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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없는 우체통

[스크랩] 나는놀면서살았다 17 - 난 내기에서 지지 않으려고 한다

작성시간15.06.12|조회수106 목록 댓글 0

우리나라 사람들 중 '내기'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세 사람이상만 모이면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화투장을 펼치고,

하다못해 명절날 온 가족이 윷놀이를 할 때도 담은 얼마라도 돈을 걸어야 더 신이 난다.

심지어 경상도에서는 일할 때도 ‘돈내기’란 걸 한다.

(돈내기: 일할 때 개인이 할당 받은 양만큼만 하면 되는 노동의 방식, 경상도 방언이다)

 

조금 더 나가볼까?

복권의 대표주자 로또를 필두로 일확천금, 대박을 노리는 사행성 오락들도 넘쳐난다.

카지노, 경마, 경륜, 투견, 소싸움 등등..

합법적인 사행성 산업의 총 매출만도 연 19조원으로 십여 년 만에 3배가 뛰어넘었고,

몇 년 전 유행했던 바다이야기 등 불법도박의 규모는 대충 잡아도 1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도박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도박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놀면서 즐기는 내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바둑. 당구. 포커, 풀 아웃,,, 등 종목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돈만 밝히는 독종은 아니다.

게임을 할 때 팽팽한 긴장감과 내가 의도한 대로 판이 돌아가는 일종의 성취감?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또한 분명 그런 쾌감을 느낀다.

다만, 게임에서 잃은 적이 거의 없지만, 딴 돈을 챙겨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형님이 내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지난 주 자연의소리에서 일과를 마치고 기분 좋은 식사자리를 가진 뒤 5명이서 고스톱을 쳤다.

전부 친한 지인들이라 돈을 딸 목적도 아니었고,

단순한 친목 정도... 1인당 5만 원이면 판돈으로 충분했다.

 

멤버는 나, 의사형님, 김소장, 박대표, 친한 동생 재웅이!

의사형님과 김소장이 광을 팔고,

박대표와 재웅이랑 칠 때는 이상하게 전투력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돈 많은 의사형님, 김소장과 붙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얄미울 정도로 약을 바짝바짝 올리면서 피박, 광박, 쓰리고... 까지 점수가 되는 건 다 하고 싶어진다.

 

약을 올릴수록 의사형님과 김소장은 흥분으로  울그락불그락 오만상을 짓게 된다.

그때부터 적 ㅋㅋ 들의 패는 내 손바닥에 있듯, 콧노래를 부르며 페이스를 가져간다

 

그 즈음 박대표가 주변사람들을 대변하듯이 싫지 않은 투로 한마디 한다.

“사장님은 재미로 하는 것에  왜 그렇게 약을 올리면서 치세요?"

“재밌잖아~~ ” 그 말이 더 얄미웠을 것이다 ㅋㅋ

그날도 어김없이 형님은 돈을 잃고 나는 땄다.

물론 딴 돈은 전부 잃은 사람들에게 돌려줬다.

그것도 의사형님만 빼고 ㅋㅋ

고스톱 치는 동안 열 좀 받으셨을 텐데, 돈까지 안 돌려줘서 더 서운했을까?

그건 모르겠다.

부자들의 지갑이 열려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바둑, 당구, 포카, 풀아웃, 고스톱까지 쳤다하면,

내게 번번이 지면서도 마다 않고 자리를 펴주는 형님은 어떤 마음으로 하자는 걸까?

가끔 그 속이 궁금하다.ㅋㅋ

언젠가는 반드시 이겨서 내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형님~  제게 이길 수 있는 건 오직 형님의 인격뿐입니다.”

 

관리소로 내려오는 길에 박대표가 한마디 한다.

“사장님은 남의 패를 어떻게 그렇게 잘 읽어요?

“박대표도 약 올려봐~ㅎㅎ.”

 

 

  

성민이형과 바둑 한 판을 8시간 두었다

 

20대 후반 사업이 번창할 즈음, 업무 차 자주 들리던 사무실이 있었다.

가끔은 바둑이나 포커를 즐기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땐 나도 자장면 내기를 하곤 했다.

 

“성규야, 너 나하고 한판 둘래? 4점 접바둑으로~”

평소에도 얄밉게 말하던 형이었는데, 그날따라 자존심이 확 상했다.

그 형은 아마 5단 쯤 되었고, 난 아마 4급 정도로 실력차이가 꽤 났다.

“성민이형, 시간제한 없기로 하고 맞둡시다.”

“에이~ 말이 되나? 자존심 고마 세우고.,, 그냥 4점 깔고 술내기 하자”

“아입니더. 맞두고, 진 사람이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술 쏘는 걸로 하입시더.”

그렇게 바둑은 시작되었다.

 

한 점 한 점... 착수를 하기 전 어찌나 머리를 굴렸던지,

나중에는 바둑돌 소리가 내 머리에서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두면 둘수록 바둑의 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점심 때 시작한 바둑이 저녁 8시에 끝났다.

결과는 내가 한집 반승을 거두었다.

아마, 그 형은 지겹고 힘들어서 져줬을 것이다. ㅋㅋ

 

그 날 한 판의 바둑에서 깨달음이 있었다.

‘다른 게임과 달리 바둑은 수 차이를 운으로 극복할 수 없는 종목임에도

최선을 다하고 수순을 제대로 한다면 어떤 상대도 극복할 수 있다!!‘

 

 

 

 

약 올리기 명수, 게임에서는 고수다.   

 

2달에 한 번씩 모이는 친목모임이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고향 친구 12명이 회원!

게 중 2명은 직업인지 취미인지 모를 정도로 도박을 자주하는 녀석들이다

12명 중 2명은 게임을 하지 못해서 딜러를 보고,

나머지 10명은 두 패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친다.

