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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설 읽기 여행

무진을 떠나는 편지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1.10.04|조회수978 목록 댓글 0

 

무진을 떠나는 편지(윤희중이 하인숙에게)

 

-그러나 나는 돌아서서 전보의 눈을 피하여 편지를 썼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저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였듯이 당신을 햇볕 속으로 끌어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을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봤다. 또 한번 읽어봤다. 그리고 찢어버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무진에서만큼은 솔직하게 하인숙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고 이에 어떻게 행동하겠다는 다짐까지도 적어 내려갔다. 그러나 그것은 무진을 떠나면서 모두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서울로 돌아간다. 이는 현실로 돌아감을 뜻하고 꿈에서 깨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인숙을 원하고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현실이 깨우쳐주는 것이다. 그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가운데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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