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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멀리서 들려온 고국의 소식,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작성자손영인|작성시간26.06.11|조회수14 목록 댓글 0

미국에서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인생의 대부분이 되었지만,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아직도 변함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를 못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소식이 더 크게, 더 아프게 가슴에 와 닿았다.

 

미국에서의 선거는 늘 익숙한 풍경이다.

우편투표는 종이에 기입하지만,

투표소에서는 화면을 통해 후보를 선택하고,

확인하고, 제출한다.

종이가 모자라 투표가 중단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는 이 시스템이

이번 고국의 소식을 듣고 나니

새삼스럽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다.

힘들었던 시절을 지나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한 나라다.

그래서일까.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은

그 어떤 정치적 해석보다

먼저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마치 잘 자라던 자식이

뜻밖의 실수를 저지른 것을 본 부모의 마음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재외동포의 비판은

고국을 향한 냉소가 아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만큼

더 객관적으로 보이고,

더 애틋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엄격해지는 마음이다.

우리가 비판하는 이유는

한국이 더 잘할 수 있는 나라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그저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얼굴이고,

투표는 국민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어떤 이유로든

막혀서는 안 된다.

고국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멀리서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바란다.

 

멀리 있지만

마음만큼은 늘 고국 곁에 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사랑한다.

 

손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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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해동28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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