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3 - 4. '회색 눈사람'(최 윤) 줄거리 및 감상하기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5.01.07|조회수416 목록 댓글 0

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3


4. 회색 눈사람(최 윤) 줄거리

 주인공 나는 전직 교수의 저술을 위한 자료를 찾다가 사회면을 보고 깜짝 놀란다. 내 이름의 여권을 가진 여인이 아사(餓死)로 죽었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 나는 이모의 돈을 훔쳐 대학에 등록을 하고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학기가 지난 책을 팔아서 연명하고 있었다. 청계천의 헌책방에서 내 책을 산다는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된 안은 나의 딱한 사정을 알고 그가 경영하는 인쇄소에서 일하도록 해준다. 한 학기를 휴학하고 인쇄소에서 종일 일하면서도 나는 안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인쇄소를 찾던 어느 날 밤, 나는 안이 지하운동의 멤버임을 알게 된다. 내가 자신의 뒤를 쫓는 것을 알게 된 안은 인쇄소 일 대신에 지하조직의 일을 맡게 한다.

 나는 지하조직에서 세 명의 사람과 일을 하지만 내게 맡겨진 일 이외는 아무것도 알려 하지 않고 그들 또한 알려주지 않은 채 성실히 일만 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미국으로 재가한 어머니가 마련해 준 초청장으로 여권을 신청해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이 발각되고 나는 초조와 불안과 그리움으로 그들 중의 하나를 기다린다. 드디어 안은 김희진이라는 여자와 내 여권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보낸다. 나는 그녀를 20일 동안 간호하여 미국으로 보낸다. 그 뒤 고맙다는 단 한마디의 엽서를 받는다.


핵심정리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중간중간에 관찰자 시점도 보임)

 성격 : 회고적, 사변적, 고백적, 체험적

 주제 : 불안한 시대의 외적 조건 앞에서 찾으려는 내면의 중심


등장인물 

  ‘나’ : 강하원, 41세의 중년 여인. 어머니가 미군 운전병을 따라 미국으로 떠남. 고향 이모와 함께 살다가 서울로 가출함. 이모의 돈을 훔쳐 감(대학교 학비 마련, 이모부의 병원비를 위해 판 땅값의 전액). 대학 교재를 헌책방에 팔아 다음 학기 교재를 사야 하는 가난한 고학생. 학비를 위해 과외를 함. 금서(禁書)의 책을 헌책방에서 사 모으고 탐독하는 대학시절 당시의 취미였으며, 학비를 위해 다시 팔아치워야 하는 저축 같은 것이기도 했음. 헌책방 주인의 주선으로 알렉세이 아스타체프의 {폭력적 시학: 무명 아나키스트의 전기} 라는 책을 찾는다는 ‘안’을 만나고, 그의 배려로 그의 인쇄소에서 일하게 됨. 고학과 외로움 속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 ‘안’을 떠올리게 됨. 막연하게 ‘안’에게 관심을 갖고 비밀회합을 갖는 ‘안’의 모임에 대해 동경을 가짐. 지하운동단체인 문학혁명회(반정부모임)에 가담.(3개월 후 사라짐) 확신 있는 사회주의자도 아니었으며, 그 계통의 책은 사 모으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무장해 있지도 않았고 고용인의 성실성으로 교정 및 인쇄물 배부(시위현장의 전단 등) 등의 일을 맡음. 그러나 그 모임의 참석자인 ‘안, 김, 정(주사)’ 등은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둠. ‘안’의 부탁으로 병든 김희진을 도와주고, 자신의 여권을 위조하여 김희진이 미국으로 떠나도록 함. 검열과 감시를 피해가며 ‘그들’과 자발적으로, 혹은 그들에 의해 차단된 선에서만 모임에 가담하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운동 속에서 희망이라는 것을 믿게 되고, 후에 그 희망의 믿음을 갖고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 믿음을 다른 이에게도 알려주고자 함.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감. 대학교수의 조교 노릇을 함. 우울하고 슬픈 삶을 살고 있지만 기쁨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내면 지님.

   ‘어머니’ : 나를 이모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미군 운전병을 따라가 버린 후 소식이 없다가 ‘나’에게 초청장과 짤막한 편지를 보냄. 내가 고향을 떠날 때 가지고 나온 것은 이 편지와 이모 몰래 준비한 대학의 입학금을 위해 훔친 돈이었음. 미국에서 봉제일을 하고 있음

   ‘안’ : 당시 27세, 음대 다니다가 제적됨. 그는 명함이나 카드 등속을 만들어 내는 작은 인쇄소를 차리고 있고 음악 감상이 취미이며 가령 에릭 사티 같은 사람을 아버지로 가지고 있다고 말함. 자신의 뒤를 캐는 ‘나’를 문책하다가 웃으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함. 오 년 이상 지하 운동으로 결성, 활동해 온 문화혁명회의 리더격임. 모임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나’의 안전을 위해 손을 뗄 것을 권유함. 김희진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나에게 쓰고 내가, 어머니의 초청으로 만들게 된 ‘나’의 여권을 이용해 김희진이 국외로 도피하도록 부탁함. 후에 그는 유명한 민중 예술가이자 운동가가 됨. 20년 전 인쇄소에서 활동할 때 김희진이 썼던 논문이나 글들이 간혹 그의 글에서 발견됨.

