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권력 ('우상의 눈물'을 읽고)(윤정준)
‘그러한 순수한 악마만이 신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신은 마음속으로 괴로운 거야. 그렇기 때문에 신은 결코 악마를 영원히 추방하지 않아. 항상 곁에 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그것을 이용할 뿐이야.’
우리는 흔히 선과 악에 대한 견해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그것을 선과 악의 정의라고 판단한다.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가 자신만의 선과 악에 대한 견해를 위와 같은 글로써 해석했다. 순수한 악마보다 그 것을 이용하는 신이 더 교활하다는 말은 그만의 또 다른 견해지만 말이다.
주인공인 나(이유대)는 학생 못지않은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진 학생이다. 그러나 그는 학교에서 편반을 하기 전 최기표라는 불량학생에게 치욕과도 같은 린치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학교에서 반장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임형우를 반장으로 지목한다. 임형우는 반에서 가장 권력 있고 통솔력 있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반의 담임인 김 선생님도 학생들을 잘 이끄는 선생님이었다.
이와 비슷한 전개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또한 학교를 바탕으로 부정한 독재로 군림하지만 힘 있는 권력을 과시하는 반장 엄석대를 중심으로 진행해나간다.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 사이에서 또한 권력의 중시성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반장인 임형우와 엄석대가 그들의 절대적인 권력을 과시할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이끌며 끝없이 충동질하는 담임이라는 직책의 소유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상의 눈물에서 처음 김 선생님이 “이제부터 66명이 운명을 함께 하는 역사적 출항을 선언한다.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단 한사람의 낙오자나 이탈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말하며 그들에게 뭔가를 불어넣으려 애쓴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한 낙오자나 이탈자는 최기표가 아니라 바로 담임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66명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가 최기표에 폭행을 당한 것을 김 선생님은 알면서도 모른체 시치미 뗀 저의와 기표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빼어 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반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충분했다.
최기표는 단지 순수한 악을 품고 있는 악마에 불과했고 임형우와 김 선생은 기표라는 불량학생을 내세우며 그들의 보이지 않는 권력을 나름대로 뽐내었다. 마지막에 최기표가 가출을 하며 여동생한테 보낸 편지에 쓰여진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그의 고뇌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었다. 갑작스레 자신을 내세우며 학생들에게 동정을 일삼게 하는 임형우나 기표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기에 좋아라 한 김 선생님과 학생들의 시선이 무서웠을 것이다. 타인의 갑작스런 시선이 곧 지옥이다라는 것처럼 말이다.
나 또한 한 학급의 반장이라는 명예로 다른 학생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얻는 것에 전혀 반감을 느끼지 않고 그것이 당연스레인 것처럼 생각해왔다. 왜냐하면 반장이라는 통솔력 있는 권력은 그럴만한 이유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반장이라는 직책을 얻은 것만으로 권력을 마구 행사하는 것은 그 명예가 더럽혀지는 일이었다.
순수한 악마를 곁에 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교활한 신처럼 임형우와 김 선생님도 기표를 곁에 두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꿈을 한번쯤은 꾸고 싶었지 않았을까? 그들이 아직도 신인지 악마인지는 아마 그 권력이라는 명예를 거둬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 눈물을 머금어야 할 대상은 야심적인 악마성과 보이지 않는 폭력, 위선의 무서움, 순수한 악을 이용하며 교활한 술책을 계획하는 이 사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