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공간 변화와 정원에 주목
집중기획 | 코로나 시대 집짓기 동향과 트렌드 ②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은 국내 주택 시장에도 상당한 상흔을 남겼다. 그 여파로부터 이제 2년.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집을 짓고 살아갈 것인가. 건축, 자재, CM 그리고 설비까지 13인의 전문가에게 향후 전망을 들어본다.
1. 전원 주말주택을 모듈러 건축에서 찾다 | 2. 유연한 공간과 정원에 주목 | 3. 꿈의 집을 향한 방향성 제시 | 4. 공간 구성의 다양성 확대 | 5. 자재비 불안 요인 여전하지만 가격과 공급 안정화에 최선 | 6. 벽부형 열회수환기장치로 공기 건강을 다잡다 | 7. 건축주가 주도하는 공정주택 인기 높아져 | 8. 국내 생산하는 1등급 미국식 창호 | 9. 설마 내 집도 부실시공? 공정마다 전문CM으로 철저한 관리 | 10. 탄소중립 위한 냉난방 에너지 기술 주목 | 11. 단열부터 구조까지, 내진철골구조의 우수성 | 12. 완벽한 집의 시작, 디자인 | 13. AI 건축매니저가 빅데이터로 건축 쉽게 도와줘
#다양한 공간 활용과 가변성 확보
#꼼꼼한 체크와 프로세스, 검증된 인증 체계
#설계 단계부터 미리 조경에 과감히 투자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자유의 결핍을 장기간 느껴왔다. 팬데믹 2년차에 와서 그 억눌림이 터졌고, 사람들은 집을 고치거나 짓기 시작했다. 늘어난 건축수요에 대응해 자재는 제대로 수급되지 못했고, 가격은 치솟았다. 그것이 작년, 2021년의 혼란스러웠던 전원주택 시장의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목조주택을 설계 및 시공해 온 ‘꿈꾸는목수’는 공간의 유연성과 다(多)역할, 조경, 그리고 전문화에 주목했다. 코로나 이후 집은 휴식공간과 식당, 카페, 사무실, 학교의 역할을 모조리 떠맡아야 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유연한 공간을 요구하게 되었고, 기존 공간도 더 많은 기능이 더해져야 했다. 또한 외부 활동이 줄어든 만큼 건축주들은 집 안에서의 초록을 느끼고자 했고, 이는 조경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설계와 예산이 반영된 조경이 늘었다. 썬룸이나 차고, 카포트 등으로 마당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들이 주목받았고, 담장으로 가둬둔 마당 대신, 열리되 효과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조경 설계가 눈길을 끌었다.
꿈꾸는목수의 모델하우스와 ‘적정온도’, ‘깍지집’은 유연성과 전문성, 조경의 중요성이라는 변화를 만나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담양 모델하우스
ㄱ자 매스의 한쪽은 통째로 주방과 거실에 할애해 웅장한 공간감을 드러낸다. 중앙에 놓인 주방은 대가족 답게 넉넉한 면적으로 조성하고 레벨을 낮춰 아늑함도 담아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담양군
건물규모 ≫ 지상 2층 + 다락 | 거주인원 ≫ 9명
건축면적 ≫ 133.87m2(40.49평) | 연면적 ≫ 236.66m2(71.58평)
구조 ≫ 중목구조 105×105 @1220, ZIP SYSTEM 테이프 152mm – 12.7T(지붕), 11.1T(벽)
단열재 ≫ 벽 – EPS 네오폴 100mm + 50mm / 지붕 - 아이씬 폴리우레탄폼 235mm / 바닥 - EPS 100mm + XPS 30mm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터코 스탠다드 DPR, 파벽돌 S500 허니브라운 / 지붕 - 컬러강판
창호재 ≫ BLUEVOLUTION 82 47T 시스템 창호(소비효율등급 1등급)
담양 적정온도
INFORMATION
본채와 별채로 구성되어 있는 ‘적정온도’의 별채는 차고와 게스트룸, 파고라를 겸하고, 본채는 아래층에 부모님이, 윗층에 부부와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적정온도라는 이름처럼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단계부터주의를 기울였다. 별채 공간들을 본채와 분리한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중목구조로 5-STAR 인증을 받았는데, 에너지 효율 테스트 결과 0.5ℓ 정도로 나와 패시브하우스 못지 않은 성능을 확보했다.
