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3 - 8. ' 논 이야기'(채만식) 줄거리 및 감상하기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5.02.02|조회수562 목록 댓글 0

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2

 

8. 논 이야기(채만식) 줄거리

 

일본인들이 토지와 그 밖에 온갖 재물을 죄다 그대로 내어 놓고 보따리 하나에 몸만 쫒기어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한 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한 생원은 허연 탑석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아래 다섯 대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물흐물 웃는다. 일본인들이 토지와 그 밖의 모든 재산을 두고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한 생원은 우쭐해졌다. 일본인에게 땅을 팔고 남의 땅을 빌려 근근 살아오던 한 생원은 일본인들이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찾게 되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일본인이 쫓겨 가면 땅을 다시 찾게 된다고 큰소리를 쳐왔던 터였다. 한 생원네는 아버지의 부지런함으로 장만한 열서너 마지기와 일곱 마지기의 두 자리 논이 있었다. 그런데 피와 땀이 어린 그 논을 겨우 오 년 만에 고을 원[郡守]에게 빼앗겨 버렸다. 동학(東學)의 잔당에 가담하였다는 누명을 씌워서 말이다. 잡혀 간 지 사흘만에 열서너 마지기의 논을 바치고야 풀려났다. 한 생원은 남은 일곱 마지기마저 술과 노름, 그리고 살림하느라 진 빚 대신에 일본인에게 팔아넘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 가난한 소작농 한 생원에게 땅을 도로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큰 기쁨이었다. 일본인들이 물러가니 땅은 그전 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한 생원은 술에 얼근히 취해 자기 땅을 보러 간다고 외친다. 그러나 막상 찾으리라고 바라던 땅은 이미 소유주가 바뀌어 찾기 어렵게 되고, 논마저 나라가 관리하게 되어 다시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한 생원은 허탈감을 느낀다. 한 생원은 마침내 자신은 나라 없는 백성이라 하며 해방되는 날 만세 안 부르기를 잘했다고 혼잣말을 한다.<해방 문학 선집(1946)>

 

핵심 정리

갈래 : 풍자 소설. 농민 소설. 사회 소설.

배경 : 시간(광복 직후). 공간(군산 부근의 농촌)

경향 : 풍자적 기법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어조 : 냉소적 어조

구성: 역전적 구성. 입체적 구성

제재 : 동학 혁명, 일제 강점, 815해방이라는 근대사 속의 농민과 땅, 그리고 국가의 관계

주제 : 국가 농업 정책에 대한 비판 의식, 농민의 현실에 대한 비판

 

등장 인물

* 한 생원(한덕문) : 주인공. 땅 문제로 나라를 비판함.

* 한태수 : 한 생원의 아버지. 동학란과 관련하여 무고한 감옥살이를 함.

* 길천 : 일본인. 한 생원에게 땅을 산다.

* 그 외 용길이(한 생원의 손자), 영남이(읍내 사람)

 

이해와 감상 :

<논이야기>는 한 생원을 통해, 광복의 진정한 의미와 국가의 존재 의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반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생원은 토지 소유와 분배의 문제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온 전형적인 농민의 한 사람이다. 한생원은 광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에 대한 문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왜냐 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라'라는 존재가 나의 편한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권력이라는 힘으로 자신을 못살게 구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러한 한 생원에게 해방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농토를 되찾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올바른 역할은 이런 농민의 욕구를 충실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광복 직후의 국가는 이와 같은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다.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라는 한생원의 말을 통해, 국민들의 희망과 욕구를 소외시킨 해방 정국을 비판,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한생원은 고을 '''국가'를 동일시하여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 작가 채만식은 이 소설을 통해 새 정부의 농업 정책의 잘못을 비판함은 물론, 일제에 아부하고 치부를 일삼던 친일파들이 광복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어도 개과천선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 반해, 가난한 농민들은 동학란 이후 엉뚱한 모함을 씌어 농토를 수탈당하던 시대나, 독립을 맞아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현실에서나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을, 한생원을 통해서 풍자,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생원에 대한 연민의 이면에는 그의 합리적이지 못한 시대 변화에 따른 대응 방식을 통하여 그 자신 까지도 풍자의 대상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46년 해방 문학 선집 에 수록된 농촌 소설이다. 그의 다른 작품 도야지 와 함께 과도기의 사회상을 풍자한 수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서 한 생원은 자신의 땅을 해방이 되면서 되찾으리라는 기대가 좌절되자, 분노를 금치 못하고 나라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다. 이러한 농민의 좌절은 해방 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반복된다. 한 생원의 아버지가 품삯을 받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스무 마지기 땅 중에서 열서 마지기는 탐관오리에 의해 빼앗기는 데에서도, 남은 일곱 마지기 농사로 근근히 살아가다가 이것마저 일본인에게 팔아야 했던 데에서도 좌절을 겪는다. 농토의 진정한 주인은 농민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늘 농토를 빼앗기거나 잃어버리는 처지에 놓이고 마는 데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토지 수탈과 왜곡된 토지 제도는 해방이 되어서도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독립의 실감이란 민족 해방이니 독립 국가의 건설이니 하는 추상적인 것보다는 농토를 되찾는 일일 것이다. 국가와 정치의 역할은 농민들의 이러한 욕구를 이해하고 실감나는 기쁨을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방 직후 정치와 국가는 이 같은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부터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라는 한 생원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국민들의 희망과 욕구를 소외시킨 해방 정국을 비판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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