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김유정)을 읽고(지민주)
일제강점기에 쓰인 김유정의 `만무방`은 그 사회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응칠이는 가난하지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응오는 성실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대표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보다 많이 빈곤하고 쓸쓸했던 시대였던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아내, 자식과 헤어져 살았던 응칠이를 보면 얼마나 가난했었는지를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벼 도둑이 동생 응오라는 것을 읽었을 땐 왜 자신이 농사지은 벼를 훔쳐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힘들게 일 년을 농사지은 벼를 수확하고 나면 그 시기만큼은 풍족하게 먹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주에게 주고 나면 먹고살기 힘들 정도로 남는 게 없었다는 것을 읽고 나서는 나라도 응오처럼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무방을 읽고 나서 그 시대에서는 성실하고 선량한 농민보다 도둑질과 도박을 하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응칠이의 삶이 더 편했던 것 같다고 느껴진다. 평소에 정직하고 성실했던 응오가 응칠이 보다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것 같지만 결국엔 응칠이보다 더 괴롭고 힘들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응칠이와 응오의 모습이 요즘 사회에도 있는 것 같다. 가끔 뉴스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위법행위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편법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어떤 일에도 열심히 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더 편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만무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응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지주에게 적극적인 저항을 못한 채 논에 있는 벼를 훔치는 소극적인 저항을 했던 응오와는 달리 요즘에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응오가 그 상황에서 지주에게 찾아가 직접적으로 반박을 하거나 소작농끼리 쟁의를 일으켰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변했을까? 더 힘든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어쩌면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무방`이라는 제목과 같이 선량했던 농민 응오가 형 응칠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또 그 시대의 악덕 지주와 닮은 요즘의 악덕 지주들도 이젠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만무방을 읽으면서 그저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했던 과거 시대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고 요즘 사회와 비교해서 생각해본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