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생활자의 자연식탁] 영양의 보고(寶庫), 보리순
겨울을 이겨낸 에너지
겉보리에서 자라난 보리순
3월, 논밭에는 아직 작물이 자라지 않지만, 보리밭만은 예외다. 늦가을에 씨를 뿌려 초여름에 수확하는 보리는 겨울 추위를 밭에서 견디다 경칩(驚蟄) 즈음 본격적인 생장을 시작한다. 이즈음 농촌에서는 동네 아이, 어른할 것 없이 ‘보리밟기’를 했다.
보리는 알곡이나 새순이나 쓰임새가 참 많다. 그중에서 겉보리는 곡식뿐만 아니라 발아(發芽) 단계부터 엿기름으로 만들어 식혜나 고추장, 조청을 만들 때 활용했다. 새순은 키워 나물로도 먹고, 된장국에도 넣고, 전도 부치고, 성장한 잎이나 뿌리는 말리고 갈아서 선식과 차로, 떡과 빵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요즘은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웰빙 식품으로 보리순이 급부 상하면서 실내에서 수경재배로 보리순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식재료로서 뿐만 아니라 창가의 햇살 아래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보리순을 보면 이른 봄의 정취를 먼저 느낄 수 있어 좋다.
밟을수록 강해지는 보리,
어디서든 쑥쑥 자라는 무공해 자연식품
3월, 논이나 밭에는 아직 작물이 자라지 않지만, 보리밭만은 예외다. 늦가을에 씨를 뿌려 초여름에 수확하는 보리는 겨울 추위를 밭에서 견디다 경칩(驚蟄) 즈음 본격적인 생장을 시작한다. 이즈 음 농촌에서는 동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보리밟기’를 했다.
겨울 동안 서릿발(땅이 얼거나 녹으면서 지표면과 땅속이 들뜨는 현상)로 인해 보리 뿌리가 떠오르거나 말라 죽는 것을 막고 보리가 웃자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른 식물은 밟으면 죽는데 보리는 밟으면 더 생장이 촉진된다. 보리싹의 성장으로 그해 농사의 풍작과 흉작을 점치기도 했는데, ‘보리밟기’는 본격적인 농사 준비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보리는 가지런한 벼와 달리 마구 뿌려져 빽빽하게 자란다. 이모작을 하는 논에서는 벼를 수확하고 늦가을에 보리를 파종한다. 보리는 물이 없는 밭에서도 잘 자란다. 많은 논밭 작물 중에 농약을 뿌리지 않는 무공해 자연식품이다. 보리가 자라는 겨울은 벌레도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병충해가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내 수경재배에서도 발아률이 높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물만 잘 갈아주면 한번 씨를 뿌려서 2~3번씩 수확할 수 있다.
생으로는 샐러드와 국에,
말려서는 떡이나 빵, 차로도 활용
노지에서 겨울을 난 보리순보다 실내에서 키운 보리순이 부드럽지만 그래도 다른 새싹 채소들 보다는 질감이 억세다. 새순의 향긋함과 함께 풀냄새가 많이 난다. 요즘은 3월이 되면 시중에서 보리순이 많이 유통되지만 대부분 10cm 이상 자란 것들이다. 풍성하고 보기 좋지만 생으로 씹는 질감이 그다지 좋지 않다. 오히려 집에서 물받이와 채반이 세트로 있는 수경재배용 용기에 키워낸 보리순은 억세지 않은 어린싹부터 계속 먹을 수 있어 효율성이 더 좋다.
필자는 집에서 보리순을 키워 5cm 정도 자랐을 때, 조금씩 잘라먹으면서 샐러드나 국, 찌개에 활용했다. 10cm 가까이 자라면 건조기에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천연 색소 대신 떡이나 빵, 칼국수나 수제비 등을 만들 때 활용하기도 하고, 녹차처럼 마시기도 한다. 말려서 식재료로 사용하면 풋내도 엷어지고, 맛과 향이 더 좋아지는 것 은 물론 보리가 가진 영양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고추장, 식혜, 조청, 엿 재료로 활용되는 겉보리
보리는 크게 쌀보리와 겉보리로 나뉘는데, 껍질이 없는 쌀보리는 보리밥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껍질이 있는 겉보리는 오히려 여러 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겉보리를 그대로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말린 겉보리를 볶아서 차로 마시는 방법이다. 보리차는 구수하고 시원해서 여름까지 두고두고 마실 수 있다.
엿기름가루는 전년도에 수확한 겉보리를 2~3월에 싹을 길러서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내어 엿기름(엿질금)으로 사용한다. 고추장, 식혜, 조청, 엿을 만드는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겉보리를 1일(24시간) 물에 불린 후 건져서 통풍 잘 되는 채반에 건 져 얇게 편 후 물 적신 수건을 덮고 어두운 곳에 두면 2일 안에 발아가 된다. 발아 온도는 25° 전후로 아파트 실내에서도 발효된다. 발아시 가끔 샤워기로 찬물을 뿌려 주면서, 열이 내리고 뿌리가 얽히 지 않도록 휘저어주면 5~7일 안에 싹의 길이가 1~1.5cm 정도 자란다. 이때 채반에 널어 햇볕에 바싹 말리거나 건조기에 바삭하게 말린 후 싹과 뿌리는 털어내고 알곡만 분쇄기로 갈아 가루 상태로 저장한다.
