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손......)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7.05.09|조회수97 목록 댓글 0

박상우,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소설에 대한 게으름의 변명- 에 있는 박상우 님 작품에 연두나라님 꼬리말 보고 용기 내어 한번 써봅니다. ^^

 

'현실과 환상은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다를 수 있는 것일까. 지난 연대 내내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환상에 뜨겁게 사로잡혀 있었고, 이제 그것은 빈틈없이 깨져 버린 것이었다. 그 깨어진 환상 속에 우리들의 현실, 우리들의 새로운 연대라는 게 던져져 있을 뿐이었다. '

지난 연대에서의 우리는 '우리'였다 형언할 수 없는 환상은 이념적 정치적 혼란이었던 지난 연대에서 '우리'의 꿈이었고, 그런 이유로 같은 목소리와 진한 유대감을 느꼈었던 것 같다.

'80'년대에 지식인의 뚜렷한 길이였던 이념과 정치적 잣대가 희미해지고 연대말의 밤새내리는 눈은 모든 길을 뒤덮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공지영 님의 '고등어' 나 신경숙님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같은 작품에서도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대한 괴리감은 짙게 나타나 있다. 물론 중심소재로가 아닌 소품으로 등장한감도 없진 않지만......

한목소리를 내던 '우리' 가 정치문제로 다툼을 하고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깨지는 '우리'

신호등의 반대편에서 손을 흔들고, 눈 덮인 밤에 이사를 간다며 떠나는 친구.

그렇게 '우리'가 깨어지고 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를 모색하지만 가는 곳마다 손님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결국은 모두 다 사라져 가는구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길이 아닌지도 모를 길을 간신히 빠져 나가면서, 우리 중의 하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둘이잖아. 아니 둘이니까 아직 우리잖아. 안 그래? 나머지 하나가 말을 마치고 나서 다른 하나를 돌아보았다. '

남은 둘이 겨우 '우리' 라는 이름을 유지시킨다.

그때 자신을 손님 취급하던 까페에 있던 파티를 열던 주인이 다가온다.

그 여인의 집으로 초대받은 우리는 술을 마시며 그녀에게 하는 일이 머냐고 묻는다.

'글쎄, 하는 일이야 많죠. 하지만 어떤 일을 해도 '한다'는 실감이 안 난다는 게 문제이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자도 많이 취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사는 거로군요? 우리 중 하나가 비아냥거리듯 되받아쳤다. 그럭저럭? 그럭저럭이지. 그럭저럭 아닌 게 어딨어? 아주 심드렁한 표정으로 여자는 말했다. '

그럭저럭 사는 그 여인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듣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성보다 감성이 강한 이 여인은 이미 90년대의 사람이다. 그녀에겐 떠나간 남자를 그리워하고 음악을 듣고 파티를 열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어쩌면 80년대를 살아가는 모습이었던 우리대신 이제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를 찾아야 할지 모른다. 그때 비록 2명이 남았지만 '우리'를 더는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마지막 안간힘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몽환적인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낮익은 풍경들이 밀려온다. 술도 취하게 하지 못했지만 그 풍경들에 취해갈 즈음 그 여자가 남은 둘의 하나를 깨우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서로의 손을 거머쥐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샤갈의 마을은, 우리 누구나 낮 익은 공간이다. 무언가에 대한 목표가 사라질 때쯤, 그리고 그 상실감에 온몸이 휩싸일 때쯤 나타난다.

이성에서 감성으로 삶의 중심이 바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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