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고
그가 남기고 간 또하나의 육체,
삶은 어차피 낡은 가죽 냄새 같은 게 나지 않던가
씹을 수도 없이 질긴 것,
그러다가도 홀연 구두 한 켤레로 남는 것
그가 구두를 끌고 다닌게 아니라
구두가 여기까지 그를 이끌어온 게 아니었을까
구두가 멈춘 그 자리에서
그의 생도 문득 문득 걸음을 멈추었으니
얼마나 많이 걸었던지
납작해진 뒷굽, 어느 한족은 유독 닳아
그의 몸 마지막엔 심하게 기우뚱거렸을 것이다
밑 모를 우물 속에 던져진 돌이
바닥에 가 닿는 소리
생이 끝나는 순간에야 듣고 소스라쳤을지도 모른다
노고는 길고 회오의 순간은 짧다
고래 뱃속에서 마악 토해져나온 듯한
구두 한 켤레, 그 속에는
그의 발이 연주하던 생의 냄새 같은 게
그를 품고 있던 어둠 같은 게
온기처럼 한 움금 남겨져 있다 날아간다
- 나희덕 「그곳이 멀지않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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