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여행 기행문, 하 (Yellowstone National Park)

작성자손영인|작성시간18.04.18|조회수1,370 목록 댓글 1

Day 5

Madison Camp Site >>> Memmoth Hot Springs

여행거리 34마일(54 Km), 총 2,963 Km

옐로우스톤의 캠프장은 곰이 자주 나타나 사람 음식(Human Food)을 찾기 때문에 ‘Bear Country’라고 불린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음식 냄새가 나는 모든 물품은 반드시 차량 안에 보관해야 하며, 캠프파이어(campfire)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한 규정도 매우 엄격하다. 우리가 이곳에 머문 지 이틀째 되는 날, 메디슨에서 노리스(Norris)를 거쳐 맘모스 핫 스프링(Mammoth Hot Springs)까지 왕복 134마일을 운전하며 구경하기로 했다. 이동 중 Passing Zone에 차를 세우고 무스(moose) 등 야생동물을 관찰하기도 했는데, 길가에 차들이 늘어서 도로가 막혀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차량이 길게 밀려도 경적을 울리거나 짜증을 내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자연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Mammoth Hot Springs

우리는 노리스(Norris)에 있는 박물관과 Norris Geyser Basin, Steamboat Geyser, Porcelain Basin을 둘러보며 약 4마일(6.5km)을 걸었다. 노리스를 출발해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비버 호수(Beaver Lake) 근처를 지나는데, 강줄기에서 사슴들이 물놀이하듯 뛰노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비버 강 주변에서는 트라웃(Trout)을 낚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캐나다에서 관광 왔다는 한 백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트라웃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트라웃은 물 깊이가 3피트가 채 되지 않아도 surprisingly 큰 개체들이 서식한다고 한다.

점심 무렵 우리는 옵시디언 클리프(Obsidian Cliff)에 도착해 김치라면과 핫도그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아이들은 신비롭게 뻗어 있는 현무암 절벽 사이를 타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피크닉 장소에서 만난 미국인 가족과는 옐로우스톤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무려 24시간을 운전해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맘모스 핫 스프링(Mammoth Hot Springs)이었다. 이곳의 온천 지형은 뜨거운 물과 함께 분출된 각종 광물질이 굳어 형성된 것으로, 언덕 전체가 화려한 색깔로 뒤덮여 마치 신비한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동쪽의 타워로 향하는 길 가까이에는 화석이 된 나무 기둥들이 우뚝 서 있어 또 다른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옐로우스톤 호수로 흘러가는 강물은 깊은 계곡을 지나며 여러 개의 아름다운 폭포를 만들어 내고, 그 주변에는 해발 1만 피트가 넘는 산들이 장엄한 풍경을 이룬다. 온천수와 지층이 관광객 동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줌 렌즈를 통해 온천수가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형태의 핫 스프링을 둘러본 뒤, 관광단지에 있는 국립공원 안내소의 기념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관람했다. 하루 종일 산을 오르내리며 지친 몸을 이끌고, 우리는 다시 메디슨 캠프로 돌아왔다.

 

Day 6

Madison Camp Site >>> Tower Roosevelt 

여행거리 90마일(144Km), 총 3,017 Km

 

우리의 캠프가 있는 메디슨 캠프장은 해발 6,806피트(2,091m)에 위치해 있어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화씨 약 50도에 이른다. 그래서 낮에는 여름옷을, 밤에는 겨울옷을 입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간단한 조식을 마친 뒤 우리는 타워–루즈벨트(Tower–Roosevelt)로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에 들러 그랜드 캐니언 일대를 내려다보며 장엄한 풍경을 감상했다. 다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던 중, 마운트 워시번(Mount Washburn)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했으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 중간에서 하산했다. 마운트 워시번은 옐로우스톤에 있는 47개 산 중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10,243피트(3,122m)에 달해 한국의 백두산보다도 높다.

타워–루즈벨트로 가는 길에서는 산비탈에서 먹이를 찾으며 놀고 있는 흑곰을 발견해 비디오에 담는 행운도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타워 폴(Tower Fall)을 찾아갔는데, 주차장에서 약 2마일 떨어진 산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다. 높이 약 40미터의 폭포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더욱 웅장했고, 쏟아지는 물줄기의 힘이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인상적이었다.

