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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질병]신종 감염병의 탄생, 그리고 진화

작성자인연|작성시간20.02.27|조회수30 목록 댓글 0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연합뉴스 제공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연합뉴스 제공

작년 10월, 존스홉킨스 건강 안전 센터는 세계 경제 포럼 및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신종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 관한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벤트 201(Event 201)이라는 이름의 시나리오다. 


새로운 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브라질의 양돈장에서 나타난다. 최초 감염자를 시작으로 점점 퍼지면서 남아메리카 일부 도시의 저소득 슬럼가에서 확산된다. 시나리오에서는 기초 재생산지수(R0)는 1.7로 가정했고(1.1~2.6), 사망률을 평균 14%으로 설정했다. 감염 환자의 절반이 입원이 필요하고, 상당수가 중환자실 집중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잠복기는 5~7일로 설정했다. 
포르투갈과 미국, 중국으로 전파된다. 세계적인 유행이 일어나며 일부 국가는 통제에 성공하지만 결국 재확산이 일어나면서 어떤 국가도 통제하지 못한다. 모든 국가에 퍼진다. 백신 개발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다. 항바이러스제는 치료 효과가 있지만, 질병 전파를 그다지 막지 못한다. 매주 환자 수가 두 배씩 늘어난다. 


결국 신종 감염균은 6개월 만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18개월 만에 6천 5백만 명이 사망한다. 천문학적인 의료 자원이 요구되며, 엄청난 사회경제적 혼란이 일어난다. 백신이 개발되거나 전 인구의 80~90%가 감염된 후에야 대유행은 멈춘다. 소아기에 발병하는 상시적인 유행병으로 잔류한다. 물론 그냥 시나리오다. 


재단에서는 본 시나리오가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을 예측한 것이 아니며, 단지 모델링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원래 이런 시나리오는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사태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신종 감염병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자. 

병원체는 어디서 오는가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역병으로 가득하다. 과거 우리 조상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감염성 질환은 전체 사망의 약 25%를 차지한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감염균의 종류는 1400종이 넘는다. 500종이 박테리아나 리케차, 300종이 진균, 50종의 원생동물, 300종이 연충, 2종이 프라이온이다. 바이러스는 약 200종이다. 


병원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단 사람 간의 전파다. 직접 접촉이나 환경 오염에 의한 간접 전파, 매개체를 통한 전파 등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매독이나 말라리아다. 사람 사이에서만 옮겨 다닌다. 과거에는 이러한 감염병이 큰 문제였는데, 사실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약 100종이 채 안 된다. 말라리아의 경우 생활사 중에 모기의 몸에도 있는 기간이 있지만, 이런 것도 포함해서 사람 간 전파로 취급한다. 


동물에서 오는 경우가 더 흔하다. 물론 사람 간의 전파도 가능하지만, 일차적인 감염원은 동물이다. 광견병이나 라임병, 웨스트나일열병 등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도 한다. 보통은 척추동물 사이에서 감염이 일어난다. 어쩌다가 인간에게 옮겨오는 예도 있고(광견병), 다른 동물도 감염되지만, 인간 사이의 감염이 더 심각한 예도 있다(홍역 등). 대략 800종의 감염체가 바로 이런 경우다. 유제류나 설치류, 영장류, 박쥐, 고래, 유대류 등이 흔하다. 조류나 파충류, 양서류, 어류도 약간 있다. 


세 번째는 그 밖의 경우다. 일반적인 감염 경로를 따르지 않는 이러한 감염을 사프로노시스라고 하는데, 탄저균이나 파상풍, 진균 등이다. 잠시 체외에서 머물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하는데, 보통은 대변-구강 경로의 감염도 제외한다. 이러한 특이한 감염균은 약 백여 종이다. 감염력이 그리 높지 않지만, 콜레라는 예외다. 


인간만 걸리는 병원체는 상대적으로 적다. 대부분은 환경 혹은 다른 동물에서 유래한다. 

 

새로운 감염균의 출현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병원균의 리스트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매년 한두 종의 새로운 감염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1975년부터 인류가 새롭게 알게 된 감염체는 약 50여 종에 이른다. 건강과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만 따졌는데도 그렇다. 


흥미롭게도 새롭게 등장하는 감염체는 주로 바이러스다. 왜 그럴까? 첫째 이유는 바이러스 동정 기술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괴질도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는 RNA 바이러스가 빠른 변이를 하기 때문이다. 변이가 잘 일어나면 새로운 감염균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새로운 감염균은 주로 인수공통이다. 반대로 사프로노시스를 보이는 감염균은 아주 드물다. 아주 드문 예가 레지오넬라균이 대표적이다. 다만 항생제 내성균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지만, 사실 결핵균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물에서 유래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숙주의 범위다. 일부 감염균은 다양한 종의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다. 극히 일부지만 어떤 병원체는 포유류와 조류를 넘나들며 감염을 일으킨다. 이런 경향은 신종 감염균에서 두드러진다. 


