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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이야기

작성자石박사|작성시간24.03.28|조회수75 목록 댓글 0

[사과 이야기]

벌써 50년도 넘은 이야기이다.
설이나 추석 명절 차례를 지내고 나면 할머니가 차례상에 올린 것들을
바구니에 담아 다락 창고에
넣어두고 손주들에게 찔끔찔끔
나눠줘 애타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중의 으뜸은 사과였다.

간식이 귀한 시절이라 명절 때만
기다려온 우리들은 그런 할머니가
미웠다.
사과 등을 서로 먹겠다고 쟁탈전을 벌이다 싸우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사과는 흔한 과일이 되어 어릴 적
추억조차 희미해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 사과가 어느 날 검색을 하다 우연히
만난 ‘세계를,
움직인 3개의 사과’로 부활했다.

서양 사상의 한 축인 헤브라이즘을
떠올리게 하는, 원죄의 시작인
아담과 이브의 사과,
서양의 합리적, 과학적 사고방식의
근원인, 만유인력의 법칙의 상징인
뉴턴의 사과,
그리고 전통 회화의 관습이 깨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사물의 본질에 접근한 폴 세잔의
사과가 그것이다.
고흐의 사과도 이에 뒤지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가 되어 기술과 인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여

새롭고 다른 생각으로 IT 혁명을 주도한 스티브 잡스의 사과(애플)를 추가하여 4개의 사과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3개든 4개든
그 사과들에는 창조와 도전, 혁신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그 사과에 문제가 생겼다.

사과는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기후변화로 한반도가 따뜻해지면서 갈수록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대구사과는 옛말이 된 지 오래이고,
충주와 문경을 넘어 이제 포천이나 홍천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 등으로
인해 수확량도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마트에서 사과 하나 사기가 겁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과를 먹는다는 것이 이제 부의 상징이 될지도 모르는,
말 그대로 금사과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기후변화 아니 기후 위기가 턱까지 차오르고 있다.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물속의 개구리처럼 나몰라라 하며 살아온 그
과보가 그대로 우리 곁에 찾아온 것이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어쩌면 사과는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지구별 곳곳에 사과의 경우 못지않은
수많은 것들이 잠복해 있다가 언제
우리네 삶을 파고들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파상공세가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단계를 넘어선 것 같아 암담하지만
지금이라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너나 할 것 없이...

곧 4월 중순이 되면 사과꽃이 필 것이다. 예측불가한 날씨 변화에 하얗고 예쁜 사과꽃이 제대로 피어나
끝내 열매로 이어져 달콤하고 아삭한
사과를 맛볼 수 있으려나.
영양 만점, 건강 지킴이 맛있는 사과야! 미안하고 고맙구나.
진심으로 사과할게.

[글쓴이 : 김재은 대표/ 행복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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