직히 외롭기도 하세요?]
[아입니더. 한개도 안 외롭심더. 우리 회원분들이 얼마나 많으신데 외롭고 할 시간이 어디십니꺼?]
[치이...거짓말쟁이! 지기님은 보기보다 박력이 없으세요. 오늘 약간 실망! 자! 그런 의미에서 한잔 박치기!]
나는 여기서 이분의 눈을 훔치듯 쳐다보고 만다. 이글거린다. 뭔가 쫓기는듯한 초조감이 물씬 느껴진다. 일년전의 모습은 전혀 아랑곳없다. 뭔가 변화가 크게 온것같다. 동거남과 헤어진것일까! 속단할순 없다. 물어보는것은 큰 결례다.
여자의 눈빛을 3초이상만 쳐다보면 나의 뇌리는 동요한다.[안이쁘면 절대 눈을 오래보지않는법]
[지기님..남자의 마음은 저금통장과 아마 같을걸요.]
[..................?]
[내 남자 있잖아요. 돈이 어느정도 모이니까 딴 여자를 보는거있죠? 개자식!]
[아....그런일이!]
[저..도망왔어요. 그 자식 꼴도 보기싫어서...]
[어허참...안타깝네요. 우째 그런일이.....]
[난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늦은 나이에 서로 만나서 한번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거던요. 근데 그자식이 한순간에 나의 열망을 앗아가네요. 어떡해요? 지기님? 예?]
나는 갑자기 복병을 만난 기분이다. 가벼우면서도 기분좋게 한잔하나싶었는데 갑작스레 벼랑끝에 선 기분이다. 그래도 표정관리는 필수.
[인연이 아닌 모양이지요 뭐!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힘을 내이소.]
[그렇죠? 호호호! 지기님! 우리 폭탄주한잔 때릴래요? 오늘 취하고 싶어요.]
[예...그러십시요. 제가 마 주무시는데까지 모시다드리겠습니다.]
[오케이! 쨘! 원샷!]
이때 횟집사장이 불쑥 우리 테이블로 회를 조금 더 담아서 다가온다.
[실례합니더..요거좀 잡사보이소..]
[어머! 사장님이세요? 지기님하고 아는구나..멍게같이 생겼당...호호!]
이분이 드디어 혀가 살짝 꼬여있다.
[진복아! 누고? 제수씨가?]
[아이다 형! 그냥 좀.. 아니 아니 잘아는분...하하!]
[사장님! 이분은요 우리 지기님이세요! 카페지기님!]
[카페지기! 거기 뭡니꺼?]
[형! 아무것도 아이다..그런기 있다. 한잔할래?]
한잔하고 대충 자기자리로 가야할 횟집사장은 아예 주방은 형수한테 맡기고 펑퍼져 앉아 도대처 갈 생각을 않는다.[하여간 숫놈들은 그저...이제 내가 객이고 자기들 둘이서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한다.]
[사장님은 올해 몇이에요?]
[아..내예..진복이보다 두살이 많심더.]
여기서 이분이 자기 손가락으로 요리조리 짚는 흉내를 내더니만 대뜸 이런다.
[오빠! 나 있잖아..오늘 많이 속상하거던! 오빠가 나 기분 화끈하게 풀어줄거얌!]
[하하..그라지요 뭐! 뭐던지 말씀만 하이소. 2차는 가요방아입니꺼? 진복이도 오랜만에 보고뭐 2차는 내가 풀로 쏘께예.]
[굿! 오빠 멋있당! 호호호!]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한잔 묵어보자.
[2부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