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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에 바람이 들면

작성자石박사|작성시간24.07.19|조회수65 목록 댓글 0


《차돌에 바람이 들면》

우리말에 '들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을 가집니다.
거처를 정하고 사는 것,
빛이나 볕 따위가 어디에 미치는 것,
물감이나 소금기 따위가 스미거나 배는 것,
돈이나 시간 노력 따위가 쓰이는 것,
풍년이나 흉년이 되는 것,
병이 생기는 것,
음식 맛이 알맞게 되는 것,
버릇이 생기는 것,
도둑 등이 침입하는 것,
나이가 많아지는 것,
뿌리나 열매가 속이 단단해지는 것,
적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 것,
비나 눈이 그치고 날이 좋아지는 것,
칼이나 낫 등의 날이 날카로워 물건이 잘 베어지는 것 등
쓰임새가 여간이 아닙니다.

한 단어가 이토록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고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자유롭게 그 말을 써도 전혀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게 그 말의 뜻을 헤아려 듣는 것
또한 신기하게 여겨집니다.

어떤 언어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되지요.

그렇게 '들다'라는 말은 다양하게 사용이 되어
어디에도 무엇이라도 얼마든지 들 것 같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있다면 돌에 바람이 드는 일일
것입니다.
무나 배추나 고구마에 바람이 들어 푸석푸석해지는
경우야 얼마든지 있지만
돌에 바람이 든다는 말은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바늘도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돌에 어찌 바람이 들 수가
있겠습니까?

그냥 돌도 그러하다면 차돌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차돌이 무엇입니까?
더없이 단단하고 야무진 돌을
말합니다.
흔히 겉은 물러 보이지만 속이
단단한 사람을 두고서
차돌 같다고 합니다.

우리 속담 중에 '차돌에 바람이
들면 백 리를 날아간다'는
것이 있습니다
차돌에 바람이 들다니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인데, 그럼에도
차돌에 바람이 들면 백 리를
날아간다 하고 있습니다.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결과가
뜻밖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차돌의 옹골참과 백 리의
가벼움이 속담 안에서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차돌에 바람이 들면 백 리를
날아간다는 말은 지조를
지키던 사람의 지조가 무너지면
처음부터 지조가 무너진 사람보다 더 걷잡을 수 없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처음부터 양심이나 원칙을 버린 사람이야
원래 그러려니 하고 말지만,
어려운 중에도 올곧게 원칙을 지켜오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소신을 바꿔 타락의 길을 걷는
것을 보면 마음이 더 힘들어집니다.
'차돌에 바람 들면 석돌 보다 못하다'는 속담도
보이는데, '석돌'이 푸석푸석한 돌을 이르는
말이니 같은 뜻을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바람에 날아가는 차돌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은 눈에 띕니다.
소신과 원칙과 양심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자신의 이득과 지위를 탐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쉬움보다는 슬픔입니다.
어찌 단단한 차돌에 바람이
들어 백 리를 날아갈까요?

[글쓴이 : 한희철목사/ 정릉감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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