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이동하) 해설 자료
어느 겨울 저녁, 나에게 전보지가 날아들었다. 숙부가 사망했다는 전보였다. 나는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웠다. 숙부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이틀간의 휴가를 신청한 뒤, 같이 가겠다는 아내를 떼어 놓고 눈이 날리는 거리를 지나 밤차로 K시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 양주를 마시며 나는 회상에 잠긴다.
친일파였던 할아버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였던 아버지, 그리고 서자(庶子)이기 때문에 갖은 수모를 당하던 숙부. 해방이 되자 위세를 떨치던 집안이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는 공비가 되어 좌익 계열에 가담했고 숙부는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어느 날 공비가 출현하여 마을들이 피해를 입고 면 주재소가 불탔는데, 이것이 아버지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흥분한 주민들이 어머니를 학대했다. 마침 휴가를 받고 나온 숙부가 어머니를 구해 주었다. 그 후, 숙부는 상이용사가 되어 제대했다. 그러나 미처 꺼내지 못한 가슴 속의 파편을 꺼내기 위해 군 종합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지만 실패한다. 이로 인해서 밝고 낙천적이던 숙부의 얼굴은 어두운 그늘로 뒤덮히게 된다.
회상에서 깨어나 K시에 도착한 나는 어느 식당에서 국밥을 먹은 후 상가(喪家)로 향했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썰렁한 상가가 나를 맞이하였고 숙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숙모로부터 전해 듣는다.
경찰이 와 사체를 검시하고 염하는 과정에서, 숙부의 가슴에 난 흉터를 보고 나는 악몽 같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했다. 화장이 끝난 후 숙부의 가슴에 깊숙히 박혀 있던 파편 조각을 손에 쥔 채 나는 심한 자괴(自愧)에 빠진다. 대합실에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다시 나는 옛일을 회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해 지난 후, 불쑥 찾아온 숙부는 어머니의 묘소에 가 오열하면서 아버지의 기일(忌日)을 가르쳐 주었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이 숙부의 가슴에 남은 상처와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그 후 숙부는 강도 상해, 살인 미수 등의 범행을 저지른 전과 3범이 되었지만,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해 왔었다.
●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사실주의 소설
▶성격 : 사실적, 회고적
▶배경 : 1980년대 어느 겨울의 서울과 K시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6·25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상처와 그 극복
▶등장인물 :
* 나-작품의 서술자로, 전쟁 속에서 비극적인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친일 조부의 몰락, 좌익 활동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받은 무자비한 폭행을 목격한 후 이런 기억을 뿌리째 뽑아 버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숙부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과거를 회상하면서 과거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자괴를 느낀다.
* 삼촌-서자로 태어나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인물이었다. 6·25 전쟁 중 국군으로 입대하여 가슴에 상처를 입은 채 상이 제대를 한 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자신의 형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기이한 범죄를 저지르며 살다가 죽는다.
* 아내- ‘나’와는 달리 가족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
* 어머니-남편의 좌익 활동으로 모진 세파를 겪는 비극적인 인물
▶구성 :
* 발단-나는 숙부의 죽음을 전보를 통해 접하고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다.
* 전개-아내에게도 밝히기 꺼려하는 나의 가족사적 내력과 숙부의 삶의 편력이 소개된다.
* 위기-고향에 온 나는 숙부의 죽음과 그의 시신의 흉터를 확인하고는 심한 피로감에 빠진다.
* 절정-숙부의 주검을 화장한 후 나는 그의 기이한 행적들을 떠올리며 그가 평생동안 과거의 상처로서 간직해 온 가슴의 상처를 생각한다.
* 결말-나는 숙부의 몸에서 나온 파편 조각을 손에 들고 문득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특징 : 독자의 상상과 추리를 유도하는 암시가 짙다.
▶‘파편’의 의미 : 전쟁과 분단이 남겨 놓은 물질적, 정신적 상처
* 숙부-과거의 기억에 묶여 황폐한 일생을 살게 함
* 나-숙부의 정신적 아픔을 이해하고, 과거를 잊으려고만 했던 태도를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함
파편은 전쟁으로 인한 한 개인의 아픔이 사실은 한 가족의 아픔임을 함축하고 있다. 즉, 숙부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숙부의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이를 깨달은 내가 비로소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① 숙부의 외상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의미하고 있다.