말리면 영양분은 그대로,
구수하고 향긋해지는 영양식
엿기름용으로 발아시킨 겉보리 일부는 물받이가 있는 채반에 골고루 펴서 매일 물을 갈아주면 보리순이 금방 무성하게 자란다. 어린 새순은 그대로 요리에 사용하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잎만 잘라서 건조기에 말려 분쇄해 가루로 녹차처럼 차로 즐길 수 있다. 연녹색의 가루는 떡과 빵을 만들 때 연녹색의 자연 색감은 물론 보리의 영양분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
보리순이 너무 웃자라고 억세지면 뿌리채 뽑아 깨끗이 물에 씻은 후 함께 건조기에 말려 분쇄한다. 가루로 만든 보리순은 다른 잡곡 가루와 함께 선식으로 먹거나 밀크셰이크에 섞어 먹어도 좋다. 각종 밀가루나 부침가루와 섞어 사용하면 구수한 맛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높다. 노지에서는 뿌리가 빡빡하게 흙에 엉겨 붙은 보리순을 뿌리채 채취하기 어렵지만, 집에서 수경재배할 때는 뿌리를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봄동, 주꾸미, 바지락과 함께
더 풋풋하고 상큼한 보리순
음식은 맛으로도 먹고 추억으로도 먹는다. 못살 때 허기져 먹던 보리밥이 다디단 쌀밥에 비해 무엇이 그리 맛있었을까. 풋풋한 보리순을 넣고 푹푹 끓여 먹던 된장국이 고깃국에 비해 뭐 그리 감칠맛이 있었겠는가. 질긴 보리순 나물 무침이 하우스에서 자란 보드랍고 달큰한 채소에 비해 뭐 그리 입에 착착 붙었을까. 그러나 추억 속에 각인된 그 맛은 그 철이 되면 꼭 입맛을 다시게 한다.
3월에는 봄동도 맛있고 알배기 주꾸미도 나온다. 보리순과 함께 겉절이처럼 액젓으로 드레싱을 만들어 살짝 버 무려 먹으면 3월의 진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 미끄덩거리며 통통 튕기는 꽁보리밥에 열무김 치나 각종 야채를 넣고, 보리 막장이나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 맛도 좋지만, 제철인 바지락 조갯살을 듬뿍 넣은 된장국에 보리순을 넣고 끓여 먹는 된장국을 곁들이면 3월 최고의 밥상이다. 보리순 가루 듬뿍 넣은 향긋한 보리순 절편과 보리새순 차나 구수한 보리차 한잔 곁들이는 후식도 3월의 보리밭 을 연상하며 즐겨볼 만하다.
보리순, 봄동, 주꾸미샐러드
보리순, 봄동, 주꾸미샐러드
재료
데친 주꾸미 150g(다리만), 봄동 100g (속대만), 보리순 30g ,
액젓 드레싱 재료
까나리액젓 1+1/2큰술, 올리브 오일 2큰술, 꿀 2작은술, 설탕 1작은 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생강술 1/2큰술(청주 가능), 깨소금 1작은술, 통깨 1작은술
RECIPE
1 주꾸미는 다리만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채반에서 물기를 빼둔다. 2 봄동은 속대만 솎아서 한입 크기로 자른다.
3 보리순은 4~5cm 어린 순으로 준비한다.
4 액젓 드레싱 재료를 잘 섞는다.
5 주꾸미에 액젓 드레싱 1큰술을 덜어 살짝 무친다.
6 남은 액젓 드레싱은 봄동과 보리순에 잘 버무린다.
7 접시에 양념한 주꾸미와 봄동, 보리순을 담고 딸기 등을 곁들여 내도 좋다.
보리순 된장찌개
보리순 된장찌개
재료
멸치, 디포리 육수 1천cc,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봄동(얼갈 이 배추 가능) 150g,, 보리순 30g, 냉동 바지락살 100g, 두부 150g, 보리 새우 5g, 만가닥 버섯 70g
RECIPE
1 멸치, 디포리 다시팩을 이용해서 육수를 낸다.
2 1의 육수에 간을 보면서 된장 1+1/2큰술을 푼다.
3 봄동(얼갈이배추)은 끓는 물(소금 약간)에 데쳐서 물기를 꼭 짜서 송송 썰어서 된장 1/2큰술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4 보리순은 4~5cm 크기로 썬다.
5 냉동 바지락살은 소금물에 해동시켜 채반에서 물기를 빼놓는다. 6 두부는 사방 2cm 정사각형으로 자른다.
7 2의 된장 푼 육수에 데친 봄동, 보리순, 보리새우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8 7에 바지락살, 두부, 버섯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9 다진 마늘을 넣고 한 번 더 부르르 끓인다.
취향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나 고춧가루를 추가해서 먹는다.
이문숙 집필위원
출처 [월간가드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