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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연출가 부부의 제주도 내 집, 모두의 18번가

작성자느티나무|작성시간14.01.08|조회수1,978 목록 댓글 4

사는 모습은 저마다 다양하다. 요즘 제주에는 평균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그려나가는 사람들이 스며들고 있다. 제주에 내려가 자신들이 꿈꾸던 공간 '18번가 카페·민박·갤러리'를 꾸미고 새롭게 출발하는 용감한 젊은 부부를 만났다.



우리 동업할까? 아니, 결혼할래?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렸을까. 목적지인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마을에 들어서자 한눈에 봐도 튀는 집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평범한 주택들과는 사뭇 다른 모던한 스타일의 아담한 건물 3채가 정답게 서 있다. 이 집의 주인인 안선규(33)·안세현(30) 부부는 이 공간을 통칭해 '18번가 카페·민박·갤러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주 올레 18코스가 지나는 곳이라 18번가라고. 안채, 바깥채, 부속 건물 이렇게 총 3채의 건물이 소담한 안마당을 둘러싸고 있는데 안채에는 부부의 거주 공간과 아담한 민박용 객실이 자리 잡고 있다. 바깥채와 부속 건물에는 각각 카페와 갤러리가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의 신혼집이자 일터, 오가는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인 셈이다.

막 문을 연 카페에는 맑은 통유리창을 통과한 아침 햇살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공간을 안내하는 남편의 말투에 자부심이 넘쳐흐른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손수 지은 아침 식사를 내주는 젊은 안주인은 솜씨부터 말씨까지 따뜻하고 부드럽다. 안마당에는 부부가 직접 만든 소담한 돌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곳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차 한 잔 하겠지 싶다.



Info
18번가 카페·민박·갤러리
위치 제주 조천읍 신촌북3길 20(신촌리 2303-1)
문의 010-9105-1101, 페이스북(Cafe.18th.St)


어쩌다 제주까지 옮겨오게 된 것일까. 부부는 '육지사람'이었다. 제주에 이렇다 할 연고도 없었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2013년 초 결혼을 계획하면서 제주 이주를 결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여러 조각이 완벽한 퍼즐처럼 들어맞았다고나 할까. 부부는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한다. 연극영화과 졸업 후 무대디자인 석사과정을 마친 남편 안선규씨와 공간연출을 전공한 부인 안세현씨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현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사랑에 빠졌고, 이후 친구 한 명과 의기투합해 AGQ라는 공간 컨설팅 업체를 차렸다. 그런데 일이 점점 늘어나 번듯한 사무실이 필요해졌는데, 동업자였던 친구가 팀을 나가게 됐다. 마침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우리가 결혼을 해서 신혼집 겸 사무실을 만들자'.

결혼 계획을 들은 안선규씨 아버지가 제주에서 살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부부의 머릿속에 번쩍 불이 들어왔다. 몇 주간 벽화 작업을 위해 머물렀던 제주도에서의 좋은 추억이 먼저 등을 떠밀었다. 게다가 굳이 답답한 서울에 비싼 돈 들여 전셋집을 얻을 이유가 없었다. 제주도로 내려가면 같은 돈으로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내 집, 내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짜릿했다. 공간연출가로서 늘 꿈꿔왔던 '우리의 취향대로 꾸민 공간'은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도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됐다.

50년 넘은 집을 고치고 또 고치고


안세현씨는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일보다 집터를 고르는 일이 더 신이 났다. 원하는 공간을 마음에 그려놓고 서울과 제주를 수차례 오간 끝에 마침내 찾았다. 지은 지 50년이 훌쩍 넘어 비록 낡긴 했어도 넓은 마당이 있고, 몇 걸음 걸어 나가면 바닷가가 있는 집이었다.

계약과 동시에 대공사를 시작했다. 오래된 집이었지만 장점이 있었기에 모두 허물지 않고 옛것과 새것이 조화되도록 했다. 덕분에 지금 카페와 갤러리, 부부의 집에는 옛집의 골조와 멋스러운 나무 천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갤러리 한쪽에는 안채 공사를 하며 나온 서까래도 소중히 세워두었다. 부부의 생활 공간인 안채에는 주변을 감상할 수 있는 옥상을 만들었다. 정겨운 신촌리 마을의 전경과 집 뒤편 아름드리 팽나무가 내려다보이고 그 옆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눈을 씻어준다. 2인용 객실은 침실과 욕실이 딸린 독립 공간으로 꾸몄다. 넓진 않지만 해가 잘 들고 세련된 침구와 소품이 깔끔하다.

현재 18번가 공간의 중심은 카페다. 많은 이들이 오가며 쉬고 소통하고 여유를 느끼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카페 앞을 지나는 올레길을 따라 도보 여행자들이 제법 들른다. 아늑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로 몸도 녹이고, 주인들의 손길이 담긴 전시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누리고 간다. 갤러리에는 부부가 그동안 만든 작업 결과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안세현씨의 솜씨 좋은 친언니가 만든 제주 팝업 지도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올해부터는 서울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1월 말에는 업사이클링 작가들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훗날 뜻 맞는 디자이너들이 이곳에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지금은 카페를 잘 꾸려가는 데 집중할 작정이다. 제주도이다 보니 카페 운영에 필요한 물건 수급이 빠르지 않아 조금 애를 먹고 있는 것 빼고는 괜찮다. 차차 요령이 생기고 익숙해질 것이라며 부부는 서로를 다독인다. 인터뷰 말미에 안주인 안세현씨가 말을 덧붙였다. 제주로 이주해온 이들이 얼핏 유유자적 사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모두 각자의 삶 안에서 부단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했다.

부부는 18번가 카페·민박·갤러리가 신촌리에서 가장 예쁜 집, 가장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꿈을 꾸는 순수함,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다부짐까지 두루 갖춘 이 영특한 젊은 부부의 바람은 곧 이뤄질 것 같다. 제주도에 간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18번가를 소개해줄 작정이다. "조천읍 신촌리에 가면 18번가라는 재미있는 곳이 있어!"라고.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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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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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소망 | 작성시간 14.03.26 행복하세요....
  • 작성자율법주의자 | 작성시간 15.05.17 사랑1 소박한 꿈 아름답습니다, 늘 행운이 선물로 매일 같기를 빕니다. 박수
  • 작성자석천거사 | 작성시간 16.01.27 잘보고갑니다. *^^*
  • 작성자천안성전 | 작성시간 16.09.13 .^*^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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