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4 - 3. '시인과 도둑'(이문열) 줄거리 및 감상하기

작성자이계양|작성시간15.03.16|조회수408 목록 댓글 0

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4

 

3. 시인과 도둑(이문열) 줄거리

시인이 길을 간다. 사람의 자취 끊어진 그윽한 산길을 시인이 훠월훨 간다. 그는 긴 세월을 허비해 두 개의 상반된 세계와 인식을 거쳐왔다. 유년 시절의 세계는 긍정과 시인(是認)과 보수의 세계로서 이겨 살아남고 이룩하고 누리는 것이 본모습이요, 인식의 주류는 '지금'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옳으며,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존중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젊음이 저물어 갈 무렵 그는 억눌리고 빼앗기고 괴로움 속에 던져진 시간을 때워야 하는 목슴 들의 세계와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모두 틀렸으며, '여기' 있는 것은 모두가 부서져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 뒤 그는 한동안 양비(兩非)와 양시(兩是)의 세월을 보냈다. 양비일 때는 어김없이 양쪽 모두가 적이 되면서도 양시일 때는 모두가 벗이 되어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가 새로운 기대로 찾아 나선 것이 자연이었고 그것은 세상의 시비에 상처입고 비틀거리는 그의 시를 위한 떠남이었다. 계절은 가을도 깊어 산기슭은 불타는 단풍으로 덮여 있었다.

그는 아련한 유년의 어느 날에 지금은 둘 다 가고 없는 형과 아버지와 함께 넘은 적이 있는 구월한의 한 자락인 것을 깨닫고 비감이 밀려들어 한편의 희시를 짓고 있었다. 그 때 으슥한 숲 속에서 누군가 꼼짝하지 말라고 외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총을 겨눈 장정을 중심으로 화적패가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들고 있었다.

그가 살던 시절의 도둑 떼는 골짝마다 득시글거렸고 대부분 조선조 후기의 세도정치와 가뭄과 역병으로 대표되는 재해에 희생된 유맹들로서 재물만 탐하는 작은 도둑과, 사민의 평등과 공영을 외치는 큰 도둑이 있었다. 일생을 떠돌며 산 그에게는 그런 패거리들과의 만남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고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유맹인 그라 대개는 별탈 없이 놓여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달랐다. 그를 덮친 패거리는 그들과 다를 바 없이 가난하고 힘없음을 밝혀도 그대로 놓아주지 않고 기어이 산채로 끌고 갔다. 산채는 좀도둑의 소굴과는 달리 심상치 않았다. 그들의 우두머리 되는 자는 어디에선가 짙게 배인 먹물기가 있었고 강렬한 눈빛으로 시인을 압도해 왔다. 졸개들은 우두머리를 제세선생으로 부르라고 하였다.

시인은 "나는 가진 것 없는 길손이오. 앗아가 봤자 두령께는 아무런 쓸모 없는 목숨뿐이니 그냥 보내주시오."라 했으나 제세선생은 자신의 동무들은 다만 재물을 바라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목숨을 거두기 위해서도 나간다며 시인에게 들에 나가 일하는가? 스스로 먹을 것은 스스로 거두는가? 라고 묻곤 자신들은 쓸데없이 세상의 물자를 축내는 목숨을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베를 짜지도 않고 풀무 곁에 앉아 본 적조차 없으며 선비라고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두령은 "너는 일하지 않고 먹고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쓰는 자다. 우리가 목숨을 앗으려 하는 것은 바로 너 같은 도둑이다. "라고 말했다. 시인은 진작부터 예상해 온 진행이라 놀라지 않고 선생은 무얼 생산하시느냐고 되물었다.

두령은 민초들이 믿고 의지할 꿈을 생산하고, 참고 기다릴 앞날을 생산한다고 말을 했다. 이에 시인도 그렇다면 자신도 시를 생산함으로써 공포와 무력감도 용기와 믿음도 생산할 수 있다고 하였다. 두령은 그렇다면 너도 생산하는 자라고 하면서 이곳에 머물면서 우리의 적들을 위해 공포와 무력감을 생산하고, 우리를 위해 용기와 믿음을 생산하라고 하였다.

시인이 산채에 남아 그 기이한 생산에 한동안을 바칠 수 있었던 까닭은 아직은 함부로 던져 버리고 싶지 않은 목숨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제세선생의 논리가 한 신선한 충격이 되어 일으킨 산아래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심 탓이라 할 수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한 시인으로서의 호기심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한 시론을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고 관찰함으로써 그 진정성을 확인해 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었던 것이다. 곧 겨울이 오고 산채는 두터운 눈 속에 파묻혔다. 제세선생은 원대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봄이 되는대로 신천의 관아를 들이쳐 고을전체를 위압하고 그들이 놀 수 있는 물을 만들어두려 했다. 제세선생과 그의 젊은 동무들이 이듬해 봄을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단련하는 동안 시인도 그들에게 약속한 생산에 전념했다.