② 주인공에게 강한 깨달음을 주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③ 전쟁으로 인한 한 가족의 정신적인 고통을 내포하고 있다.
④ 숙부가 주인공의 부친의 죽음을 목격한 증거이다.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1982년 <한국일보>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전쟁으로 인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두 인물의 삶을 통해서 이데올로기에 의한 비극이 얼마나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깊숙이 자리잡을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이런 내용을 통해 작가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기억하고 정직하게 아파해야 함을 전달하고 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진지한 이해만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숙부가 나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은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숙부의 행동과 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숙부는 가슴에 상처를 입고 제대한 후 골방에 누워 사립문 밖 출입을 하지 않는다. 이런 숙부의 자폐적 증상은 그가 전쟁 중에 몸에 상처를 입은 것과 더불어 정신적 상처를 입었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기이한 범죄를 저지르며 자학하는 숙부의 태도는 아버지를 죽인 자신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의 다른 표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술로도 찾지 못한 파편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파편’은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의 근원인 죄의식의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이는 전쟁이 남긴 상처의 비극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끝까지 자신의 상처를 정직하게 감내하고 아파한 숙부의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 : 이동하(李東河: 1942- )
일본 오사카 출생.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전쟁과 다람쥐>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현재 목포대 교수로 재직중. 주요 작품으로는 <우울한 귀향>, <모래>, <파편>, <폭력 연구> 등이 있다.
● 연구 문제
1. 이 작품에서 ‘전보’의 기능은?
☞전보는 숙부의 죽음을 알리는 부음이었다. 숙부의 부음으로 나는 ‘어둡고 치욕스러운 과거’, 즉 나의 가족사를 떠올리고 복잡한 심리를 드러낸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건이 숙부가 과연 어떤 사람이고, 자신의 가계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는 내용으로 전개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즉, 숙부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는 사건 전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2. 나의 가족사가 말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해방 후 친일을 한 조부의 몰락,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었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 때문에 수모를 당한 어머니, 서자였던 숙부에 대한 편견 등은 모두 우리나라의 왜곡된 현대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는 한 가족의 쇠망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해방, 그리고 전쟁과 민족 분단으로 이어지는 파행적 현대사를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이다.
3. 전개 부분 “거죽만 멀쩡하지 난들 성한 사람입니꺼? 불구인생이기는 피장파장인가라요……”에 함축되어 있는 뜻은?
☞겉은 이상 없지만 자신은 ‘불구 인생’이라는 체념이 섞인 삼촌의 말이다. 이 말은 외적 상처를 치유한다고 모든 것이 치유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삼촌이 전쟁 중 극복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4. ‘숙부’의 시신에 남아 있는 흉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월이 흐른 지금, 그것도 죽은 후에까지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는 숙부가 평생 동안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음을 암시한다. 이것은 암울한 과거의 기억을 완전하게 잊고자하는 나의 태도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5. ‘숙부’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나’가 짐작할 수 있었던 사실은 무엇인가?
☞‘나’는 숙부가 아버지의 기일을 알려주었을 때 숙부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음을 것임을 짐작한다. 또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진짜 모습은~원통할 따름이재……”에서는 숙부가 전쟁 도중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죽였을 것임을, 제대하고 돌아온 숙부의 변화된 우울한 모습에서는 숙부의 몸에 남아 있는 파편이 아버지에 의한 것임을 짐작한다. 숙부가 굳이 파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길 원해서였음도 짐작한다.
6. ‘나’가 숙부의 몸에서 나온 파편을 보고 자괴를 의식한 이유는 무엇인가?
☞숙부의 몸에서 나온 파편은 평생 동안 치열하게 죄의식을 감내하려는 숙부의 인생을 상징한다. 나는 파편을 받고 이러한 숙부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숙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를 잊으려고만 했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