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청준) 줄거리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나'는 휴가를 맞아 아내와 함께, 형수와 조카들과 함께 살고 계신 시골의 노모를 찾아간다. 장남인 형의 노름과 주벽으로 집안이 파산을 겪은 후부터, 그리고 형이 조카와 노모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 뒤로 노모와 나는 거의 남남으로 살아왔다. 노모는 남은 세상이 얼마 길지 못하리라는 체념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보다 아들에게 아무것도 주장하거나 돌려 받을 것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감득하고는 아들에게 어떠한 부탁도 하지 않았다. 이러했던 노모가 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붕 개량 사업으로 인해 엉뚱한 꿈을 꾼다. 즉, 노모는 은근히 자신의 집도 개량하고 싶은 소망을 나타낸다. 노모의 이러한 마음을 알고도 '나'는 이것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나'는 애초에 노모에게 빚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가 외면하려 했던 것은 지붕 개량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불거져 나온 예전 이야기이다. '나'는 계속 피하려 했으나 아내는 자꾸 노모에게 예전 아들을 떠나 보낼 때의 심경을 캐묻는다.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애써 피하려고 한다. 아내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전 집을 팔게 된 사연과 남의 집이 된 그 시골집에서 마지막 밤을 지내게 해 준 그날의 심경을 듣고자 노모에게 그때의 일을 캐묻는다. 노모는 그 날 새벽 매정한 아들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하얀 눈길을 돌아오면서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눈물 흘렸으며, 아들의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되길 빌면서 돌아왔었음을 말해 준다. 결국, 아들에게 한 번도 해 주지 않았던 그 날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심한 부끄러움과 함께 아내가 '나'를 세차게 흔들어 깨우는 것에도 불구하고 내처 잠이 든 척 버틸 수밖에 없었다. 노모의 사랑을 느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예언(1977)>
핵심 정리
갈래 : 순수 소설. 귀향 소설
구성 : 단순 구성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배경 : 어느 해 겨울의 한 시골
주제 : ‘눈길’에서의 추억을 통한 인간적인 화해. 사라져 가는 효 정신.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모자간의 정과 그리움)
등장 인물
나 : 이기적 인물. 노모의 사랑을 외면하려 하지만, 뒤늦게 그 사랑을 깨닫게 됨
아내 :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와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교량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인물. 모친에게 매정한 남편을 나무라며,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인물.
노모 : 아들을 사랑하나 부담이 될까봐 제대로 표현못함. 결국 며느리의 독촉으로 덤덤하게 이야기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향에 대해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고향에서의 특수한 체험을 통해 인간적 화해에 도달하게 되는 귀향형 소설이다. 자수 성가했다고 자부하는 ‘나’와 집안의 불행이나 재앙을 자신의 덕없음과 박복에다 돌리는 어머니, 그리고 화해의 매개 인물로서의 ‘아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이 작품의 중요한 부분은 잠자리에서 노모와 아내가 나누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심정적으로 화해하게 되는 주제 의식을 드러냄.
제목인 ‘눈길’은 ‘나’에게 있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쓰라린 추억과 몰락해 버린 집안과 스스로 자수 성가해야만 하는 운명을 의미하고, ‘어머니’에게 있어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상징물로서,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혹독한 시련이면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 작품의 ‘나’는 어린 시절의 가난에 대한 공포가 정신적인 상처를 이루고 있다. 도회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집을 잃은 어머니의 가난으로 인한, 아니 ‘나’ 자신의 가난으로 인한 상처는, ‘나’로 하여금 ‘어머니’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러한 표면적 적대감 이면에는 그 반대의 친화감이 깔려 있다. 아니 ‘나’의 적대감은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지 않으려는 과거의 기피증이지 문자 그대로의 적대감은 아니다. 그것은 그 이야기가 나올 만했을 때 다시 서울로 떠남으로써 어머니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지만, 일단 그 이야기가 어머니에게서 아내에게로 전달되는 순간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의 가난은 ‘부끄러움’이 되어 가능하면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모자의 기억 속에 교차되며 회상되고 있는 ‘눈길’은 작품의 서사적 의미의 핵심이다. 아직 깜깜한 새벽길, 급히 상경하는 자식이 안쓰러워 자식과 함께 나선 눈길, 그러나 자식이 상경하고 난 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눈길은, 몰락한 집안의 ‘어머니’가 겪어 온 인고의 생애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어머니와 '나'의 갈등은 그러나 같이 걸었던 새벽의 눈길의 이야기를 통해 화해를 모색한다. 잊고 있었던, 굳이 잊으려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나'는 느끼고 눈물을 흘림으로써 갈등은 해소되고 화해로 발전한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되는 '눈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눈길은 어머니가 묵묵히 자신의 불행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상징하는 길이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상징하는 길이다. 자식이 떠난 뒤에 시린 눈으로 차마 보지 못했던 과거 속의 ‘아침 햇빛’과 부끄러워서 ‘나’로 하여금 차마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전등 불빛’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효(孝)’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에 젖어 있는 이기적인 자식과 그 자식에 대한 노모의 사랑이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