오래잖아 시인의 생산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제세선생은 그 중에서 자신의 생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것들만 골라 미리 정해 둔대로 분배했다. 산채의 젊은 동무들은 새로운 노래들로 적개심을 높이고 용기와 믿음을 길러 갔다. 시인이 생산한 또 한 갈래의 노래는 그곳의 적들에게 전해졌다. 젊은 종놈은 부자와 탐관오리의 손목을 작두로 싹둑싹둑 썬다는 노래를 했고, 백정은 돼지의 멱을 따며 언젠가는 이칼로 너희 멱을 따리라, 기름 껴 두터운 그 배때기를 도리리라 했으며, 늙은 작인의 아낙도 길쌈을 하다 말고 구월산 동무들이 세상 김을 매주며, 양반 없고 부자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노래를 했다. 제세선생이 알아본 바로 시인의 생산을 매우 효과가 있었다. 산채의 젊은 동무들은 봄이 더디 오는 것을 한탄하며 증오심과 승리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해 있었고 산아래 고을에서도 양반과 부자에게까지 노래가 흘러 들어가 공포와 무력감이 모진 염병처럼 퍼져 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도 가고 봄이 왔다. 제세선생이 출진을 결정하였고 산채의 젊은 동무들은 겨울동안 벼린 창칼과 쌓은 훈련, 그리고 시인이 생산해 준 용기와 믿음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신천으로 밀고 내려갔다. 제세선생과 시인도 그들 무리의 뒷줄에 섰다. 한낮에 산채를 떠난 그들은 다음날 새벽녘에 신천 고을 뒷산에 이르러 거기서 하루 낮을 쉬면서 어둡기를 기다려 불시에 관아를 들이치려 하였다. 하지만 거기서 벌써 차질이 났다. 제세선생의 생산에다 시인의 생산이 더해져 그들이 당연히 유지했어야 할 조심성이 줄어들어 나무꾼과 아낙들에게 그들의 분위기가 감지되었고 이것이 관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시인이 생산해 적들에게 내려보낸 공포와 무력감도 반드시 제세선생이 기대한 대로의 효과만 낸 것은 아니었다. 섬뜩한 노래와 심상찮은 분위기에 겁먹은 자들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결의로 그 예사 아닌 도둑 떼의 내습에 대비해 성벽을 수리하고 철통같은 대비를 하였다. 썩은 체제라도 어쩔 수 없이 지켜야만 하든 자들에게는 공포가 오히려 절망적인 용기와 결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또한 제세선생의 이치와 시인의 감정으로 겨우내 세례 받은 동무들은 어느새 문약이 스며들어 전 같은 용감성을 이끌어 내지 못하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백성들도 이미 감정과 이치로 배불러 구경꾼 심리로 눈만 멀뚱거렸다. 제세선생은 부자들의 재산을 털지도 못하였다. 큰 부자들은 이미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단념하고 산채로 접어들었다. 제세선생이 시인을 돌아보고 말했다.

"그대는 이제 떠나도 좋다. 그대가 약속한 생산이 지켜진 것은 아니나 혁명을 꿈꾸는 자들에 대한 경고를 충분히 하였다. 무릇 혁명하려는 자들은 혁명의 노래가 거리에서 너무 크게 불려지는 걸 경계하여라."

또 제세선생은 차갑게 덧붙였다. "어서 떠나거라. 이번 실패의 연유를 그대에게 전가할 유혹이 일기 전에." 시인이 다시 사람의 자취 끊어진 산길을 훠얼훨 간다. 세상 시비의 먼지 툭툭 털며, 구름처럼 바람처럼 들꽃처럼 산새처럼.[네이버 지식백과] 시인과 도둑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2.25.)

 

핵심정리

주제 : 진정한 문학의 이상

 

이해와 감상

37회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방랑시인 김삿갓과 구월산 도적떼의 이야기를 통해 시의 효용과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한 이문열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원래 시인이라는 장편의 연작소설 중의 하나로 조선 후기의 시인 김병연과 이 시기에 출몰한 구월산 산적들의 이야기를 빌어 패러디화하였다.

현실에 대한 양비(兩非)와 양시(兩是)에서 방황하던 시인이 자연에 귀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가 9월에 구월산을 가던 어느 날 말로만 듣던 큰 도둑떼를 만나 두목에게 끌려가니 그가 바로 제세(齊世)선생이다. 그들은 일하지 않고 먹는 자, 생산하지 않고 쓰는 자를 처단하고 생산하는 자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제세선생은 시인에게 자신들을 위해 용기와 믿음을, 적을 위해서는 공포와 무력감을 주는 시를 생산하도록 한다. 그의 시가 멀리 퍼져 나가자 그로 인하여 젊은 종들과 백정들이 산으로 들어오고 부자들과 벼슬아치는 두려워하며 서울로 피신하거나 방비를 철저히 한다. 드디어 출전의 날, 뜻밖의 사태를 맞는다. 조그만 장애가 생기자 노래 속에서 이미 승리와 적대감으로 배부른 도둑은 전의를 잃고 이치를 따지는 문약(文弱)에 빠진다. 경각심이 커진 적들은 내습에 대비하여 철통같은 경비를 하여 도둑떼는 대패를 하고 만다.

시인과 도둑은 문학이 세계를 변혁하는 무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작가 이문열의 답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무기로 문학이 쓰여진다면 작가는 어떻게 되는가를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한때 자신이 기울었던 대의를 위해 그들의 뜻에 동참한다. 한동안은 그 효과가 대단하다. 산적들에게는 불타는 용기로 전의를 불러일으키고 적들은 두려움에 떨지만 결과는 비참하다. 그리하여 제세선생은 혁명을 꿈꾸는 자들에게 실질 없는 혁명의 노래가 거리에서 너무 크게 불려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경고하면서 시인을 떠나보낸다.

이문열은 들소금시조등 여러 작품을 통해 예술가 소설에 속하는 일군의 소설 유형을 만들어 왔다. 여기에서 그가 옹호하는 예술관은 문학(혹은 예술)은 현실 변혁의 공리적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의 보수주의적 태도와 문학 본질에 대한 태도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변혁을 갈망하는 세력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작가는 그에 대한 답으로서 이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이데올로기가 갖는 억압성과 개인의 자유를 배제하는 집단주의를 부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예술은 예술 자체의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소설에서 시인은 모든 가치의 이상태(理想態)로서 자연을 추구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시인과 도둑 [詩人]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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