   ‘김희진’ : 지하운동에서 활발하게 활동으로 여성으로 인쇄소 모임에서 ‘나’가 이름만 들어 알게 됨. 그들의 모든 계획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음. 후에 ‘안’의 주선으로 나의 자취방으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며, ‘안’의 편지를 ‘나’에게 줌. 짧은 시간이나마 ‘나’와 따뜻한 동지애를 갖게 됨. 후에 ‘나’의 여권을 위조하여 미국으로 도피, 불법체류자가 됨. 그 후 20년이 지나고 ‘나’는 신문에서 ‘강하원’이라는 여권을 지닌 여자가 아사(餓死)했다는 기사를 읽게 됨.

   ‘정’ : 26세. 문학혁명회 일원. 동회에서 근무한다고 하여 주사라고 불림. ‘안’과 동향(同鄕)임. 동회를 곧 그만둠. 후에 강하원의 여권을 위조하여 김희진의 출국을 도와줌. 정은 안이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 김희진의 미국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개함. 또한 그가 ‘나’를 끌어들인 것이 사실은 ‘나’에게 샀던 책 속에 끼워져 있던 ‘나’의 어머니의 초청장 때문이었다고 밝힘. (즉,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는 김희진의 국외 도피를 위해 나를 그들에게 가담시켰던 것 : 작품 속에서는 자세하게 형상화되어 있지 않음)

   ‘김’ : 30세. 문학혁명회 일원. 연극평을 함. 결혼해 아이가 둘임. 

 

이해와 감상

  최윤의 <회색 눈사람>(1992)은 1990년대 문학의 한 부류로 분류되었던 이른바 ‘후일담(後日譚)’ 소설로서 동인 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서술자는 20년 전의 대학 시절을 회상하며 가난 때문에 고학하며 허덕이던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인물들(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안’, 장.김 등과 함께 만들던 책, 김희진이라는 한 여인 등)의 삶을 그리고 있다. ‘나’가 과거를 회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뉴욕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어느 한 여인에 관한 신문 보도 기사 때문이다. (그 여인은 서술자 ‘나(강하원)’의 여권을 위조해서 미국으로 건너간 김희진이었던 것이다.) 서술자에게 과거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였다. 안을 비롯해서 인쇄소에서 일을 하던 그들[지하에서 운동을 벌이며 몰래 활동을 해온 이들]과 가까운 곳에서 일도 하며 지냈던 ‘나’였지만, 결코 그들과 자신을 묶어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었을 만큼 그들을 잘 알지 못한 채 그들 곁을 서성였던 것이다. 이런 요인 때문에 ‘나’는 그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었다. 그들 무리에 쉽게 스며들 수 없었던 방외인(아웃사이더)의 아픔이었던 것이다. 시대 현실이 불안한 시기에서 내면에서 중심을 찾고자 한다. 절제된 시어와 독백 같은 어투의 서술을 따라 서술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 이야기는 저 먼 상상 속의 허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볼 수 있고,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제목의 상징성 : ‘회색 눈사람’

  그런 응달에서 볼이 튼 어린아이들이 재와 흙으로 범벅이 된 회색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 몸통을 만들고 둥근 얼굴을 얹고 그 위에 돌 조각으로 눈을 만들어 붙이고 입을 만드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나는 거의 마지막 손질 단계에 있는 우리의 인쇄 책자를 생각했다. 주초에는 그 책에도 눈이 붙여지고 코가 붙여질 것이다. 이상한 흥분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아무 일이나 그리운 것이 아니라, 비록 외곽에서의 잡일이기는 하지만 몇 달 전부터 내가 하기 시작한 바로 그 일을. 바로 그 인쇄소에서, 다른 사람 아닌 바로 그들과 일하는 것을. <최윤, 회색 눈사람 중에서>

 회색 눈사람이 의미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힘들고 슬프며 암울했던 20년 전에 ‘나’가 그들과 함께 하며 느꼈던 한 가닥의 희망에 대한 믿음임. 눈사람이 비록 이내 녹아버릴 지라도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불가능한 이상에 대해 어렴풋하게 믿음과 희망을 가졌던 ‘나’의 내면세계의 희망을 상징.


그렇다면 회색은?

① 시대의 암울함 상징 

② ‘우리’라는 동류의식을 갖기에는 조금 모자란 듯한 나와 그들과의 지난날 속에서 발견되는 나의 태도(회색분자, 그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들의 중심에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또한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았던 나의 어중간한 태도를 의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음.)

- 출전 : 《문학과 사회》 199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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