 

 

 

Day 7

Grand Village >>> Jackson Hole, Wyoming 

여행거리 224마일(358Km), 총 3,375Km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아름다운 아침이다. 그랜드캐니언을 관광하는 많은 여행객들은 와이오밍의 유명한 관광지인 잭슨 홀(Jackson Hole)을 함께 찾곤 한다. 알프스 산맥을 연상케 하는 그랜드티턴(Grand Teton National Park)은 바로 그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잭슨 홀에서 식사도 하고 잠시 들르기로 아이들과 약속했다. 특히 그랜드티턴 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대표적인 영화는 〈Shane〉(1953)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웅장한 그랜드티턴 산맥을 배경으로 한 명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랜드티턴 산은 한여름에도 흰눈이 덮여 있는 높은 산맥의 장엄함, 고요히 잠든 듯한 호수의 정적, 야생화로 물든 드넓은 목장, 그리고 나무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맑은 강물까지…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이 한곳에서 조화를 이루며 마치 지상의 평화를 상징하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1만 2천 피트를 넘는 산봉우리들의 당당한 위세는 처음엔 다소 위압감을 주지만, 곧 목장과 호수가 주는 평화로움이 마음 깊은 곳까지 위안을 전해준다.

1953년에 제작된 서부영화의 고전 〈Shane〉과 관련해 그랜드티턴의 이름 유래도 흥미롭다. ‘거대한 유방’이라는 뜻의 이 명칭은 1800년대 초 프랑스계 모피 사냥꾼들이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산봉우리의 형태가 여성의 가슴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랜드티턴은 192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50년에는 산맥 아래의 목장 지대가 추가로 편입되었다.

공원 내부를 지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록펠러’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는 이 공원을 위해 52평방마일의 넓은 땅을 기증한 록펠러 씨를 기리기 위함이다. 공원의 면적은 485평방마일로 옐로우스톤에 비하면 7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높은 산과 맑은 호수, 넓게 펼쳐진 목장이 만들어내는 경관은 스위스 알프스를 떠올릴 만큼 아름답고 화려하다. 매년 50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Day 8

Grand Village >>> Yellowstone Grand Canyon

여행거리 36마일(57Km), 총 3,411Km

 

Yellowstone 국립공원은 해발 약 3,00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한여름에도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져 초겨울 같은 날씨가 된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할 때는 반드시 겨울 옷을 챙겨야 한다. 대부분의 미국 국립공원 주변에는 호텔, 레스토랑, 쇼핑센터, 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지만, 옐로우스톤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공원 내부에 있는 캐빈, 쇼핑센터, 주유소 등을 이용해야 한다. 숙박 또한 국립공원 내 캠프장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요한 정보는 국립공원 웹사이트에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옐로우스톤의 캠프장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주변 경치가 황홀할 만큼 아름답고,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어느 곳에서든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될 정도로 풍경이 빼어나며, 야생동물의 천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캠프장 예약은 최소 3개월 전에 해야 하며, 예약에 실패하면 공원 밖으로 나가 호텔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입장료는 7일간 유효해 큰 문제는 없지만, 다시 입장할 때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그랜드 빌리지에서 이틀을 보낸 뒤 마지막 일정지인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했다. 여기서 말하는 그랜드 캐니언은 애리조나 주의 그랜드 캐니언이 아니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옐로우스톤 그랜드 캐니언’을 의미한다.

그랜드 캐년 아래쪽 폭포

그랜드 빌리지에서 캐니언까지는 약 36마일 떨어져 있지만, 해발 7,734피트의 West Thumb 지역에 있는 Paint Pots의 간헐천과 Yellowstone Lake를 지나면 약 30분 만에 Fishing Bridge에 도착할 수 있다. 이 호수 주변은 캠핑 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허가만 받으면 낚시도 즐길 수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천국으로 알려진 곳이다. 

Paint Pots Geyser

이 호수는 최대 수심 320피트, 폭 14마일, 길이 114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서식하는 송어가 살고 있으며, 사방에 자리한 간헐천에서 흘러내린 뜨거운 물이 호수로 스며든다.

옐로우스톤 호수  

피싱브리지(Fishing Bridge)는 1904년에 목조로 건설된 다리로, 1965년까지는 다리 위에서 송어 낚시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송어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연방정부는 결국 낚시를 전면 중지시켰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맑은 물속을 헤엄치는 수많은 송어 떼를 감상할 수 있을 뿐이다.


피싱브리지에서 캐니언(Canyon)으로 향하는 도로의 오른편은 옐로우스톤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강줄기와 맞닿아 있으며, 그 건너편의 낮은 산능선이 바로 헤이든 밸리(Hayden Valley)다. 이곳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운이 좋으면 600파운드에 달하는 흑곰이 산능선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가끔 200~300마리의 버펄로(아메리칸 들소) 떼가 도로를 가로막고 천천히 헤이든 밸리로 이동하는 장관을 마주치게 된다. 들소 떼가 길을 건너는 동안 모든 차량은 멈춰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조용히 감탄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된다.

피싱브리지 (Fishing Bridge)

Fishing Bridge는 1904년에 목조로 건축되어 1995년 이전에는 다리위에서 송어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마구잡이 낚시로 인한 송어의 감소로 연방정부 국립공원청은 낚시를 법으로 중단시켰다. 피싱브리지 위로는 사람이 걸어며 관광할 수 있는 공간과 차가 지날 수 있는 차도가 있다.

