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박물관 투어(USS Midway Museum Tour)

작성자손영인|작성시간19.12.29|조회수898 목록 댓글 2

샌디에고의 수많은 관광지 가운데, 나는 이제 유명한 다운타운 해안가에 자리한 미드웨이 박물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바닷바람 속에 스며 있는 역사와 웅장함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다.

USS Midway는 1945년 취역 이후 1992년 퇴역할 때까지,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복무한 항공모함이었다. 47년에 이르는 긴 서비스 기간 동안 수많은 수병과 조종사들이 승선해 해군 항공 기술의 혁신을 이끌었고, 국제 인도주의 임무에도 참여하며 5대양과 6대주를 누볐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 말 그대로 ‘바다 위를 달리는 유일한 운송 회사’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제 그 영광스러운 임무를 마친 미드웨이는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다운타운 해안에 영구 정박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살아 있는 역사와 감동을 전하는 미드웨이 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미드웨이 박물관의 거대한 함정 후미에 다가서자,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온 철제 구조물이 바닷바람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쟁과 임무의 흔적을 품은 선미는 마치 그동안의 항해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듯, 지금도 변함없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미드웨이 함정의 옆면에 서서 바라보니, 거대한 철제 선체가 길게 뻗어 나가며 항공모함 특유의 위용을 드러낸다.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딘 외벽에는 전쟁과 임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마치 그동안의 항해 기록을 조용히 증언하는 듯하다. 

미드웨이 박물관에는 현재 1만 3천 명이 넘는 회원이 등록되어 있으며, 이곳은 퇴역 해군 장병과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현역 장병들을 위해 연간 700회가 넘는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매년 약 5만 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찾고, 그중 5천 명의 어린이들은 1박 5일의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항공모함의 역사와 해양 문화를 직접 배우고 경험한다.

입장료에는 전직 미드웨이 승조원들이 직접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 투어는 격납고와 엔진 룸, 갤리(조리실), 브리지, 브리그(구금실), 우체국, 포클, 조종사 준비실, 장교 구역, 1차 비행 갑판 등 60개가 넘는 구역을 둘러보며 항공모함의 실제 생활과 임무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간단한 보안 검사를 마치고 박물관 입구에서 구입한 표를 스캔해 들어서면, 항공모함의 선미에서 후미까지 시원하게 트여 있는 넓은 공간이 마치 하나의 광장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곳곳이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어, 웅장한 군함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유리관 속에 전시된 실제 함정과 똑같은 미드웨이 실물 모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교하게 재현된 작은 항공모함은 마치 축소된 또 하나의 미드웨이가 그 안에서 조용히 항해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래층 전시를 둘러본 뒤, 전투기들이 이착륙하던 비행 갑판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항공모함의 심장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길로 향하는 듯한 설렘이 스며든다.

전시 공간 한쪽에는 25명의 수병을 위해 준비되었던 비상식량과 각종 사용 가능한 장비가 유리 케이스 안에 정리되어 있다. 실제 임무 상황에서 어떤 물품들이 생존과 작전에 사용되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다.

이곳에는 항공기 탑승 체험과 조종석 관람을 비롯해 각종 영상 자료, 비행 시뮬레이터, 그리고 젊은 방문객들을 위한 내레이션 오디오 투어까지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덕분에 실제 항공모함에서의 비행 임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갑판에 전시된 해군 함재기들은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47년 동안 수행해 온 임무와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살아 있는 기록과도 같다. 

각 기체마다 그 시대의 기술과 작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항공모함이 걸어온 시간의 깊이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각 기체에는 그 시대의 기술과 작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걸어온 47년의 시간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금속 표면에 남은 세월의 결과 장비의 디테일 하나하나가, 이 거대한 군함이 지나온 역사적 순간들을 조용히 증언하는 듯하다.

갑판(Upper Deck)에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부터 사용되었던 다양한 해군 함재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 당시, 1985년 이전까지 미드웨이의 주력 기종은 당시 최신예였던 F-4S 팬텀 전투기였다. 이후 마지막 전쟁이었던 이라크 침공 ‘사막의 폭풍’ 작전 시기에는, 미 해군의 대표 전투기인 맥도널 더글러스 F/A-18 호넷으로 모두 교체되었고, 약 65~70대에 이르는 주력 함재기들이 이 항공모함에 탑재되어 임무를 수행했다.