신종 감염균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병원체 피라미드라는 개념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피라미드의 가장 하단에는 다양한 잠재적 병원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인류가 만나보지도 못한 병원체다. 바로 윗단에는 감염균이 있다. 인류가 새롭게 병원체를 만난다고 해도 일부만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윗단에는 전파력이 있다. 어쩌다 인간에게 옮겨온 병원체라고 해도 사람 간 전파가 되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피라미드의 가장 윗단에는 전염병 유행이 위치한다.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감염균 중 일부만 대유행에 성공(?)한다. 각각을 레벨 1부터 4까지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생태계 파괴와 신종 감염균


생태계는 신공 감염균의 유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하면서 광범위한 요인이다. 사실 요인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인간과 다른 매개체 혹은 감염균의 서식지는 보통 잘 겹치지 않는다. 감염균이나 매개체가 인간의 주거지를 습격하는 때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 반대다. 도시 건설과 인구 증가, 여행, 이주 등으로 인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로 옮겨 살고 있다. 피라미드의 가장 하단이 무너지면, 그중 일부가 다음 단으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나 대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염균의 R0, 즉 기초 재생산지수(basic reproduction number)가 낮으면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1보다 낮으면 가만히 두어도 사라진다. 만약 R0가 1보다 크다면 인구 집단에서 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초기 감염자의 숫자가 적으면 R0가 높다고 해도 결국은 추계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R0가 높으면 대유행의 가능성이 크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대유행의 가능성 = 1-[1/R0]


만약 신종 감염병의 R0가 1이라면 대유행의 가능성은 0이다. 그러나 2라면 대유행의 가능성은 50%로 높아지고, 4라면 75%, 10이라면 90%로 높아진다. 현재 신종 코로나의 R0는 확실하지 않다. 1.4부터 6.47까지 다양하다. 물론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므로 이런 단순한 식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R0를 1 이하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방역도 그중 하나다. 

 

 

신종 감염균의 또 다른 진화

 

 

문제는 새로운 감염균이 진화하는 경우다. 기존의 병원체가 우연히 생태적 경계를 넘어 인간에게 감염되었다고 해보자. 대개는 산발적 감염으로 끝나고 소강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런데 이때 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해보자. 보통 인구 집단에 들어오기 전에 변이가 일어나면 오프더쉘프 병원균이라고 하고, 인구 집단에 들어온 후 변이가 일어나면 테일러메이드 병원균이라고 한다. 각각 기성품 혹은 맞춤이라는 뜻이다. 


오프더쉘프 병원체는 주로 유전자 표류에 의한 변이가 일어난 후 인간에 대한 감염력을 획득한다. 그리고 R0가 1이 넘으면 확산하기 시작한다. 테일러메이드 병원체는 일단 1 이하의 R0를 가진 병원체가 인간 숙주에 감염된 후, 변이가 일어나서 R0가 1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신종 감염균이 나타나면 새로운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지 다들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면 R0가 1보다 낮으면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물론 초기 감염균주의 R0가 낮으면 새로운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 R0이 1에 가까워지면 돌연변이의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그리고 이중 일부가 R0를 1 이상으로 높인다면 대유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종 감염병의 피해를 막는 전략은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항바이러스제, 둘째 백신, 셋째 격리다. 물론 이러한 전략을 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부분의 신종 감염병은 검증된 항바이러스제가 없는 데다가 백신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격리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아직은 감염 경로를 잘 알지 못한다. 무증상 감염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일부 가족 내 감염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감염 경로와 잠복기를 추정하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사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심리적 불안이 집단적인 공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뿐이다. 


아무튼, 전세계적인 유행이 시작되면 방역보다는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가 더 필요하다. 이미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이다. 배제와 편견으로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언비어에 휩쓸리지 말고, 사회적 불안과 공황도 이겨내야 한다. 이벤트 201에서도 잘못된 정보의 차단과 정확한 정보 전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국가 행위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사태가 더 심각해지거나 장기화하면 의료 자원이 급격하게 소진될 것이다. 분투하는 의료인과 보건공무원을 아낌없이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가 수준의 위기 대응도 필요하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세계인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참고자료

-김성순, 최보율 및 이상원. (2008).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관리를위한 수학적 이론과 전략에 관한 고찰. 한국 역 학회지 , 30 (2), 157-167.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0)30183-5/fulltext
-http://www.centerforhealthsecurity.org/event201/
-Stearns, S. C., & Koella, J. C. (Eds.). (2008). Evolution in health and disease. Oxford University Press.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썼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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