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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SUV 시장에 새로운 기준점을 세우다, 기아 EV9

작성자동호인|작성시간23.06.23|조회수64 목록 댓글 0

현 상황에서 친환경이라는 목표에 가장 가까이 도달한 방안에 전기차만 한 것이 또 있을까. 물론 전기차 역시 제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등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순수하게 운행하는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선 수소연료전지차와 더불어 가장 친환경적인 차량임에 틀림없다. 각 브랜드들 역시 이러한 뜻에 공감하는 한편, 일정 수준 이하로 탄소배출량을 끌어내려야 하는 또 다른 목표까지 더해져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차량이 대단히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내연기관에 비해 출시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종류가 적은 부분도 있고, 또 하나는 차량의 크기가 소형~중형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부 브랜드에서 대형 세단 한두 종류가 출시된 정도일 뿐, 크기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아 소비자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편함까지 감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대형 전기 SUV가 시장에 출시를 예고했고, 자체 프리뷰 행사나 서울모빌리티쇼 등을 통해 서서히 정체를 공개했다. 바로 기아 EV9로, 공식 출시를 며칠 앞두고 미디어 시승회가 마련되어 현장을 찾았다.

그동안은 전시장에서만 만나 차체가 크다는 건 수치적으로 알았지만 이를 실감하긴 어려웠는데, 주차장 한 칸을 가득 메운 차체를 보니 덩치가 상당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크기는 전장 5,010mm, 전폭 1,980mm, 전고 1,775mm에 휠베이스는 3,100mm로 전기차 중에서도 상당한 크기에 전기 SUV에서는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EV9가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전반적인 수치가 약간씩 더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일지 감이 쉽게 올 것이다.

 

외관에서는 매끈하지만 불륨감을 갖춘 차체가 인상적이다. 보통 공기역학적 디자인이라고 하면 뾰족하고 날카로운 디자인이어야 할 것 같은데, SUV 특유의 2박스 스타일 차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0.28Cd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는 점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덕분에 복합 기준 4.2km/kWh(19인치 2WD 모델 기준)라는 크기 대비 상당한 수준의 전비를 달성해낼 수 있었고, 99.8kWh 배터리로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501km(19인치 2WD 모델 기준)에 달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로 인한 불만을 잠재우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전면부 그릴에는 이번 EV9에서 처음 선보인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인상적이다. 사실 이전의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윤곽만이 살짝 남은 수준이라 이걸 같은 것으로 봐야 하는지는 좀 아리송하긴 하지만, 여기에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이 더해져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사용자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라이팅 패턴을 구입, 적용할 수 있는 점은 반가운 부분이긴 한데, 이를 위해 스타일 옵션을 적용하는데 150만 원, 라이팅 패턴 구독을 위해 18만 원(사용기간 평생)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측면에서는 공기역학적 측면을 고려한 휠과 볼드한 느낌의 휠 아치, 볼륨감을 강조한 도어 등이 덩치와 잘 어울린다. 후면은 심플하게 마무리했는데, 테일라이트의 디자인을 전면 주간주행등과 비슷하게 디자인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테일게이트 상단을 돌출시켜 스포일러의 역할을 하도록 구성한 점은 공기역학을 위한 것이겠지만 디자이너들의 애교가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실내는 전기차답게 널찍하게 구성되어 한결 여유롭다. 특히 2열 시트에 스위블 기능을 넣을 수 있을 정도면 말이 더 필요할까. 단순히 시트를 돌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의외로 직접 돌려보면 시트 주변으로 적잖은 공간이 필요해 1열 시트도 살짝 앞으로 당겨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공간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SUV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만큼 이번 EV9에 기아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했음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3열 시트는 2열에서 자리를 너무 넓게 차지하지만 않으면 성인이 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더해놓았다. 개인적으로도 가끔 아이부터 어른까지 5명 이상이 탑승할 일이 있어 무늬만 3열이 아닌, 진짜 3열 구성의 SUV는 언제나 반갑다.

운전석 주변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선 와이드 디스플레이의 구성이다. 기존에는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나란히 이어놨다면, EV9에서는 이 둘 사이에 공조장치 제어 스크린을 더해놓았다. 전반적인 구성이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은데, 스티어링 휠 위치에 따라 공조제어 스크린을 가리게 되어 적응될 때까지는 불편할 수도 있다. 물론 공조장치의 세부 조절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 이뤄지고, 주요 기능, 온도조절이나 풍량 조절 등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하단에 물리 조작계를 남겨놓았으며 전반적인 공조 관련 기능은 음성 명령으로도 제어 가능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바로 아래로는 대시보드와 일체화된 단축 버튼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시승차량은 시동을 꺼도 이 부분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 이에 대해 기아차 담당자는 “내장재 색상에 따라 직사광선이 비치는 경우 스위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어 몇몇 색상에선 시동을 꺼도 이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단축 버튼들에는 햅틱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조작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없다.