마지막에는 친구 2명과 나, 늘 이렇게 세 명만 남는다.

확실히 거의 매일 도박을 즐기는 녀석들이라 카드의 확률을 잘 아는 고수였다

“또 만났네. 친구들! 피 터지게 한판 붙어보자”

 

나는 포커를 하면 술도 마시며, 수다를 떠는 편이다.

사업 때문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데,

이런 시간이 되면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버린다.

 

한 판 따면 기분 좋아라 구경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패가 좋고 나쁘고에 상관없이 입으로 포커를 친다.

“성수야. 이번 판에 나 따라오면 넌 올인이다. 언릉 다이해라.”

“정사장, 제발 조용히 좀 해라. 에이~ 패나 확인해보자. 콜~~”

어떨 땐 뻥까(거짓 패)로 돈을 따고, 어떨 땐 진카(멋진 패)로 이긴다.

성수가 ATM기계에 두세 번 들락거려야 포커판이 마칠 때도 있다.

 

게임이 끝나면 두 녀석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새끼야, 너는 입으로 포커 치나? 너 입 다물고 나랑 한 판 붙을래?”

“내가 미쳤나? 입으로 안하면 내가 어찌  이기노?”

구경하는 친구들도 한마디씩 한다.

“느그 둘은 백날 해봤자 성규한테 진다. 기에서 눌리는데 우째 이기겠노?”

 

한마디로 밉상이다 ㅋㅋ

그래서 모르는 사람과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도박으로 하는 건 재미도 없겠지만, 맞을까봐서~

 

 

 

친구들과의 포커에서 술 마시고 떠들어도 눈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상대 눈동자의 흔들림과 작은 행동의 변화를 보며 패를 분석해나간다.

사업으로 몸에 밴 오랜 습성 때문인지 모른다.

도박도 사업도 허허실실 웃음으로 상대를 안심시켜 패를 읽어야하며,

상대의 말은 듣되 눈빛으로 심중을 가늠해야 한다.

결론을 낼 때는 늘 객관적인 사고로 판단하고,

‘기회다’는 확신이 올 때는 한방에 올인해야 하는 과감성도 비슷한것 같다.

 

 

카지노에서의 전적이 10전 9승이다

 

입을 막아도 이길 때도 있다.

10년 전, 사업차 강원도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때 숙소가 강원랜드였다.

처음 카지노에 들어갔을 때 그 생경함, 지금도 생생하다.

“몇 십 만원의 돈이 한판에 왔다갔다 하는데 아깝지도 않나?”

 

그래도 카지노가 뭔지 알고 싶었다.

룰이 비교적 쉬운 다이사이(tai sai)게임에 30만원을 칩으로 바꾸어 앉았다.

처음 해보는 거라 한 판에 천원 또는 만원만 배팅을 하면서 룰과 느낌을 익혀갔다.

옆사람들은 종이에 게임의 승패를 적으며 나름 확률의 배팅을 했지만,

나는 점점 느낌만으로 게임을 해나갔다.

 

감이 오지 않을 때는 천원만 배팅했다.

이번 게임은 저기에 가면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필(feel)이 오면,

30만원을 과감히 배팅을 했고 어김없이 윈(win)이 되었다.

 

따고 잃기를 반복하며 두어 시간 쯤 지났을 때, 손에 든 칩이 돈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카지노에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 중 하나가 이거구나.

만약, 돈으로 게임한다면 배팅 때마다 아까운 마음에 게임을 그만 둘 수도 있을 것인데...’

 

즉시, 본전 30십만 원만 두고 딴 칩은 환전해서 통장에 입금을 시켰다.

‘손에 있는 칩 30만원이 내가 가진 전부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다.

돈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지 않았으며 집중도 더 잘 되었다.

운이 좋아 돈을 따면 100만원 단위로 통장에 입금을 시켰다.

돈을 따는 재미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은 떨어지고, 적은 액수의  배팅은 흥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돈을 잃거나 따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카지노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돈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

 

그 뒤, 필(feel)이 오지 않을 때는 밖으로 나와 강원랜드 주변경치를 구경하거나,

카지노에서 보태준 돈으로 지인들과 사북시내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며 즐겼다.

 

룰렛(roulette), 블랙잭(blackjack), 포커(poker) 등도 즐겼다.

하지만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 있다. 

승률이 낮고, 기계에 의해 판가름 되는 슬롯머신이다.

자랑 같지만, 

일년에 한번 정도 카지노를 방문했고, 그 중 9번 돈을 땄다

한게임에서 12번 연속으로 윈(win)을 하기도 했다.

그 멋진(?) 승률에도 게임만을 위해 강원랜드를 찾지 않은 걸 보면,

나는 도박중독과는 거리가 먼 게 분명하다.

9번 게임에서 딴 돈으로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기뻐하는 모습이 더 행복했다.

 

 

 

 

몇 번의 카지노게임에서 도박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처음에는 누구나 돈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도박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덕분에 적게나마 돈을 따게 된다.

게임에서 이길수록 ‘나는 도박에 실력이 있구나’라는 모순에 빠져서 반복하게 되고,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100만원을 잃고 있다가 10만원을 딴 사람의 마음도 ‘10만원을 땄네’라기보다는

‘아직도 90만원을 잃었다’라는 심리가 도박을 끊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또한 100만원을 딴 사람이 10만원을 땄다면

‘ 따는 건 당연하게여기며, 더 딸 수 있겠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혹시 그 사람이 몇 천만 원을 잃더라도

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본전을 찾겠지..’ 하는

뜬구름 같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언젠가 김진명의 <도박사>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책 내용 중 도박 10계명이 나오는데, 나는 9개가 맞았다.

프로 갬벌러로 나가볼까?

 

세상에 펼쳐진 재미난 놀이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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