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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한파에 그대가 방안에서 등짝이 따뜻할 때

작성자石박사|작성시간24.01.16|조회수80 목록 댓글 0

[무서운 한파에 그대가 방안에서 등짝이 따뜻할 때]

인도 고대 석가모님 부처님 제세시이다. 사위성의 대부호인 바라문 집에 젊은 불가촉천민이 있었다.
그 당시 천민이라고 한다면, 카스트(caste) 계급 제도에서 최하층민이다.
인도는 4계급으로 나뉘는데, 불가촉천민은 계급에도 들지 못한다.
곧 이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축생과 비슷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천민은 고대 우리나라처럼 주인의 재산 목록에 들어가므로 함부로 이동할 수 없다. 젊은 불가촉천민은 주인집에서 몰래 도망 나와 불교 교단에 출가해 비구가 되었다.

이 비구는 열심히 정진해 최고의 수행 경지인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당연히 부처님으로부터 칭찬받았으며, 타의 모범이 되었다.
어느 날, 이 비구는 부처님을 동반해 여러 비구들과 함께 탁발을 나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비구의 옛 주인[바라문]이 그를 알아보고, 부처님께 ‘자기 노비’라며 다시 데려가야 한다고 항의했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가 ‘5온[색수상행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완전한 깨달음[이 비구는 無我 진리를 증득]’을 얻었다고 하면서 ‘다시 바라문 집으로 보낼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인도에서는 신분제도[카스트]가 엄격해 어느 종교에서든 천민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은 출가조차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힘든 삶을 살았다.
부처님께서는 단지 가문과 태생이 좋다고 그를 바라문[여기서는 훌륭한 ‘성자’를 지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즉 인간성이 좋고, 행실[실천수행]이 좋은 자가 바라문이라고 하셨다.
불교 교단에서는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으며, 출가코자 하는 사람은 모두 받아들였다.
법을 청하는 사람이 기녀이든 천민이든 왕자이든 간에 먼저 법을 구하는 사람에게 진리를 말씀해 주셨다.
인도에서 발생한 여러 종교는 전반적으로 계급 제도를 수용하였고, 불교만 반대했다. 이점이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서산 휴정(1520~1604)의 스승인 부용 영관(1485~1571)도 똑같은 경우이다.
영관은 훗날 큰 스님이 되어 주인을 만나 사죄를 드렸을 때, 그 주인은 흔쾌히 면천해주었다.

이 비구 이외에도 계율에 뛰어난 우바리ㆍ니띠 등 천민 출신 비구들이 많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출가 전에 천민이었든 왕족이었든 간에 진리 앞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아무리 천민 출신 사람일지라도 깨달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앞의 이야기들이 옛날이 아니라 현 인도 사회는 지금도 계급 문제로 시끄럽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이런 계급 제도가 없을까?
평등한 대한민국 사회라는 형식 좋은 허울이요,
갑질ㆍ금수저ㆍ인종차별ㆍ여성 비하 등 적지 않은 사회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잊어버릴만하면 나오는 단골 뉴스가 기업 오너들의 횡포와 고급 apt (택배기사 등)의 출입 제한 문제 등이다.
갑질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지라 글자로 표현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이다.

또 이 시대 젊은이들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흙수저ㆍ금수저 이야기이다.
몇 년 전 S대학 건물에서 23세의 남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유서에는 자신이 대학에 와서 흙수저라는 절망감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류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느꼈을 박탈감에서 오는 (남학생의) 현실적 절망감….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즘은 추운 겨울이다.
무서운 한파에 그대가 방 안에서 등짝이 따뜻할 때,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음을 상기하자.
그들도 어느 누구에게는 소중한 자식이요, 어느 누구의 귀한 아버지다.

[글쓴이 : 정 운 스님/ 니련선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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