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어느 날
은행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비에 쓰러졌던 꽃나무들이
열심히 일어서며
살아갈 궁리를 합니다.
흙의 향기 피어오르는
따뜻한 밭에서는
감자가 익어가는 소리
엄마는 부엌에서
간장을 달이시고
나는 쓰린 눈을 비비며
파를 다듬습니다.
비 온 뒤의 햇살이 찾아 준
밝은 웃음을 나누고 싶어
아아 아아
감탄사만 되풀이해도
행복합니다.
마음이여 일어서라
꽃처럼 일어서라
기도처럼 외워보는
비 온 뒤의 고마운 날
나의 삶도 이젠
피아노소리 가득한
음악으로 일어서네요...
- 이 해인 수녀님 시집 기쁨이 열리는 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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