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9
10. 연(鳶)(김원일)줄거리
주인공인 소년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아버지는 역마살이 있어서 늘 떠돌아다니다가 가끔 집에 머물 때면 아버지에게 연을 만들어 준다. 방물장사인 할아버지는 어느 겨울 눈밭에서 객사한다.
아버지는 어릴 때 연싸움을 하다가 끊어진 연을 따라 닷새 동안 산 너머 마을을 떠돌아다닌다. 그 때부터 아버지의 떠돌이 행각은 계속된 다. 아버지는 가정을 이룬 뒤에도 방랑을 계속하고 결국은 전라도의 어느 섬에서 객사한다. 죽기 전 아버지는 가끔 집에 머물 때면 소년에 게 연을 만들어 준다.
소년은 아버지에게 연을 팔 수도 없는데 왜 만드냐고 묻는다. 아버지 의 대답은 “머 꼭 돈이 목적이라서 맹그나. 쓸모가 없어도 맹글제”라고 대답한다. 실용적이 아니라도 연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핵심정리
주제 : 역마살을 타고난 한 인간의 운명
이해와 감상1
책 마을 깊이 읽기 김원일의 <연>- 하응백/문학평론가
연(鳶)에 대한 한국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김유신조에서 비롯한다. 진덕여왕 1년 대신 비담과 염종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월성에 큰 별이 떨어지므로 왕과 백성들이 크게 두려워하자, 김유신이 허수아비를 만들어 연에 달아 띄우니 불덩이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여 민심이 안정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김유신은 연을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 김원일의 소설 중에 <연>(1979)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연은 미지의 세계 혹은 이상을 동경하는 인간의 마음을 상징한다. 현실에 얽매여 있을수록 인간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은 마음대로 떠날 수가 없다. 연은 자새(얼레) 에 실로 묶여 있을 때 제 기능을 다하는 법이다.
바람의 힘이 너무 강하면 연은 실을 끊고 날아가 버릴 것이다. 반대로 바람의 힘이 약하면 연은 땅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바람의 힘을 받아 바람 부는 쪽으로 날아가고자 하는 연(이상)과 지상에 있는 자새(현실) 사이의 팽팽한 연줄(긴장)로 인해 현실과 이 상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김유신의 실용적인 연과 김원일 소설의 실용적이지 못한 연은 둘 다 우리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 다. 대개의 예술이란 실용적으로 전혀 실용적이지 못하다. 시나 소설이나 그림이나 음악은 우리에게 밥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밥의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예술은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 전혀 현실과 상관없을 것 같은 소설이나 시가, 혹은 그림이나 음악이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모든 예술은 자본주의적 유통 구조 속에서 소비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시나 소설이나 그림이나 음악도 시장 에서 사고 팔린다. 비실용적이면서도 금전의 가치로 환산되는 것이 현 대 예술의 아이러니다.
운보의 그림이 옷 로비 사건에 이어 또 한 번 세간의 화제로 등장했다. 유명 화가의 예술혼이 담긴 좋은 그림이 투기 혹은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하며, 그것이 많은 화가들의 창작욕에 동 기를 부여하기도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인이나 소설가도 베스트셀러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보니 더욱, 쓸모가 없어도 만드는 연, 쓸모가 없어도 날리는 연이 그립다. 파랗게 언 하늘로 가물가물 높 이 날아오르는 어린 시절의 연. 지금은 장마철이다.
이해와 감상2
이 소설은 소년의 목소리로, 역마살을 타고난 아버지의 생애를 회고하는 형식의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질적으로 이리저리 떠돌던 '아버지'를 통해서 독자에게 이상에의 동경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자 중심 소재인 '연'은 그러한 현실과 이상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참고- 김동리 역마
떠돌이 운명에의 순응이라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역마>는 역마살이라는 운명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좌절된 후에 운명에 순응하지만, <연>은 자연스레 운명에 순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유 소년의 눈에 비추어진 세상(작품의 시점)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시점이다. 아버지의 삶과 가족상을 일인칭 화자인 소년이 등장하여 그의 눈에 지각된 외부세계를 직접 서술하고 있다. 이는 서술자가 화자의 의식과 목소리에 밀착, 화자와 서술자간의 거리가 최소화되고 작품이 다루고 있는 허구적 현실과 사건은 화자의 의식을 통해 재 해적 되고 내면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시점의 표현은 김원일의 작품 어둠의 혼이라는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즉, 김원일은 유년시절의 자심의 체험을 바탕으로 유년 화자의 시점을 활용함으로써, 서술대상과 사건에 대하여 사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당 시대의 어렵고, 가난한 삶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삽화적 구조
이 작품의 첫 머리를 보면 아버지의 어릴 적 이야기가 삽화적으로 나와 있다. 아버지의 구어 그대로 따옴표도 없이 소년이 직접 아버지의 흉내를 내듯이 리얼한 사투리와 함께 시작된다. 이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전형적인 야담 형식으로 삽화적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시점이 소년에서 아버지로 바뀜으로서 삽화 속 소년(아버지)의 심리와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또한, 연에 관련된 이 삽화는 아버지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삶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