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화(magnolia)

작성자평고대|작성시간23.03.27|조회수95 목록 댓글 0

신이화(magnolia)

꽉 닫혀있다가 활짝 필 준비를 하며 한쪽에서부터 터져나가는 꽃봉오리. 신이화는 그런 목련 꽃봉오리를 닮았다. 건축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사적이고 독창적인 작업 공간이 필요했기에, 우리는 기능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그에 맞는 건물을 설계하고자 했다.

해당 대지가 차분하고 조용한 주택가에 있기 때문에 주변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상업 공간으로서 확실한 차별성을 두는 것이 중요했다. 건축주 또한 화려하게 돋보이는 것보다는 차분하고, 사색을 즐기는 분이었기에 건축에도 같은 성향을 담고자 했다. 주변이 대부분 주택이다 보니 최대한 북측에 건물을 붙인 채 남쪽을 바라보며 측면에서 길게 햇빛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도로에서는 건물의 옆모습들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형태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주고자 직사각형 평면보다는 정사각형에서 시작하여 사다리꼴로 변화시켜 형태를 잡았고, 이를 대지 중심부에 배치하였다.

△ 초기 볼륨 스터디

△ 형태 다이어그램

주변과 비슷한 듯 다른 듯 보이기 위해 쏟은 노력은 이와 같은 형태적인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이화는 주변 건물들과 전혀 다른 행위를 취하고 있음에도 정면에서 보이는 크기가 비슷해 보여 너무 튀어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형태를 최소화하고, 노출콘크리트와 색상, 질감이 다른 재료로 마감하여 주변 맥락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으며, 창이 보이지 않아 다른 표정을 가졌다. 이는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공간을 구성하는 시작이며, 차분한 건축주와도 닮아 있는 부분이다.

△ 레벨을 낮춘 1층

△ 1층 프라이빗 공용공간

△ 낮은 위치에서 수평으로 찢어진 1층 창

△ 수평 창으로 들어오는 빛

△ 1층 내부 다이어그램

1층은 특정 인원들만을 위한 프라이빗 공용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1층을 대지보다 낮추어 단순히 문으로 진입하는 것보다 공간감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1층 레벨을 낮추어 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주변에 내부에서 보고 싶은 풍경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리를 볼 때는 조경을 눈앞에 두고, 원거리를 볼 때는 최대한 건물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하게 계획하였다. 1층에서는 외부와 단절되어 주택가에 있다는 맥락을 잠시 끊을 수 있다.

△ 2층 작업 및 휴식공간

△ 2층 테라스

△ 2층 내부 다이어그램

2층은 조금 다르다. 건축주가 작업을 하면서 쉬기도 할 공간이기 때문에 1층보다 조금 더 생활에 근접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해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남측에 창을 크게 만들면서도 벽을 생성해 사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베란다를 마음대로 꾸며 건축주가 뷰를 생성해 나갈 가능성을 만들어 주었다. 이 공간도 1층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건물이 없는 부분은 시원하게 열어 확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상대적으로 저예산 프로젝트였기에 최대한 부수적인 요소를 줄이고자 하였으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공간감을 만들고 싶었다. 시야와 개방감을 위해 도로 면으로는 좁아지고, 닫혀 있도록, 벼랑 쪽으로는 넓고, 열려 있도록 계획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선 형태는 단순한 박스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풍부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민한 부분이다. 단순한 박스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처마 공간을 안으로 넣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미완성이다. 앞으로 건축주가 사용하면서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다. 건축주는 특정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두고 건축물을 사용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앞으로 건축주와 함께하며 변화해 나갈 건물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