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명 54살 「친민당기(親民堂記)」와 관원에게 대인(大人)이 되라는 요구
2019년 6월 12일
兄:南大吉(1487-1541,字元善,號瑞泉),왕양명의 「親民堂記」
弟:南逄吉,왕양명의 「博約說」
왕양명,「親民堂記」(乙酉,1525,왕양명 54살):
南大吉(1487-1541,字元善,號瑞泉)이 1523년 여름(6-7월)에 소흥부(紹興府) 지부(知府)가 되어 왔고 왕양명을 찾아와서 행정을 여쭈었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행정(政)의 성공 여부는 친민(親民)에 달려있습니다.”고 하였다.
남대길이 여쭙기를 “친민을 무슨 방법으로 합니까?”라고 하였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명덕을 밝히는 명명덕(明明德)에 달려있습니다.”고 하였다.
남대길이 여쭙기를 “명명덕을 무슨 방법으로 합니까?”라고 하였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친민에 달려있습니다.”고 하였다.
남대길이 여쭙기를 “명덕과 친민 둘은 하나입니까?”라고 하였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하나입니다. 명덕은 하늘과 땅이 내려준 사람의 본성이며, 본성의 허령(虛靈)은 밝아서 어둡지 않습니다. 명덕은 모든 천리의 근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하여 효를 알고, 자신의 형제에 대하여 제(弟)를 알고, 사물들이 자극하는 것(感)에 대하여 저절로 압니다.(自然之明) 이런 까닭은 밝은 허령(靈昭)이 사람 마음에 있으면서 영원히 바뀌지 않고 조금도 어둡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밝은 허령을 명덕이라고 부릅니다. 명덕이 때로 가려지는 까닭은 물욕(物慾) 때문입니다. 밝힌다는 것은 물욕이 가린 것을 제거하여 명덕 본체의 밝음을 온전하게 회복하는 것이며, 마음 밖에서 무엇인가를 갖다가 명덕의 밝음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남대길이 여쭙기를 “왜 명명덕이 친민에 달려있습니까?”라고 하였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명덕을 그냥 밝혀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효(孝)라는 명덕을 밝히려면 반드시 자신의 아버지를 친하게 한 뒤에야 효 명덕이 밝아집니다. 제(弟)라는 명덕을 밝히려면 반드시 자신의 형제를 친하게 한 뒤에야 제 명덕이 밝아집니다. 군신(君臣), 부부(夫婦), 붕우(朋友)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명덕을 밝히는 명명덕은 반드시 친민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친민은 명덕을 밝히려는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명명덕과 친민 둘은 하나라고 말한 것입니다.”고 하였다.
남대길이 여쭙기를 “친민하면서 밝은 명덕을 밝힌다는 것은 수신(修身)이야 되겠지만, 가정, 국가, 천하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사람(人)은 천지를 운영하는 핵심이고, 백성(民)은 나 자신(己)의 상대자를 말하는 명칭입니다. 그래서 백성(民)이라고 말할 때 사실상 천지인 삼재(三才)의 도리(道)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나의 아버지를 친하게 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아버지도 친하게 하면, 천하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형제를 친하게 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형제도 친하게 하면, 천하의 모든 형제가 서로 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신(君臣), 부부(夫婦), 붕우(朋友) 모두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짐승과 풀 나무까지도 모두 친하게 할 수 있으며, 우리 마음에 있는 명덕을 밝혀서 다하려고 노력해야합니다. 이것이 명덕을 천하에 밝힌다는 것이고, 이것이 가정과 국가가 다스려지고 천하가 태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고 하였다.
남대길이 여쭙기를 “그런데 『대학』에서는 왜 명명덕과 친민이 지선(至善)에 이르러야한다고 합니까?”고 하였다.