Hayden Valley

 수많은 송어 떼가 다리 아래쪽에 서식하는 관경을 다리 위에서 볼 수 있다. 케년으로 가는 강 건너편 낮은 산 능선을 Hayden Valley 라고 한다. 이곳에는 곰과 바이슨(아메리칸 들소)의 지상 페라다이스이며, 600 파운더의 덩치 큰 흑곰 (Black Bear)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다시 Fishing Bridge를 출발해 캐니언으로 향하던 중, 알럼크리크 산 능선에서 약 300마리나 되는 버펄로(야생 들소) 떼가 길을 가로막고 천천히 Hayden Valley 쪽으로 이동하며 강을 건너는 장면을 마주했다. 강물의 흐름이 제법 거세 보였지만, 거대한 들소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육중한 몸으로 물살을 헤치며 건너갔다. 많은 차량들이 멈춰 서서 이 장관을 구경했고,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은 채 오히려 즐거워하며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들소의 천국

 

 

 

Day 9 

Mount Washburn, Yellowstone >> Cody Wyoming 

여행거리 115마일(184 Km)  합계 3,595 Km

 

준비를 하던 이른 아침, 전날 이곳에 도착한 직장 동료 Howard Mosley 씨가 우리 캠프 사이트를 찾아왔다. 우리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정다운 시간을 보냈다. Mosley는 심리학 전공자로 교육청 유니언의 주필을 맡고 있으며, 15년 동안 함께 일해 온 베테랑 동료다. 옐로우스톤 캐니언 캠프장을 떠나 Tower–Roosevelt 방향으로 가던 중, 나는 가족에게 마운트 워시번 등정을 제안했다.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여행인데, 아빠의 소원을 한 번만 들어줄래.” 예상외로 가족들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섭씨 35도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 준비했고, 딸 양희는 배낭에 음료수와 스낵을 챙겼다. 우리는 6.8km에 이르는 가파른 산길을 두려움 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이킹을 하며 가족 모두가 노래도 부르고, 사진과 비디오를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등산길 곳곳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우리를 반기듯 흔들렸고, 그 순간만큼은 마치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Mt. Washburn

등산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미국인 등산객들은 마치 완전군장을 한 듯 등산복에 지팡이, 우비까지 갖춰 무겁게 보였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왜 저런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약 한 시간 정도 오르다 보니 국립공원 레인저와 길을 보수하던 인부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준비가 부족하면 등반이 힘들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벼운 마음으로 안일하게 산을 오르던 우리의 태도가 큰 교훈으로 다가왔다.

 

마운트 위쉬번 등정중 휴식을 취하며..

 약 3시간을 오르자 산 중턱을 훨씬 지나 있었고, 멀리 산 정상의 관망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아직도 까마득하게 먼 거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이들의 불평이 하나둘 들려오며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안일한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되돌리기엔 늦은 시점이었다. 나는 가족을 달래며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격려할 수밖에 없었다. 등산을 시작한 지 약 4시간 30분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차갑고 날카로웠고, 우리는 급히 나무 아래로 피신했다. 정상 부근의 온도는 섭씨 7도에 불과했고, 마운트 티턴 산처럼 녹지 않은 눈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마운트 워시번 정상에는 한여름에도 눈이 내린다고 한다. 등정하는 동안 날씨는 몇 번이나 변덕스럽게 바뀌었고, 온도는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 추위 속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고생을 겪었지만, 그만큼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산 정상 아래쪽