함정의 제원을 살펴보면, 배수량은 표준 기준 45,000톤, 만재 시에는 65,000톤에 이르며, 길이 256m, 폭 35m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무장 체계는 5인치 함포 18문과 두 종류로 구성된 40mm 포 48문으로 갖추어져 있었고, 최고 속도는 33노트(약 61km/h)에 달했다.  212,000마력의 막대한 출력을 내는 네 대의 대형 터빈(각 58,000마력)이 네 개의 스크루를 돌려 추진력을 만들어내던 이 항공모함은, 당시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전력이었다.

 

함장의 숙소(Chief Commander’s Bedroom)는 항공모함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로, 지휘관의 생활과 책임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프링클러 시스템(sprinkler system)에 필요한 압력 펌프(pressurizing  water pump) 시설이 전시되어 있다. 항공모함 내부 곳곳에 설치된 이 장치는 비상 상황에서 신속하게 물을 공급해 화재를 진압하는 핵심 장비였다.

전투기를 몰았던 퇴역 해군 조종사가 식당 한쪽에서 방문객들을 모아 그룹 투어를 이끌고 있었다. 

실제 비행 경험을 가진 그의 설명은 전시물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주었다.

식당 조리실 안을 들여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4,000명에 이르는 승조원의 식사를 책임졌던 조리병은 과연 몇 명이나 되었을까.

^^ 항공모함 안에는 승조원들의 단정한 용모를 책임지던 함내 이발소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좁은 공간이지만, 수천 명의 장병들이 차례로 들렀을 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묘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드라이클리너(Dry Cleaner) 여러 대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장비는 한 번에 최대 40파운드(1대)의 의류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형 장비였다. 수천 명의 승조원이 생활하던 항공모함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시설이다.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양쪽 벽면에 각종 기계 장비를 위해 설치된 전기 배선과 배관 시설들이 드러나 있다. 겉보기에는 다소 복잡하고 정돈되지 않은 듯하지만, 이 모든 설비가 거대한 군함을 움직이는 핵심 신경망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빨간색 패널에 설치된 계기와 배관은 화재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이다. 압력계와 개폐 밸브, 조절기(regulator), 그리고 배관 내부의 이물질 제거 방법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함께 부착되어 있어 시스템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수병과 부사관의 계급 표지판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항공모함에서의 역할과 위계 구조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수병과 장교, 항공기 조종사 등 모든 승조원의 유니폼을 조달하고 보급하던 공간이다. 이곳에서 항공모함 전체의 복장 체계가 관리되었다.

우체국(Post Office) 역할을 하던 공간으로, 승조원들의 편지와 소포를 처리하던 곳이다. 바다 위에서도 육지와의 소통을 이어주던 중요한 생활 시설이었다. 

메인 엔진룸에는 각종 계기와 이를 연결하는 복잡한 배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전체 구조로 보아 "공기압을 이용해 장비를 제어·분배하는 공기 분배 시스템(pneumatic air distribution system)"으로 추정된다.

아래와 같은 넓은 식당이 함내 곳곳에 여러 개 마련되어 있다. 수천 명의 승조원이 생활하던 항공모함답게, 규모와 좌석 배치만 보아도 당시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기계 장비에 필요한 각종 부품을 제작해 공급하던, 일종의 함내 철공소 역할을 하던 공간이다. 터빈 작동에 필요한 기어(gear)와 같은 정밀 부품도 이곳에서 재생하거나 직접 생산해 항공모함의 핵심 장비를 유지했다.

화재 시 자동으로 작동해 수압을 높여주는 "지역 펌프 시스템(Local Fire Pump System)"이다. 스프링클러와 소화 배관망에 안정적인 압력을 공급해 비상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장치다.

터빈의 속도를 조절하는 운전자(Throttling Man)를 양성하기 위해 사용되던 훈련용 기계 장치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조작 기술을 익히도록 설계된 교육 설비였다.

