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마음에 난로 하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이 차가워진다 싶을 때, 혹은 눅눅해진다 싶을 때 불을 피울 수 있는 난로 말이지요.
그러면 어느샌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맑아지겠지요. 난로가 아니라면 화로도 좋겠다 싶습니다. 찬바람이 앵앵 우는 겨울밤, 화롯가에는 늘 식구들이 둘러앉았습니다. 어디서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화롯불에 고구마도 굽고 밤도 구우며 듣는 이야기만은 못했지요. 겨울로 접어들며 날씨가 차가워지고, 날씨 못지않게 세상이 차가워진다 싶으니 생각이 그리로 갑니다.
누가 어디에서 찾아내는 것일까요,
읽으면 참 좋은 이야기들이 수시로 전해집니다. SNS가 주는 부정적인 기능도 많지만, 긍정적인 기능 또한 적지가 않습니다.
날카로운 칼이 강도에게 주어지면 치명적인 흉기가 되지만, 의사의 손에 주어지면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싶습니다.
며칠 전에 만난 아래의 글은 마음속 화로처럼 다가왔습니다.
미국의 사업가인 케네스 벨링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빈민가를 지나가던 중에,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당황하는 벨링을 보고 그의 비서가 빈민가의 사람들이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돌려줄 리 없다며 포기하자고 말했지만, 벨링은 지갑을 주운 사람의 연락을 기대하며 기다려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비서는 “지갑에 명함이 있으니 돌려줄 마음이 있었으면 벌써 연락이 왔을 겁니다.” 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벨링은 계속해서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마침내 전화가 왔습니다.
지갑을 돌려주려고 온 이는 남루한 옷차림을 한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받아든 지갑을 확인해 보니, 지갑에는 잃어버렸던 돈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지갑을 돌려준 소년이 주저하면서 말했습니다. “혹시 돈을 좀 주실 수 있나요?”
그 말을 들은 비서는 그럴 줄 알았다며 소년을 비웃었지만, 벨링은 웃으며 소년에게 얼마가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저에게 1달러만 주시면 돼요.”
1달러가 왜 필요한지를 묻자 “지갑을 주운 후 주인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공중전화가 있는 곳을 찾긴 했지만, 전화를 걸 돈이 없어서 주변 가게에서 빌렸어요.
그 돈을 갚으려고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의 말에 감탄하면서도 의아한 마음이 들어 벨링이 물었습니다.
“지갑에 돈이 있었는데, 왜 그 돈을 쓰지 않았니?” 그러자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그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남의 지갑을 허락도 없이 열면 안 되잖아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비서는 자신이 가졌던 생각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습니다.
소년에게 감동한 벨링은 돈을 돌려준 소년은 물론, 빈민가에서 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세워 뒷받침을 했다고 합니다.
“그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그 한 마디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를 되찾는 길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