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의 원형, 맛의 방주를 찾아⑼울릉 홍감자
울릉도서 살아남은 유일한 재래종
비닐멀칭 없이 키워 더 맛 좋아 본격 출하나서 농가소득도 ‘쏠쏠’
우리 조상들이 감자를 처음 먹은 건 언제쯤일까? 삼국시대? 고려시대? 아니다. 조선시대 후기다. 조선에 감자가 전해진 건 1824~1825년. 우리 선조들이 감자를 먹은 건 채 200년이 안 됐다.

울릉도에는 여러 종류의 재래감자가 있었는데 개량종에 밀려 다 사라지고 ‘홍감자’만 남았다. 홍감자는 맛이 좋아 집집마다 조금씩 꾸준히 심었기 때문이다.
감자가 조선에 처음 들어오고, 울릉도에 사람들이 들어가는 사이의 기간이 60년 정도다. 울릉도로 들어간 사람들은 감자가 전래되던 초기 품종들을 가지고 섬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대를 이어 심으면서 감자가 토착화됐을 것이다.
감자는 울릉도처럼 기후조건이 나쁘고 땅이 척박한 산간지역에서 많이 재배됐다. 벼농사가 마땅치 않은 울릉도에서 감자는 쌀 대신이었다. 통째로 쪄 먹고, 갈아서 전 부쳐 먹고, 썰어서 반찬 해 먹고, 찌고 빻아서 인절미 해 먹고, 갈아서 수제비 해 먹고, 갱죽도 끓여 먹었다.
울릉도의 감자는 품종도 다양했다. 고무신처럼 생긴 고무신감자, 돼지 주둥이처럼 길쭉한 돼지감자, 색이 자주색인 자주색감자 등 여러 종류의 감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씨앗을 거의 다 잃어버렸다.
미국·일본 등에서 들여온 <수미> <남작> 같은 품종들이 단위면적당 수량이 많고 요리하기도 좋아 감자밭을 평정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강력하게 품종통일 정책을 편 탓도 있다. 감자는 중요한 식량작물이라 정부가 매년 씨앗을 육종해 농가에 공급한다.

연한 보라색 홍감자꽃이 수줍게 피어 있는 울릉도 홍감자밭. 날씨가 선선하고 장마가 거의 없는 울릉도에서는 8월까지 감자를 캔다.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띠는 홍감자는 껍질을 벗겨보면 꼭지 반대쪽인 꽁지 부분이 선명하게 빨갛고 몸통은 노랗다. 찌면 파근파근하고 노란빛이 난다. 쫀득하거나 미끈하지 않고 푸석하면서 미세한 알갱이들이 입안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 난다. 감자는 감자다. 감자가 무슨 대단하고 특별한 맛이 있을 리 없다.
홍감자가 일반 감자보다 더 맛있다고 느낀다면 내 생각에 그건 품종보다는 재배법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울릉도에서 둘러본 밭들 중 비닐멀칭이 된 밭은 하나도 없었다. 뭍에서는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풀을 잡을 길이 없어 비닐멀칭을 할 수밖에 없는데, 울릉도에서는 비닐멀칭 없이도 밭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부러웠다.
비닐멀칭이 없으면 작물이 더디 크고, 더디 크는 만큼 조직이 치밀해져 더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제초제나 농약을 안 치는데다 화학비료 대신 소똥 두엄을 거름으로 쓴다. 땅을 이렇게 관리하면 미생물이 풍부해져 작물이 자라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때문에 질소 거름만 쪽쪽 빨아먹으면서 쉴 새 없이 크는 작물과 비교했을 때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홍감자를 찌면 노란 빛깔이 난다. 분이 많고 파근파근하며 미끈한 느낌은 없다.
글·사진=백승우(농부·강원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 이장)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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