왕양명이 대답하길 “옛날 사람들이 명덕을 밝히려고 하였으나, 더러는 허망(虛罔) 또는 공적(空寂)에 빠져서 가정과 국가 및 천하에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명덕의 목적이 친민에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며, 잘못은 도교의 허망과 불교의 공적을 믿는 사람들과 같습니다. 또한 명덕을 밝히려고 하였으나, 권모술(智謀權術)에 빠져서 인애측달(仁愛惻怛)의 성(誠)을 발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친민하기 위하여 명덕을 밝힌다는 까닭을 몰랐기 때문이며, 잘못은 춘추시기 오패(五覇)와 후대의 공리(功利)를 믿는 사람들과 같습니다. 도교와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또는 오패와 공리를 믿는 사람들 모두 지선(至善)에 이르러야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잘못입니다. 따라서 지선은 명덕과 친민이 도달해야할 지극한 원칙입니다. 천명의 본성은 순수한 지선이며, 본성의 영명(靈明)이 밝아 어둡지 않다는 것은 본성의 지선이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본성의 지선과 영명은 모두 명덕의 본체이며 제가 주장하는 양지입니다. 지선이 발현되면 지선에 비교하여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판단하는데, 지선은 확실히 우리 마음의 타고난 법칙이며, 옳고 그름(是非)을 가감하려는 어떤 의도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시비를 가감하려는 것은 개인의 사적인 의도이며 잔꾀이며 지선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선이 우리들 마음에 타고났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도와 잔꾀를 써서 지선을 마음 밖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타고난 지선의 시비 법칙을 어둡게 합니다. 개인적인 의도와 잔꾀가 빠르게 치달아서 우리 마음을 쪼개놓으면, 인욕이 펼쳐지고 천리는 없어져서 결국에는 명덕과 친민의 학술이 천하를 크게 어지럽히게 됩니다. 그래서 지선에 이르러야하는 것이 명덕과 친민에 대하여 갖는 관계는, 온갖 네모와 동그라미들을 재는 규구(規矩)와 같고, 온갖 길고 짧은 것들을 재는 자(尺度)와 같고, 온갖 가볍고 무거운 것들을 다는 저울과 같습니다. 온갖 네모와 동그라미들을 규구로 재지 않으면 각도가 어긋날 것이고, 온간 길고 짧은 것들을 자로 재지 않으면 만든 제품들이 어그러질 것이고, 온갖 가볍고 무거운 것들을 저울로 달지 않으면 수평이 틀려질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명덕과 친민을 지선으로 재지 않는다면 법칙이 없어질 것입니다. 명덕과 친민 모두 지선에 이르도록 하는 학문을 대인(大人)이 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대인은 천지와 만물을 하나(一體)로 여깁니다. 이렇게 대인이 되어야만 천지와 만물을 하나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남대길이 큰 숨을 내쉬면서 말하길 “아주 옳습니다! 대인이 되는 학문은 말씀하신대로 간단하고 쉽습니다. 저는 오늘에야 아래 네 가지 말뜻을 알았습니다. 첫째는 정명도가 말한 ‘천지와 만물이 하나(天地萬物之一體)이다.’ 둘째는 『예기、예운』에서 말한 ‘성인은 천하를 한 집안처럼 여기고 중국을 집안의 한 사람처럼 여겼다.’ 셋째는 『맹자』에서 말한 ‘요순임금은 일반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면 마치 자신을 구렁에 밀어 넣은 것처럼 여겼다.’ 넷째는『맹자』에서 말한 ‘이윤(伊尹)이 사람들 마음이 모두 같다는 것을 먼저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남대길은 행정을 보는 관청의 이름을 “친민(親民)”이라고 불렀고, “나는 친민을 맡은 사람이고, 나는 나의 백성을 친하게 하여 나의 명덕을 밝히려고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 말을 관청 벽에 써서 경계하는 말로 삼았다.
왕양명,「親民堂記」(乙酉,1525,왕양명 54살):
南子元善(南大吉,1487-1541,字元善,號瑞泉)之治越也,過陽明子而問政焉。
陽明子曰:“政在親民。”
(南大吉)曰:“親民何以乎?”
(陽明子)曰:“在明明德。”
(南大吉)曰:“明明德何以乎?”
(陽明子)曰:“在親民。”
(南大吉)曰:“明德、親民,一乎?”
(陽明子)曰:“一也。明德者,天命之性,靈昭不昧,而萬理之所從出也。人之於其父也,而莫不知孝焉;於其兄也,而莫不知弟焉;於凡事物之感,莫不有自然之明焉。是其靈昭之在人心,亙萬古而無不同,無或昧者也,是故謂之明德。其或蔽焉,物欲也。明之者,去其物欲之蔽,以全其本體之明焉耳,非能有以增益之也。”
(南大吉)曰:“何以在親民乎?”
(陽明子)曰:“德不可以徒明也。人之欲明其孝之德也,則必親於其父,而後孝之德明矣;欲明其弟之德也,則必親於其兄,而後弟之德明矣。君臣也,夫婦也,朋友也,皆然也。故明明德必在於親民,而親民乃所以明其明德也,故曰一也。”
(南大吉)曰:“親民以明其明德,修身焉可矣,而何家、國、天下之有乎?”