대지위치 ≫ 전라남도 담양군
건축면적 ≫ 153.4㎡(46.39평) | 연면적 ≫ 181.38㎡(54.86평)
구조 ≫ 중목구조
대구 깍지집
INFORMATION
‘깍지집’은 단지 모퉁이에 필지가 자리해 프라이버시를 위해 마당을 감싸는 ㄱ자 구조로 지어졌다. 폴딩도어를 둔 차고와 깊고 아늑한 포치가 인상적인 집으로 부부와 아이, 어머님까지 3대가 머문다. 1층 어머님 방과 2층 부부 방은 층으로 나누되 동선상 식당에서 가깝게 만나고, 아이는 입체적인 복층방을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실내도 폴딩 도어와 양개 미닫이 도어를 활용해 한 공간을 나누거나 합쳐서 여러 용도와 느낌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대지위치 ≫ 대구광역시 달성군
건축면적 ≫ 118.99㎡(35.99평) | 연면적 ≫ 168.56㎡(50.99평)
구조 ≫ 경량목구조
INTERVIEW
정원과 집이 어우러지는 다재다능한 주택
꿈꾸는 목수 소태웅 대표
작년 한 해, 주택 건축 시장을 돌아본다면 어땠습니까
연초는 북미발 목재 품귀로 경량목구조 골조 비용이 크게 높아져, 상대적으로 중목구조 착공수가 다소 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연말에는 중목구조 골조 가격이 상당히 오르면서 현재는 다시 경량목구조 대비 조금 더 높아진 상황입니다. 상승세는 점차 누그러지는 추세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전반적인 건축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질 자재 유통도 종종 발견되고, 또 한편으론, 국산 대체 자재 개발도 활발해졌습니다. 다만, 불연전선관 의무화처럼 안전 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어 여러모로 비용과 추가 공정에 대한 고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코로나로 건축비가 오르면서 부실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인상보다 서류를 믿으라고 조언드립니다. 집을 잘못 지었다며 후회하는 건축주들은 계약서부터 허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건축 과정에서는 외부의 인증을 받는 것도 추천합니다. 약간의 비용은 들겠지만, 제3의 전문가를 통해 현장에서 놓칠 수 있는 오류를 잡아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야 단순한 언변이 아니라 수치와 서류로 보증되는 완성도를 높은 건축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조경에도 요즘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가정(家庭)’이라는 단어에는 정원(庭)이 들어 있습니다. 예부터 마당을 집의 한 요소로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조경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집 짓고 남는 돈으로 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건축주가 의욕을 내며 예산도 과감히 투자합니다. 처음부터 조경을 건축설계에 반영할 경우에 적절한 조경 비용으로 전체 건축예산 중 10~15%를 권하는데, 건축주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입니까
코로나 이후 2년 간은 시공 프로세스의 고도화, 매뉴얼화에 대해 깊이 고찰해 왔습니다. 건축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작업자의 숙련도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파트너사와 함께 하더라도 설계 때 원했던 시공 품질이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결과물은 단순히 ‘꿈꾸는목수’만의 세일즈 포인트로 두는 것이 아니라 널리 공유하고 의논해 전반적인 건축 수준 향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건축주로서는 합리적인 건축을 하고, 우리 빌더 입장에서는 하자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주택시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COMPANY INFO / 꿈꾸는목수
목조주택 전문 시공사로, 2009년 순천 1호 주택을 시작으로 전국을 무대로 경량목구조와 중목구조 등을 넘나들며 건축주의 철학과 개성을 닮은 집을 지어오고 있다. ‘시골 목수’를 자처하는 꿈꾸는목수의 소태웅 대표는 큰 규모로 많은 집을 짓기보다는 설계 및 시공에 있어 기본을 지키는 건축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1599-1723|www.woodenhouse.kr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브랜드 제공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