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2동 두드림>-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제1강 과제물 - 이름에 관한 글 한 편 쓰기
내 이름
남점순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제 이름은 남점순입니다.
태어난지 100일이 채 안 되었는데 병석에서 제 이름을 지어주신 후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다닐 즈음 교과서에 나오는 <봄봄>의 주인공 점순이를 보고 내 이름은 왜 이렇게 촌스러울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께 제 이름에 대해 물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할아버지께서 유언으로 지어주신 이름이니 아주 소중한 이름”이라고 말씀해 주셨지요. 등에 푸른 몽고반점을 보시고 큰 점이 있다고 믿으신 모양입니다.
아버지 말씀을 들은 후로는 매력 있는 이름은 아니지만 스스로 할어버지의 마지막 유언으로 받은 선물인 제 이름에 대해 흔한 이름 중의 하나이지만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예닐곱 살까지 집에서 부모님이 부르던 아명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정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실 때면 아명으로 덕미(德美)라는 이름으로 부르시곤 하지요. 친정쪽 일가들을 만나면 불리는 이름도 아명인 덕미랍니다. 귀에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이지요. 그리고 ‘향원’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습니다. SNS와 E-mail을 주고받으며 제 스스로 명명하여 쓰는 이름이지요.
옛말 ‘향원익청(香遠益淸-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에서 앞 두 자를 따왔습니다. 향원익청은 주돈이(周敦頤1017~1073)의 애련설(愛蓮說)에 나오는 말로, 연꽃은 가까이 있을 때 보다는 적절한 거리를 지키면서 약간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 향기가 잘 전해진다는 뜻입니다. 무심코 신문을 훑어보다 이 구절을 보고 생각해 냈답니다.
독서에 관한 문화센터 강의에서 어느 선생님의 과제로 자기 이름 삼행시 짓기에 대한 숙제가 있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삼행시를 하나 둘 짓다 보니 열 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남-남쪽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여 성덕여왕으로부터 ‘南’이라는 성씨를 하사 받은 분이 시조이십니다. 원래 성이 김씨였던 이 분은 중국 사신으로 중대한 사명을 띠고 우리나라에 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남쪽 어느 바닷가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점-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상에 대한 뿌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어렸을 적 친정아버지께서는 농한기나 명절 때가 되면 족보를 꺼내 놓고 의령 南氏의 몇 대 손이며, 이러이러한 까닭으로 우리는 영양 金氏와 혼인할 수 없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누누이 일러주곤 하셨지요.
“우리집 가훈이 근면 성실이다. 사람은 언제나 부지런해야 한다. 형제간에 우애해야 하고,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라. 웃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등 우리 집 오남매는 때때로 아버지의 훈시를 밤이 이슥토록 들었답니다.
순-순전하고 여린 마음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런 가르침은, 세상을 떠나신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제 삶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이후 제 이름을 소개할 기회가 되면 저는 제 이름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 한답니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대로 지금까지 그리 모나지 않게 큰 고비 없이 순탄한 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쉽게 기억하는 이름 남점순!
토속적인 느낌과 함께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 이름을 잘 간직하고,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의 제 인생을 잘 살아가겠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오날아 작성시간 18.03.15 잘 읽었습니다.전혀 촌스럽지 않은 깊은 생각과 삶의 지표들이 아름답습니다.댓글 다는 제 마음이 떨릴만치..멋스러움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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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취원 작성시간 18.03.17 주돈이의 愛蓮說을 대하고서 흠모의 정에 한참을 설렜었던 기억, 香遠益淸! 저도 마음 속에 품어 아끼고 사랑하는 말 입니다.근간있는 집안에서 성장하여 가지런한 삶을 사신 향원점순님의 글을 읽는 저까지도 다소곳하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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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향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03.22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칭찬에 많이 부끄럽습니다.
많이 부족하답니다. 채찍으로 알고 더 부지런히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