(陽明子)曰:“人者,天地之心也;民者,對己之稱也;曰民焉,則三才之道舉矣。是故親吾之父以及人之父,而天下之父子莫不親矣;親吾之兄以及人之兄,而天下之兄弟莫不親矣。君臣也,夫婦也,朋友也,推而至於鳥獸草木也,而皆有以親之,無非求盡吾心焉以自明其明德也。是之謂明明德於天下,是之謂家齊國治天下平。”
(南大吉)曰:“然則烏在其爲止至善者乎?”
(陽明子)“昔之人固有欲明其明德矣,然或失之虛罔、空寂,而無有乎家國天下之施者,是不知明明德之在於親民,而二氏之流是矣。固有欲親其民者矣,然或失之知謀權術,而無有乎仁愛惻怛之誠者,是不知親民之所以明其明德,而五伯功利之徒是矣。是皆不知止於至善之過也。是故至善也者,明德親民之極則也。天命之性,粹然至善;其靈昭不昧者,皆其至善之發見,是皆明德之本體,而所謂良知者也。至善之發見,是而是焉,非而非焉,固吾心天然自有之則,而不容有所擬議加損於其間也。有所擬議加損於其間,則是私意小智,而非至善之謂矣。人惟不知至善之在吾心,而用其私智以求之於外,是以昧其是非之則。至於橫騖決裂,人欲肆而天理亡,明德、親民之學,大亂於天下。故止至善之於明德親民也,猶之規矩之於方圓也,尺度之於長短也,權衡之於輕重也。方圓而不止於規矩,爽其度矣;長短而不止於尺度,乖其制矣;輕重而不止於權衡,失其准矣;明德、親民而不止於至善,亡其則矣。夫是之謂大人之學。大人者,以天地萬物爲一體也。夫然,後能以天地萬物爲一體。”
元善喟然而歎曰:“甚哉!大人之學,若是其簡易也。吾乃今知‘天地萬物之一體’矣!吾乃今知‘天下之爲一家、中國之爲一人’矣!‘一夫不被其澤,若己推而內諸溝中’,伊尹其先得我心之同然乎!”
於是名其蒞政之堂曰“親民”,而曰:“吾以親民爲職者也,吾務親吾之民以求明吾之明德也夫!”爰書其言於壁而爲之記。
참고자료:
* 虛靈不昧,眾理具而萬事出:
『傳習錄』,제32조:“虛靈不昧,眾理具而萬事出;心外無理,心外無事。
朱子,『大學章句』:“明德者,人之所得乎天,而虛靈不昧,以具眾理而應萬事者也”。
『朱子語類』,卷十四:“明德者,人之所得乎天,而虛靈不昧,以具眾理而應萬事者也。禪家則但以虛靈不昧者爲性,而無以具眾理以之下事”。
* 良知只是個是非之心:
『傳習錄』,제277조:“曰:‘目無體,以萬物之色爲體;耳無體,以萬物之聲爲體;鼻無體,以萬物之臭爲體;口無體,以萬物之味爲體;心無體,以天地萬物感應之是非爲體。’”
『傳習錄』,제288조:“良知只是個是非之心,是非只是個好惡,只好惡就盡了是非,只是非就盡了萬事萬變。”又曰:“是非兩字,是個大規矩,巧處則存乎其人。”
* 一夫不被其澤,若己推而內之溝中:
『孟子、萬章下』:
思天下之民,匹夫匹婦有不與被堯、舜之澤者,若己推而內之溝中,其自任以天下之重也。
『朱子語類』,卷第十五:
問:“‘古之欲明明德於天下’,至‘致知在格物’,向疑其似於為人。今觀之,大不然。蓋大人,以天下為度者也。天下苟有一夫不被其澤,則於吾心為有慊;而吾身於是八者有一毫不盡,則亦何以明明德於天下耶!夫如是,則凡其所為,雖若為人,其實則亦為己而已。”先生曰:“為其職分之所當為也。”道夫。
* 大人者,以天地萬物爲一體者
王陽明,「大學問」:
“大人者,以天地萬物爲一體者也,其視天下如一家,中國猶一人焉。若夫間形骸而分爾我者,小人矣。”
* 以天下爲一家,以中國爲一人:
『禮記、禮運』:“故聖人耐以天下爲一家,以中國爲一人者,非意之也,必知其情,辟於其義,明於其利,達於其患,然後能爲之。”
* 心之所同然者:
『孟子、告子上』:“心之所同然者何也?謂理也、義也。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故理義之悅我心,猶芻豢之悅我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