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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이 사라져간다

작성자石박사|작성시간24.06.08|조회수58 목록 댓글 0

떡집이 사라져간다

​‘정월(正月) 대보름 달떡이요,
이월(二月) 한식(寒食) 송병(松餠)이요,
삼월(三月) 삼진 쑥떡이로다.

사월(四月) 팔일(八日)
느티떡에 오월(五月) 단오(端午)
수리취떡, 유월(六月) 유두(流頭)에 밀전병(煎餠)이라,
칠월(七月) 칠석(七夕) 수단(水團)이요.

팔월(八月) 가위 오려송(松)편,
구월(九月) 구일(九日) 국화(菊花)떡이라, 시월상(十月上)달 무시루떡.

동짓달 동짓날 새알시미, 섣달에는 골무떡.’

철 따라 즐겨 해먹던 떡의 종류(種類)를 노래한 ‘떡타령(打令)’은
옛 기억(記憶)을 떠올리게 한다.

이른 봄이면 쑥떡이나 쑥버무리를 해먹었고, 단오(端午)엔 수리취떡을 먹은 뒤 그네 터로 모였다.

지역(地域) 특징(特徵)에 맞게 구성한
떡 타령(打令)도 있다.

‘산중(山中) 사람은 칡뿌리떡, 해변(海邊)사람은 파래떡,
제주(濟州) 사람은 감제떡,
황해도(黃海道) 사람은 서숙떡,
경상도(慶尙道) 사람은 기정떡, 전라도(全羅道) 사람은 무지떡’을
즐겨 먹었다.

떡은 별식(別式)이나 간식(間食)으로
뿐만 아니라
잔치나 제사상(祭祀床)에 빠지지
않는 진설품(陳設品)이다.

백일상(百日床)에 오르는 수수팥떡은
붉은 팥고물로 액(厄)을 막고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의미(意味)하여 빠지지 않는다.

하얀 백(白)설기는 신성(神聖)함과 장수(長壽)의 상징(象徵)이다.

‘얻은 떡이 두레반(盤)이다’는 속담(俗談)처럼 떡은 이웃과 친지(親知)와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돌잔치, 이바지 떡, 이사(移徙) 떡을
이웃에 돌리며 기쁨을 나눴다.

사람마다 떡의 기호(嗜好)가 다르지만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와 가을에 해콩을
넣어 빚은 송(松)편과 말랑말랑한
기지떡을 좋아한다.

기지떡은 지역(地域)마다 이름이 조금씩 달라 기정떡,
기장떡, 증(烝)편, 혹(或)은 술떡이라고 하는데 부드러운 식감(食感)이
혀끝을 감치는 추억(追憶)의 맛이다.

발효(醱酵)떡이라 소화(消化)도 잘된다.

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발효(醱酵)시켜 찌는데 냉장보관(冷藏保管)이
어렵던 시절 여름철에 많이 만들어 먹었다.

떡의 무한변신(無限變身)은 무죄(無罪)다.

떡이 상품화(商品化)되면서 다양(多樣)해졌다.

딸기 포도(葡萄) 녹차(綠茶) 편도(扁桃[아몬드:Almond]) 등
색(色)다른 재료(材料)들과 떡의
궁합(宮合)은 시각(視覺)과
미각(味覺)을 자극(刺戟)한다.

얇게 썬 석이버섯과 대추 밤 잣 당귀(當歸)를 고명으로 얹은 떡은
보기 좋은 만큼 깊은 맛이 나고,
호두 밤 잣 유자(柚子) 대추 꿀이
들어간 두텁떡은 영양(營養)도
만점(滿點)이다.

떡은 어디를 가나 있다.
시장(市場) 떡집엔 다양(多樣)한
떡이 있고, 지하철역(地下鐵驛)
행상(行商)도 떡을 판다.

목이 좋은 곳엔 떡 전문(專門) 특허연쇄점(特許連鎖店[프렌차이즈점:franchise店])이
있고,
떡 가배(咖啡[카페:café])도 생겼다.

예쁘게 빚은 떡과 함께 식혜(食醯)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운치(韻致)가 있었는데 문(門)
닫는 곳이 많다.

떡 가배(咖啡[카페:café])뿐만 아니라 떡집이 사라져간다.

서울 종로구(鍾路區) 낙원동(樂園洞) 부근(附近)은 떡집거리라 할 정도로
떡집 10여(十餘) 개(個)가 몰려
있었으나 지금(只今)은 세 곳만 남았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在來市場) 부근(付根)에
있던 떡집도 관상병독(冠狀病毒[코로나:Corona]) 시대(時代)에
문(門)을 닫았다.

가장 큰 이유(理由)는 떡 수요(需要)가 줄었기 때문이다.

결혼(結婚)이나 이사(移徙) 등(等) 각종(各種) 기념일(記念日)에
떡을 돌리는 문화(文化)가 사라지면서 전통(傳統) 떡집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젊은 사람들은 행사(行事) 답례품(答禮品)으로
떡보다는 빵(pão)이나 첨점심류(甜點心類[디저트류:dessert類])를
선호(選好)하는 추세(趨勢)다.

결혼식(結婚式)이 줄다 보니 이바지
떡이나 폐백(幣帛) 떡도 덩달아 줄었다.

떡 문화(文化)가 바뀌면서 가뜩이나 수요(需要)가
줄었는데 관상병독(冠狀病毒[코로나:Corona])까지 덮치자
떡집이 버티기가 어려웠다.

나이 든 세대(世代)에 익숙했던 삶의 풍경(風景)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공허(空虛)한
바람이 가슴을 휑하니 뚫고 스쳐간다.

[글쓴이 : 이규섭 시인/언론인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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