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김철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하기 약 2주일 전, 김철 KTF 전 감독은 파이터포럼에 팀에서 가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신인으로 황병영을 추천했다. ‘최종 병기’ 이영호의 뒤를 이어 미래에 KTF를 짊어질 테란 유망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제는 KTF의 감독이 아니지만 김철 전 감독이 만들어낸 마지막 유산이 될 황병영을 만났다. 황병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당일, 김철 전 감독의 사임이 공식 발표돼 어수선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숙소를 찾았지만 기자의 예상과 달리 활기찬 KTF 숙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 가운데 황병영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연예인 뺨칠 만큼 수려한 외모를 지닌 선수였기에 금새 황병영을 찾을 수 있었다. ◆좋은 스승이자 넘어야 할 벽인 이영호 황병영에게는 팀 생활을 같이 하는 ‘최종 병기’ 이영호가 스승이자 곧 벽이다. 아무래도 같은 테란 게이머다 보니 자신보다 1살 어린 이영호가 부러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영호는 다른 게이머들과 무언가 달라요. 상황판단도 뛰어나고 병력의 움직임도 정말 좋습니다. 전투력, 확장력도 타 게이머에 비해 뛰어나죠. 정말 따라잡기 힘든 존재에요. 그래도 같은 팀이다 보니 저에게 자극이 되는 면이 있어요. 더 열심히 해서 따라잡아야죠.” 황병영은 이영호에게서 장점만을 흡수하고 싶다고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의 장점을 흡수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는 법. 황병영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진단했다. “저는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임요환 선수의 영향일까요? 테란의 방어의 종족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기가 중장기전으로 흐를 때가 많아요. 문제는 그런 경기들은 패턴이 다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중요한 경기에서는 실수를 많이 해요. 오프라인 예선전을 치르는데 서플이 막힌 적도 많습니다.” 황병영에게 단점을 말해보라 했더니 너무 거침없이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토록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을 하니 이영호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을 수밖에 없다. “물량과 컨트롤 같은 부분은 지금도 현재 활약하고 있는 유명 프로게이머들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정도도 되지 않으면 프로게이머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의 차이는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와 적절한 상황판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아직 저 밑에 있는 하수 프로게이머죠.” 너무 단점만 이야기 한 것 같아 이번에는 황병영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황병영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매우 짧았다. “물량하고 컨트롤은 어느 정도 합니다. 그리고 방어를 즐겨 하다 보니 상대 병력을 막아내는 노하우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장점이라고 할 것이 없네요.” “지금은 영호의 플레이를 따라 하고 흡수하는 단계입니다.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있어요. 팀 내에 이영호 같은 선수가 있다는 것은 출전 기회를 박탈당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최상위급 선수와 연습을 할 수 있어 실력 향상이 빠르다는 장점도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영호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느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죠. 이제는 영호를 뛰어넘거나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연습만이 살 길 이에요.” “영호는 정말 좋은 스승입니다. 하지만 뛰어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다는 것 아시죠.” ◆2군 평가전 7연승으로 주목 받다! KTF는 지난 5월1일부터 펼쳐졌던 2군 평가전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했다. KTF는 시즌 막바지에 6연승을 기록하며 놀라운 선전을 펼쳤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에서 온게임넷 스파키즈가 시즌 말미에 연승을 기록하며 기적 같은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낸 것과 다를 바 없었던 KTF의 2군들이었다. KTF가 2군 평가전 1위를 차지하던 그 중심에 황병영이 있었다. 황병영은 2군 평가전 첫 경기인 CJ 이경수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불안하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이후 내리 7연승을 달리며 팀 내 2군 평가전 최다승과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2군 평가전 첫 경기에서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긴장하다 보니 경기도 안 풀리고 스스로에게 화도 났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많이 몰아세웠지 나에게 욕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죠. 화가 나니까 긴장하는지도 몰랐어요(웃음).” 앞서 스스로 대단히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선수가 거둔 성적치고는 너무 좋은 성적이다. 황병영과 함께 2군 평가전에 출전했던 선수가 이미 프로리그에서 경기를 치른 바 있는 장주현, 우정호, 고강민, 박재영, 정명호 등이다. 성적으로만 보면 이미 황병영은 프로리그 무대에 데뷔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2군 평가전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2군 평가전을 통해 분명히 얻은 것이 있지요. 저는 2군 평가전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얻었어요. 이전에는 어떻게든 안정적으로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빌드로 짜려고 노력하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때까지 연습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황병영은 2군 평가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예선전을 뚫고 본선 무대로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차피 2군 평가전을 치른 곳에서 오프라인 예선을 진행하지 않습니까. 이제 더 이상 떨지 않고 잘 할 자신이 있어요. 이미 많이 경기를 치러본 곳이고 7연승을 기록했던 곳이라 꼭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모님께 하루 1번 전화하는 효자 황병영은 부모님을 무척이나 챙기는 효자다. 자신이 프로게이머를 꿈꿨을 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만큼 부모님에 대한 신뢰가 무척 크다. 아직 한 번도 부모님에게 거역한 적이 없다고 한다. 부모님도 황병영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열성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에 1번씩 전화통화를 합니다. 형이 둘 다 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이 외로우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남은 저라도 매일 전화해서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려야죠. 부모님이 걱정이 많음 분이시거든요. 특히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매일 저에게 차조심 하라고 말하신답니다.” 경력이 꽤나 오래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 위해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던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황병영에게는 그런 반대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모님은 오히려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아들의 꿈을 위해 나섰다. “부모님은 제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장비에 관한 것은 필요하다고 말씀 드리면 거의 다 사주셨어요. 아마추어 시절에는 대회 참가비도 주셨고 대회장까지 차로 데려다 주시곤 하셨죠. 제가 유명 프로게이머가 되면 5할 이상은 부모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팬까페 회원 수 56만을 넘어서는 그 날까지! 황병영은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알아 볼 수 있는 프로게이머”라고 밝혔다. 임요환처럼 되고 싶은 것이냐고 묻자 “임요환 선수는 이미 제가 되고 싶은 목표를 이룬 사람입니다. 목표는 임요환 선수를 뛰어넘는 것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룰 수 없는 목표라도 목표는 클수록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아직 공식전에 1번도 출전하지 않았는데 팬까페가 생겼고 회원수도 70명이나 됩니다. 그 분들께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인터뷰가 나가면 회원수가 140명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아직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은 황병영이라는 사람을 꼭 기억해 주세요. 조만간 영호와 함께 KTF를 이끄는 ‘원투 펀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까페 회원 수가 56만을 넘어서는 그 날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지금 가입하신 분들은 회원 수 56만을 넘어서면 모두 운영자 자격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허준 기자 jjoony@fighterforum.com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