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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의 시간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2.05.04|조회수37 목록 댓글 0

집 짓기의 시간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TV에선 집을 소개하고 찾아보며 살아보기까지 하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아파트를 벗어나 가족만의 집을 지으려는 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족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아졌다. 집 짓기, 집 구하기, 인테리어, 주거 생활 등 집을 다루는 TV 프로그램도 여럿 방영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우리 집, 내 공간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된다. 나아가 직접 집을 짓거나 고치는 일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집 짓기 결심] 집 짓기는 집을 짓기로 마음먹는 데에서 시작된다.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면 예산과 가족의 생활 방식에 따라 지역을 결정하고,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도시가 좋은지, 한적한 동네가 좋은지부터 대중교통 사정, 병원이나 시장과의 거리 등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이를 조율해가면서 가족들에게 적합한 최선의 동네 분위기를 정한 뒤 지역을 물색해 땅을 찾아봐야 한다.

다른 일을 진행하면서도 계속 가족 간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해도 가족들 ?자 취향과 집에서 원하는 공간, 하고 싶은 일 등은 예상과 많이 다르다. 서로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땅 알아보기] 원하는 지역을 정했고 원하는 분위기를 정했다면 땅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 지목이 ‘대’라면 바로 건축이 가능한 땅이다. 지목이 ‘전’‘답’‘임’으로 되어 있다면 지목 전용을 통해 건축행위를 할 수 있는 땅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한 지역·지구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 때로는 높이나 층수까지 제한 되어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목·지역·지구는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발급받은 확인원을 통해 대략의 내용을 파악한다. 그러나 지역별로 조례 등 적용되는 건축 관련 법령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 주택과나 건축과, 또는 건축사무소에 문의하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지목이 어떤 것이든 간에, 땅이 도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건축을 할 수 없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의 지적도를 보고 집터가 지목이 ‘도’(도로)인 땅과 인접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집터 인근에 ‘도’는 없지만 실제로 이용되는 길이 접하고 있다면 해당땅을 도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한다.

[건축가 만나기] 땅을 정했다면 함께 집을 만들어갈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 대화가 잘 통하고 우리 가족의 생각을 최선을 다해 들어줄 건축가를 만나는 것은 집 짓기에 매우 중요하다. 설계비는 건축사무소에 따라 적게는 두배부터 많게는 네댓 배까지 차이가 나며,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건축가를 소개하는 인터넷 포털이 많이 생겼고 건축 잡지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설계비의 차이는 어쩌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설계비가 저렴한 사무소는 많은 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야 해서 그만큼 설계에 시간과 공을 들일 수 없는 여건일 테다. 설계비가 비싼 사무실은 그만큼 설계에 시간을 들일 수 있다.

겨우 주택을 짓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설계사무소 입장에선 가장 깐깐하고 복잡한 프로젝트가 단독주택이다. 그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개 건축주가 공간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요구를 하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보니 설계가 진행되면서야 원하는 바를 점점 더 정확히 전달하기 ?문이다. 또한 집이다 보니 디테일한 요구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단독주택을 짓다 보면 수없는 수정작업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동안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반드시 비싼 설계비의 사무소가 좋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저렴한 설계비의 사무소가 맞을 수도 있다. 다만 다양한 건축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는 정도의 수고를 들여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건축가를 선택하기를 권한다.

건축가와 만나기 전, 집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갖고 정리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방과 화장실의 개수, 집크기 정도만 생각하고 건축?를 만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집에서 꿈꾸는 생활이다.

각자는 방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가족들은 주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수납은 어떤 방식으로 하며 가족의 취미 생활은 무엇인지 등이다. 방이나 거실 등 공간의 크기와 개수는 이에 따라 전문가와 협의해 정하는 편이 낫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각자 집에 대한 희망 사항들을 정리해보고,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서로 최우선 순위 희망 사항부터 조율?는 방법을 권한다.

[건축가와 만들어가는 집] 건축가를 정하고 계약을 하고 나면 본격적인 설계가 시작된다. 설계는 기획설계·기본설계·중간설계·실시설계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기획설계는 건축법규에 따라 규모를 검토하고 계획안의 방향을 정하는 최초의 설계 단계다. 건축주는 기획설계안으로 진행하는 첫 번째 회의에서 집의 첫 그림을 보게 된다.

기획설계 후 정해진 설계안을 다듬고 수정해 집의 계획안을 완성하는 단계가 기본설계다.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집의 평면·입면·단면 등 공간 계획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뢸 보통 1∼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집이 제대로 기능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조·전기·기계 등의 설계도 동반돼야 한다. 건축 외 타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여 계획안을 확정하는 것이 중간설계다. 신축이나 증축·리모델링 등을 합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수적이다. 인허가에도 구조·전기·기계에 관련된 도면이 들어가야 하므로 중간설계 단계에서 인허가 처리도 진행하게 된다.

단독주택의 경우 실시설계를 생략하는 설계사무소도 있다. 그러나 아주 단순한 집이 ?니라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도면을 많이 그린다고 해도 건물의 모든 부분을 하나도 빠짐없이 도면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시도면 없이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초기 계획안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중간설계 내용을 바탕으로 견적 및 공사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담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계를 진행한다. 실시설계가 완성되면 비로소 건축설계 과정이 끝난다.

시공사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실시설계 도면을 통한 견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다. 이후 착공신고를 하고 공사를 시작한다. 단독주택은 설계자가 직접 감리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안의 의도와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설계자가 감리까지 맡는다면 시공·감리 단계에서 경미한 변경이 생겼을 때 공간의 성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다. 또한 도면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즉시 해결책을 제시해 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사용승인 신고를 하고 준공검사를 마친 후 입주하게 된다.

[집을 짓는다는 것] 땅을 정하고 건축가를 만나서 설계를 진행하고 시공을 하슴, 집 짓기의 모든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을 구현하기 위한 여건은 늘 불가능하기 마련이기에, 집 짓는 과정은 계속 무언가를 포기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들을 전문가와 함께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즐거움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글 장서윤(건축사, 디자인랩소소 소장)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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