위시번 산 정상 아래쪽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왼편 암석 아래는 바로 깊은 절벽이었고, 그 뒤로 빨간 등산복을 입은 두 사람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플로리다 주립대 학생들이라고 했다. 위시번 산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주변에 솟아 있는 43개의 산 중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에는 관망대가 있어 맑은 날이면 사방으로 약 200km에 이르는 장대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래쪽 주차장과 정상의 온도 차이는 무려 섭씨 20도에 달한다고 한다. 해발 10,243피트(약 3.2km)의 마운트 워시번 정상까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르는 데는 약 5시간이 걸렸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다리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지쳤지만, 그 정상에서 마주한 장관과 그 과정에서 겪은 고된 여정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깊은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주차장은 해발 8,857피트에 위치해 있었지만, 우리가 정상까지 약 1,300피트를 오르는 데는 무려 5시간이 걸렸다. 관망대 안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고, 국립공원 직원에게서 간단한 안내도 받을 수 있었다. 화창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멀리 옐로우스톤 강과 그랜드티턴의 설경, 캐니언, 그리고 몬태나 주의 산들까지 시원하게 펼쳐져 보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빠의 불충분한 계획 때문에 고생한다며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을 때, 우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속에는 “두고 보자”는 듯한 묘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서로 참고 웃어 넘기는 표정이었다. 정상에서의 장관을 충분히 감상한 뒤 하산을 시작하자, 길목에서 희귀한 산양 떼도 만났고, 우리처럼 힘들어하는 미국 가족도 지나쳤다. 내려가는 길에 플로리다 주립대 학생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중, 우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내려가던 길은 원래 등산로가 아니었다. 미국인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그 방향으로 계속 가면 우리가 주차한 지점까지 무려 24km나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빠의 실수로 다시 1시간을 더 올라 원래 길로 되돌아와야 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여행을 계획할 때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강원도 K대학 J 교수 가족과 함께 떠날 예정이었지만, 사정이 생겨 결국 우리 가족만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J 교수의 두 딸은 더블린 초등학교에서 1년 동안 영어를 배워, 한국으로 돌아갈 무렵에는 거의 미국식 발음을 구사할 정도로 유창해져 있었다. 마운트 워시번 등정을 마친 뒤 우리는 옐로우스톤 동북쪽 출구를 통해 국립공원을 빠져나왔다. 몬태나 주를 지나 212번, 296번, 120번 국도를 따라 Cody, Wyoming으로 향하는 길은 산 중턱을 깎아 만든 도로가 이어졌고, 그 주변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감격스러운 기분이 절로 들었다. 산을 가로지르는 준(準) 고속도로였지만, 차량은 10분에 한 대 보일까 말까 할 정도로 한적해 마치 우리 가족이 도로 전체를 전세 낸 듯한 느낌이었다.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꼬불꼬불한 곡예 같은 길이어서 운전대를 잡은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Day 10

Cody Wyoming >> Badland National Park 

여행거리 656 Km,  합계 4,601Km

 

지난 밤 모두가 지쳐 있었는지 불평 한마디 없이 푹 잠을 잤다. 아침 일찍 코디, 와이오밍을 출발해 블랙힐 국립공원이 있는 래피드 시티까지 656km를 약 9시간 동안 달려, 월(Wall)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이곳 월 시티 근처에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황량한 사막 지대에 자리한 배드랜즈(Badlands) 국립공원이 있다. 우리는 월 시티의 유명한 ‘월 드러그(Wall Drug)’를 들러 기념품을 사고 저녁 식사를 한 뒤, 배드랜즈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Badland 국립공원 (Bad land National Park, South Dakoda)

 

‘Badland’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나쁜 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수께끼의 땅’이라고도 불리는 이 국립공원은 미국 대륙 중북부, 사우스다코타 남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사진으로 보면 얼핏 데스밸리와 비슷한 지형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약 3천8백만 년 전의 화석이 발견되어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와이오밍주 서부를 지나며 이어지던 높고 웅장한 로키산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광활한 대평원이 동쪽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옛날 서부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던 개척자들이 이용한 주요 길인 오리건 트레일(Oregon Trail)이 바로 이 근처를 지나가며, 당시 인디언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전쟁터들이 지금도 곳곳에 쓸쓸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속에서 풀도, 나무도, 강물도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언덕과 계곡의 황무지를 직접 마주하니, 이곳을 ‘Badland’라고 부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네바다 주의 황무지나 캘리포니아 곳곳에 자리한 사막들도 이곳과 비교하면 오히려 생기가 느껴질 정도로, 이 지역은 그야말로 황무지 그 자체였다. 이 광활한 황무지는 사우스다코타와 네브래스카에 걸쳐 약 6천만 평방마일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뒤덮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우스다코타 남쪽의 극히 일부만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 살아오며 사냥을 생업으로 삼았던 수(Sioux) 부족의 인디언들 역시 이곳을 ‘마코사카(Mako Sica)’, 즉 ‘Bad Land’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본래 이 고장은 얕은 호수로 뒤덮인 내륙해의 일부였으나, 약 6천5백만 년 전 로키산맥이 융기하면서 그 여파로 불과 50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서쪽에 지금의 블랙힐스가 솟아올랐다고 한다. 블랙힐스에서 흘러내려온 물은 흙과 모래 등을 밀어내며 수백만 년에 걸쳐 이곳에 약 1,500피트 두께의 침적층을 쌓아 올렸다. 블랙힐스를 침식시키며 내려오는 강물은 흐르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수시로 코스를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모래와 흙뿐 아니라 썩은 동물의 사체, 풀, 나무 조각 등 다양한 물질을 함께 실어 나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여러 색의 줄무늬 언덕과 계곡은 바로 이러한 오랜 지질학적 과정의 결과다.

           

 글/사진 손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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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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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黃田김태성 | 작성시간 18.04.21 그 때만 해도 젊었구나..
    이제 세월이 지났으니 우린 또
    그만큼 늙는거야..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에서 행복함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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