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을 읽고(정희재)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7.05.28|조회수89 목록 댓글 0

우상의 눈물을 읽고(정희재)

 

단지 숙제를 위한 짤막한 단편소설이었던 것이,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눈을 뜨며 차츰 그러한 세상에 더 깊숙이 발을 디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 소설의 우상은 바로 최기표라는 인물이다. 그는 동급생의 다리를 담뱃불로 지지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는 재수생의 리더격이며 완전한 악으로도 표현된다. 아무도 제어할 수 없을 듯 했던 그가, 우리가 보기에 참 괜찮은담임과 반장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담임은 자율공동 운명체를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학급전체를 배에 비유하며 순조로운 항해를 할 것을 강조한다.

반장 임형우는 중간고사 때 재수생 구제라는 명목하에 기표를 돕는 부정행위를 계획했고-예기치 않은 상황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에게 폭력을 당했으면서도 끝까지 피해 사실을 묵인하여 전교생에게 의리를 인정받는 인물이다. 반장의 감동적인 구제행위는 끝이 없다. 기표네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학생들에게 널리 알리면서 기표 돕기운동을 벌이고, 이 사실이 신문에 알려지며 영화화되기까지 이른다. 이에 어느새 최기표는 더 이상 남을 괴롭히지도 않고 말걸면 고개 숙이는 수줍은 아이로 변화하였다.

인간 이하를 인간으로 만드는 활약은 정말 대단하고도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밝기만한 영웅물이 아니었다. 소설의 전개와 같이 이 소설의 주제는 인간의 양면성이다.

기표가 약골로 전락하는 대신에 형우는 반대로 우상이 되어갔다. 학급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감수할 수 있었던 반장과 이 모든 것을 함께 계획하고 모의했던 담임. 그들은 한 사람의 학생을 선도라는 명목하에 사육했다. 모든 것이 다 그들의 계획대로였다. 겉으로는 한없는 애정과 연민으로 가득찬 참지도자였으나, 안은 아무도 볼 수없이 새까만 계산과 조작의 선도였다. 우의와 신뢰 가득한 단어들의 나열로 미화하는 듯하지만 실상 그 사람의 배경까지도 이용해 철저히 초라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무서운 인간의 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표는 무섭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가출한다. 그는 무엇이 그리도 무서웠던 것일까. 역시 담임은 학부모 앞에서 걱정하는 척한다. 하지만 뒤에서는 영화사와의 약속이 무산될 것을 염려하며 기표를 욕한다. 담임에게 기표는 고작 출세길을 막는 '망할 새끼'일 뿐이다. 단지 그것 뿐.......

우리가 일반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역할인 최기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는 악한 짓을 일삼는 무섭기까지한 사람이었다. 다만 더 무서운 것이 있었을 뿐이고, 그로 인해 나는 그에게 오히려 동정을 느끼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과 학생을 진정으로 생각하여 올바른 인간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자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친구의 머리를 짓눌러 발돋움하여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 진실로 어둠에서 친구를 끌어내어 줄 수 있는 우정은 어디에 있는가. 자신이 감싸야 할 대상에 대해 철저히 계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속내와 같지는 않을지. 과연 진정한 인간성은 어디에 있을까? 모두 자신만을 위하고 자신만을 빛나보이게 하는 데에 급급하여 따뜻하지만 차가운 이중적인 태도로 서로를 처참히 뭉개버리는 것일까? 우리는 진실되게 서로를 대한 적이 있는가. 결국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없는가. 소설 속에서도 진정한 인간상은 제시 되어있지 않다. 이렇게 또 세상을 배워간다는 것이 슬프다. 아쉽게도 그동안은 너무 밝은 면만을 보아왔다.

눈처럼 포근히 모든 것을 덮어내릴 줄 아는 인간성의 부재를 인식하며 불신은 밤과 같이 깊어만 간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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