온수나 바닷물을 증류수로 전환해 식수를 생산하던 "스팀 컨버터(steam converter)"로 보인다. 장치에는 수위(water column)와 증기 압력을 확인하는 압력계(steam pressure gauge), 그리고 증기 배관과 온수 배관이 동시에 연결되어 있어 증류 과정에 필요한 열과 압력을 조절하도록 설계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항공모함 내부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공기조화(Air Conditioning) 장치다. 밀폐된 함내 공간의 온도와 공기 질을 유지해 수천 명의 승조원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설비였다.

터빈이 설치된 메인 엔진룸이다. 이 공간은 보일러실과 분리되어 있으며, 보일러 장비는 공개되지 않아 직접 견학할 수 없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뒤편으로 보이는 "컨트롤 보드(Control Board Panel)"의 각종 계기들은 함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핵심 장치인 "메인 스팀 밸브(Ahead Throttle Valve)"를 운전하기 위한 설비다. 노란색 옷을 입은 여성이 잡고 있는 핸들은, 선미 아래에 설치된 프로펠러(스크루)를 돌리는 터빈으로 보내는 스팀 흐름(steam flow)의 압력을 조절하는 중요한 조작 장치다. 이 계기판을 다루며 속도와 출력을 조절하던 수병 또는 부사관을 이곳에서는 Throttle Man이라고 불렀다.

12대의 보일러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해 "600 PSI의 고압 건식 스팀(superheated steam)"을 생산했고, 이 스팀은 자동차 엔진에 비유되는 4대의 스팀 터빈을 구동했다.  각 터빈은 "58,000마력(HP)"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출력을 내며, 총 출력은 212,000마력에 달했다. 이 막대한 에너지는 함정을 움직이는 스크루(propeller)는 물론, 발전기와 HVAC 시스템, 식수를 만드는 증류기, 온수를 공급하는 온수기 등 함정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가동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990년, 미드웨이함이 퇴역하기 전 단기 해군(E-2)으로 4년간 복무했다는 한 미 해군 베테랑과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그중 1년을 이곳 터빈 엔진룸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 후 미드웨이 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관광객들을 돕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멋진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고 있었다.

기계 도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엔진룸에 어떤 장비가 연결되어 있고, 각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실내 공기를 주입·순환·배기하는 팬(Fan)들도 전기 모터가 아닌 스팀(steam) 압력으로 구동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항공모함 특유의 에너지 체계를 잘 보여준다.

통로 곳곳에는 각종 배관 장치와 통신 설비에 필요한 수많은 전선(wire)이 노출되어 있어, 항공모함 내부의 복잡한 시스템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문은 비상 상황에서 수동으로 개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전력 공급이 끊겨도 안전하게 구획을 차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투어를 마치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마지막 통로였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함정 내부의 공기와 소리가 서서히 뒤로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미드웨이 박물관은 개인 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공공 행사도 주최해 왔다. 2012년에는 샌디에고 주립대와 시러큐스 대학이 맞붙은, 전국 중계된 NCAA 농구 경기를 비롯해 여러 대형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렸다. 또한 뉴스·학술·역사·군사 채널 등에서 다루는 연례 ‘미드웨이 전투’ 대학 레슬링 쇼케이스가 2017년부터 매년 11월 박물관의 비행 갑판에서 개최되고 있다. 투어를 마치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한된 공개 범위 때문인지 함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함교(Bridge)"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단,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특별 행사나 VIP 프로그램에서 제한적으로 함교 일부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지만, 일반 관람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글/사진 孫永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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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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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黃田김태성 | 작성시간 20.01.05 바다에 떠다니는 움직이는 비행장이라고 해야하나?
    하나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하는구나.
    우린 아직 이 정도를 만들지 못하고, 가지고 있지도 못하니..
    그래서 도람프가 큰 소리 치나보다.
  • 작성자손영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1.06 우리가 승선한 박물관 미드웨이는 만재시 6만5천톤으로 중형급이지만 조지부쉬 같은 핵 항공모함은 10만톤이 넘는데 상상만해도 규모가 비교가 되더라. 단지 아쉬웠던 부분은 내가 원했던 조타실과 함포시설도 보질못했다. 노포크 버지니아에 있는 USS Wisconsin은 5만7천톤인데 함정전체를 견학하는데 4시간. 이곳은 1시간반이면 관람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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