2열은 천장에 공조장치 조작계가 마련되어 있어 운전석과 별도로 설정이 가능하고, 6인승 모델에는 확장형 센터 콘솔이 더해져 2열 탑승자가 물품 등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3열은 2열에서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성인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바깥쪽에 암레스트를 겸하는 컵홀더와 USB 충전 포트 등 편의 사양을 배치해놓았다. 트렁크 공간은 3열을 세운 상태에서도 골프백이나 캐리어 등을 실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차박 등의 용도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하겠다.

행사를 준비한 담당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이번 EV9 시승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GT라인에 추가할 수 있는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었다. 그동안 내비게이션 기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NSCC)이나 고속도로 주행보조, 차선유지 보조 등 2.5세대 자율주행 기능은 충분히 경험해봤던지라,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된 자율주행 기능의 실력이 궁금했기 때문. 물론 EV9에 탑재될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이 만능은 아니다. 몇 가지 제약 조건들이 붙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최고속도는 80km/h로 제한되어 있어 고속도로에서도 최하위차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부주의 예방을 위한 눈 감지 센서가 적용되어 선글라스를 쓴 상태에서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조건이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시승을 통해 살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시승에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GT 라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 국내 첫 대형 전기 SUV의 성능과 각종 편의기능 등에 집중하기로 하고 시승에 나섰다.

경기 하남을 출발해 첫 번째 목적지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카페다. 100km가 넘는 상당한 거리지만, 대부분 고속도로 위주로 구성된 코스라 마음이 편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내비게이션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규정속도보다 조금 높여 설정하면 한국 특유의 교통 흐름에 발맞추면서 과속 카메라나 급커브 등이 있는 구간에서는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전방의 돌발 상황에만 주의하면 된다. 재밌는 건 이번 EV9부터는 ACC 기능 작동 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정전식 센서로 변경했기 때문에 무게추 같은 방법으로 차량을 속이고 부주의하게 운전하는 위험한 상황은 이젠 안녕이다.

시내에서 멀어져 한적한 고속도로에 들어섰으니 달리기 실력을 확인할 차례다.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나왔던 현대차그룹 산하의 전기차들과 달리 크기가 상당히 커졌기에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ACC와 차로유지보조 기능들을 끄고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치솟는다. 앞뒤 2개의 모터가 283kW, 384마력의 강력한 파워를 뿜어내자 2.5톤이 넘는 차체가 앞서 나온 다른 2톤 전후의 전기차들처럼 가볍고 사뿐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에 개인 설정(My drive)까지 총 4개로, 시종일관 부드럽게 가속하는 에코, 처음부터 풀 파워를 쏟아내는 스포츠, 페달 조작에 따라 부드러운 가속부터 풀 파워 가속까지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노멀까지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승차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 아무래도 패밀리카로 활용하는 비중이 높은 모델인 만큼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세팅해 노면 요철이나 진동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첫 번째 목적지에서 진행된 EV9 디스커버리 행사에서 기아 담당자는 “전륜에 듀얼 로우 암을 적용한 ‘맥 멀티 서스펜션’, 후륜의 피칭 모션을 감소시키기 위한 ‘셀프 레벨라이저’라는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일정 가격 이상의 제품은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나 에어 서스펜션을 채택하는 편인데, 이런 방식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기계식이 전자식이나 에어 서스펜션 대비 공간을 적게 차지해 더 큰 용량의 댐퍼를 적용할 수 있어 튜닝 자유도가 높아 전자식이나 에어 서스펜션 못지 않은 승차감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의 경우 엔진 소음이 없는만큼 외부의 다른 소음들, 특히 노면 소음이 적잖이 올라오는 편이지만 EV9은 이 부분을 잘 잡아냈다. 놀라운 건 그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출시되는 제품 중 상위 등급 모델의 경우 노이즈 캔슬링 같은 기술을 통해 소음을 억제하는 방식이 자주 사용됐는데, EV9의 경우 이런 기술 없이도 상당히 조용한 실내를 구현해냈다. 특히 전 트림에 흡음 타이어가 기본 적용되어 로드 노이즈, 노면에서 튀어오르는 이물질로 인한 소음을 억제했다고. 이 정도의 소음 억제 능력이라면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첫 공개부터 이번 출시까지의 과정을 보면 기아가 이번 EV9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느끼게 한다. 물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번 EV9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배터리부터 각종 안전, 편의기능까지, 꽉꽉 들어찬 EV9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모델이다. 물론 여기에 3단계 자율주행까지 더해진 GT라인이 라인업에 추가되면 전기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시장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환영한다. 

출처 라이드매거진 송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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