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나오는 산소(공기), 물, 소금, 설탕 분자의 각 크기에 관한 수치가 나오는데
오지 그릇은 유약(잿물)을 바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와는 달리 '숨을 쉬는 그릇' 혹은 '땀을 내는 그릇'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옹기를 만드는 흙을 이용해서 약 1200도C로 구우면 완전히 자기화가 되지 않아서 수분은 통하지 않지만
공기는 안팎으로 어느 정도 통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특성이 장을 담글 때에 음식이 썩지 않고 천천히 적당하게 발효되도록 해준다.
만약 숨을 쉬지 않는 자기에 장을 담그거나 김치를 담그면 얼마 안 가서 썩어 버리고 만다.
발효식품의 용기로 알맞게 구워진 옹기 조각의 단면을 전자 현미경을 사용하여 1500배 이상으로 확대하여 살펴본 바에 의하면
유약의 표면에도 흙 속의 모래성분에 의하여 유약이 함몰되거나 밖으로 튀어나온 사이로 생겨난 작은 구멍이 많다.
편광 현미경 관찰에 의한 결과로는 적당한 크기의 석영 입자의 개수가 많고,
그 사이 사이에 결정수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아주 작은 틈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잘 구워진 옹기는 석영이 너무 발달해 그 입자가 커지면서 오히려 통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X선 회절 시험에서는 다공질의 성격을 가진 류사이트가 보이는데, 이것들이 통기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위의 세 가지 실험을 살펴봄으로써 적당하게 구워진 옹기 몸체에는
작고 많은 비밀스런 통로들이 옹기 표면에까지 무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밀스런 통로들, 즉 구멍의 크기는 1-20 마이크로 크기로서
그보다 아주 작은 0.00022 마이크로의 산소는 쉽게 드나들고 구멍보다 2000배가 넘는 크기의 빗방울은 옹기의 내부로 침투되지 않는다.
이렇게 기물의 안팎으로 공기가 통하게 되는 것을 숨을 쉰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땀을 낸다는 것은
0.00096 마이크로의 설탕기가 옹기의 표면으로 흘러 나가 맺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매실이나 된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식품에는 숨을 쉬는 것은 물론 땀을 내는 옹기가 더욱 좋다는 옛 노인들의 말씀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옹기와 유리그릇에 꽃을 꽂아 보면
옹기의 꽃이 훨씬 싱싱하게 오래감과 동시에 꽃봉오리까지도 피게 됨을 알 수 있으나,
유리그릇의 꽃은 일찍 시들고 꽃봉오리는 그대로 마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시 금붕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도 옹기에서 키운 금붕어가 오래 사는 경우와 같은데,
이는 모두 숨을 쉬는 옹기그릇의 미세한 구멍을 통하여 내부의 나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유익한 공기를 받아들이는 역할 때문이다.
김치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맛을 내는 것은 젖산이다.
젖산이 많으면 김치가 쉽게 부패되지 않고 잡균의 생육이 억제된다고 한다.
젖산균은 혐기성 식품, 즉 공기를 싫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다량의 공기를 싫어할 뿐,
미량의 공기를 좋아하므로 그런 성질을 가진 옹기가 젖산균을 오랫동안 활동하게 함으로써 김치의 저장에 유리하다.
또한 김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경도는 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인데,
옹기는 쉬 무르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되게 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옹기라 하더라도 흙의 입자가 모래 한 알 없이 입자가 너무 곱거나
흙이 자기화가 될 정도의 높은 온도로 구워진다면 발효식품 용기로서의 기능은 떨어진다고 하겠다.
도공들의 오랫동안의 경험과 슬기를 바탕으로 과학적 실용 공예의 산물로서의 역할을 다 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