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됐던 것처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우재 상임고문은 항소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삼성가(家)의 분위기를 폭로하기까지 했다.
임 상임고문이 배포한 내용에 따르면 거대한 한 가문 내 문화는 평민으로서 감당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임우재 상임고문은 항소의 변을 밝히면서 이 같은 내용의 호소를 동반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상임고문의 러브스토리에 암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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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우재 상임고문이 항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성남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상임고문이 별거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공식석상에서 함께 자리하기도 했지만 이는 외부 시선을 의식한 것에 불과했다.
2014년 말 이혼조정이 시작되면서 임우재 상임고문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슬픈 결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혼조정은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임 상임고문이 이혼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임우재 상임고문과는 다르게 이부진 사장은 이혼을 요구했으며, 이 구도를 두고 '임우재 밀어내기'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법적 공방이 이어진 끝에 1심 선고 공판이 지난달 14일 열렸고 이부진 사장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임 상임고문에게 자녀에 대한 월 1회 면접교섭권만 부여했다.
임우재 상임고문은 항소의 의지를 곧장 표출했다. 선고 공판이 불합리하다는 것에 대한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임 상임고문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2일 임우재 상임고문이 항소장을 직접 들고 법원을 찾아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본인의 입장을 더 호소력 짙게 전달하고자 하는 제스처였다.
결국 임우재 상임고문은 4일 오후 2시께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나타났다. 임우재 상임고문은 항소를 통해 가정을 깨기 싫다는 의지를 또 한 번 강조됐다.
이와 동시에 임 상임고문은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법원을 찾은 기자들에게 항소 이유 등을 적은 2장 분량의 문서를 제공했다.
임우재 상임고문이 항소와 동시에 공개한 이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던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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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가의 분위기가 임우재 상임고문이 전달한 문건을 통해 알려졌다.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내용만큼은 왕족의 그것과 유사하다. |
첫 시작부터 놀라움을 자아냈다. 임 상임고문의 가족들이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상임고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9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임 상임고문은 자신조차도 아이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배포된 자료에는 수행원들에게 둘러싸인 아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임우재 상임고문은 인정에 호소했다.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단지 '평범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태생이 다른 아이가 남들에게 베푸는 방법을 깨닫기 위해서는 평범한 삶이 어떤 것인지 느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조트에서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 라면·떡볶이·어묵이 누구나 먹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임우재 상임고문은 토로했다.
임 상임고문은 아들에게 "우리 아들은 할아버지가 부자시고 엄마가 부자라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거야.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아들이 되길 바라"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면서 임우재 상임고문은 판결의 불합리함, 친권의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그는 결연한 어조로 이번 판결에 대항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임우재 상임고문이 공개한 자료는 평사원의 눈으로 바라본 삼성가의 문화가 담겨져 있었다.
물론 한 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기술된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재벌가의 이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임우재 상임고문이 공개한 내용들의 진위가 밝혀지고, 이것이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 사장과 임 상임고문의 항소심은 예상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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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커버그 페이스북에 게재된 출산 휴가 관련 게시물 |
한편 임우재 상임고문의 눈으로 본 삼성의 이면이 공개되면서 삼성은 '일반적 가치'를 중시하는 글로벌 CEO들과 대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다.
주커버그는 최근 가정과 육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출산 휴가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들은 아내가 출산을 하면 4개월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화목한 가정을 중시하는 CEO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었다. 지난해 말 주커버그는 이 정책을 전 세계 페이스북 직원들에게 적용시켰다.
그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1일 부인 챈의 출산에 맞춰 육아 휴직을 하기로 결심한 것.
출산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주커버그와 챈 부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다음 세대 어린이를 위한 현 세대의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99%(시가 약 450억 달러. 약 52조 원)를 챈 주커버그 이니셔티브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